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모처럼 동반 급반등했다.
미국인들의 소비자심리지수가 두 달 연속 급격히 악화했으나 투자자들은 선반영이라고 생각한듯 가격 매력에 더 주목하며 저가 매수에 집중했다.
14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74.62포인트(1.65%) 급등한 41,488.1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7.42포인트(2.13%) 뛴 5,638.94, 나스닥종합지수는 451.08포인트(2.61%) 튀어 오른 17,754.09에 장을 마쳤다.
모처럼 증시 전체가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3대 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한 것은 지난 7일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는 지난 12일에도 상승했으나 다우지수는 약보합에 머무른 바 있다.
이날 발표된 지표는 호재는 아니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대해 미국인들의 심리는 또다시 크게 꺾였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7.9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2월 확정치 64.7과 비교하면 6.8포인트(10.5%)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1% 급락했다. 시장 예상치 63.1과 비교해도 못 미친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꺾이고 있다. 올해 1월의 71.7에서 2월 64.7로 내려앉은 데 이어 3월에는 57.9까지 꺾였다. 불과 두 달 사이에 13.8포인트나 굴러떨어졌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번 급락장의 단초를 제공한 재료였다. 예상보다 가파르게 꺾인 소비 심리에 투자자들은 일괄 투매했고 관세 불확실성까지 얽히며 투자심리는 계속 짓눌렸다.
글로벌트인베스트먼츠의 토마스 마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소비 심리가 악화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하면서 10년물 국채금리도 오르고 있다"며 "많은 투자자는 이번 랠리가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투자자들은 소비심리 악화보다 저가 매력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S&P500은 2월의 전고점 대비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며 전날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나스닥은 작년 12월의 최고치 대비 낙폭이 12% 이상이었다. 이는 그만큼 저가 매력이 부각된 상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은 잠잠하게 있었던 점도 시장엔 '호재'로 해석된다. 취임 이후 연일 관세 정책과 관련해 변덕스러웠던 트럼프는 이날 관세에 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수입차에 4월 2일부터 상호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시장은 이미 반영된 재료로 판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투자전략가는 미국 증시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관세 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증시 부양책, 이른바 '트럼프 풋'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펠의 브라이언 가드너 수석 정책 전략가도 "관세 불확실성으로 최근 몇 주간 시장은 급변했으나 적어도 앞으로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기 반등이 나왔음에도 변동성이 쉽게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는 분석도 나온다.
BOK파이낸셜의 마크 기븐스 투자 전략가는 "당분간 변동성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모종의 매끄러운 성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모든 업종이 올랐다. 기술은 3% 이상 상승했고 임의소비재와 에너지, 금융, 통신서비스도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의료건강과 필수소비재만 1%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M7)'은 모두 강세였다. 엔비디아가 5.27% 뛰며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애플, 메타, 알파벳이 2%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애플 아이폰과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서버를 제조하는 대만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이번 분기 AI 관련 수요가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테슬라는 3.86% 오르며 M7 중 특히 가팔랐던 급락세에서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27% 급등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마블테크놀로지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이 모두 강세였다.
Arm은 5.26%,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6.23% 올랐고 브로드컴과 TSMC, ASML, AMD도 2% 안팎으로 상승했다.
미국 디지털 문서 관리 서비스업체 도큐사인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15% 뛰었다.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업체 루브릭은 전 분기 손실폭이 예상보다 작았고 2026 회계연도 실적 전망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에 주가는 26% 이상 급등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될 확률은 20%로 내려갔다. 전날 마감 무렵의 24.5%에서 하락했다. 반면 동결 확률은 전날의 18.8%에서 22.5%로 올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2.89포인트(11.71%) 내린 21.77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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