▶ SK그룹, 텍사스 2차 단지 착공
▶ 2029년까지 900㎿ 규모로 확대
▶ 삼성물산도 LS일렉과 설립 추진
▶ 삼성SDI 등도 추가 수주 청신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위기를 맞은 SK·LG·삼성 등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고속 성장하는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며 실적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그룹은 미국 내 대규모 ESS 단지를 잇따라 구축해 배터리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삼성 역시 LS와 손잡고 ESS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수요가 둔화하는 전기차 배터리 대신 ESS용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선 바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와 SK이터닉스는 미국 텍사스 남부에 100㎿급 2차 ESS 프로젝트를 연내 착공해 내년 중 상업 가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앞서 양사는 2023년 12월 북미 ESS 시장 진출을 위해 871억 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 법인인 그리드플렉스를 설립했다. 지분율은 SK가스 80%, SK이터닉스 20%다. 그리드플렉스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인 에이펙스클린에너지와 합작사인 ‘SA 그리드솔루션즈’를 출범시켰다.
SK와 미측 합작사는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텍사스 남부에 100㎿급 1차 ESS 프로젝트 단지를 건설해 지난달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 바 있다. 1차 ESS 프로젝트에는 34대의 인버터와 340대의 배터리가 설치됐는데 2차 ESS 단지도 인근 지역에 비슷한 규모로 건설돼 운영된다.
SK는 텍사스 이외 지역에도 진출해 2029년까지 미국 ESS 사업 규모를 900㎿까지 확대할 예정인데 이는 SK온의 ESS용 배터리 사업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SK온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ESS 사업을 독립 편제해 사업 추진력을 강화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도 지난달 LS일렉트릭과 손잡고 미국에서 ESS 단지를 건설하고 운영할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미국법인이 개발 중인 500㎿ 규모의 ESS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ESS 시장은 매년 평균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67억 달러(약 155조 원)에서 2032년 2635억 달러(약 383조 원)로 두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대거 건설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ESS 단지를 건설하는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전기를 대규모로 저장할 수 있는 ESS가 필수다. 미국은 자연재해에 따른 정전 빈도마저 높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ESS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는 전력 가격이 쌀 때 ESS에 저장했다가 높아지면 파는 거래가 활성화돼 사업자의 역량에 따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ESS 시장이 고속 성장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정체에 신음하던 기업들도 미국 ESS용 배터리 공급에 신바람을 내고 있다. 미국 전력사업자들은 그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이용해왔는데 미국이 내년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 수입 관세를 상향하기로 했고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14일 북미 최대 전력 업체인 넥스트라에너지에 4374억 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히면서 추가 배터리 수주 가능성도 시사했다. 삼성SDI의 ESS용 배터리는 안전·공조 장치를 통합한 완제품으로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곧장 ESS로 사용이 가능해 인기가 높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하반기부터 양산해 북미 ESS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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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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