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보니
▶ 지난해 잠정 수익률 15% 기록
▶ 2000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 6.47%
▶ 미·일 연기금과 비교해도 호실적
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15%(잠정)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2년 8.22% 손실을 기록한 후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역사상 최고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2000년 이후 국민연금의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6.47%다. 같은 기간 9.00%라는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한 캐나다 연금과 비교하면 초라할 수 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 기금(6.40%), 노르웨이국부펀드(6.29%), 일본 국민연금(3.60%) 등 다른 글로벌 연기금에 견줘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연금 고갈에 대한 공포도 상당 부분 사그라들고 있다.
개별 종목보다 효율적 배분 중요
국민연금, 국내 주식은 11.9%뿐
해외 투자 비율 40%대로 늘려
‘환 헤지 중단’ 결정도 전화위복
▲ 개별종목 투자보단 ‘효율적 자산 배분’이 중요
그런데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글로벌 연금들이 연 6~8%의 성과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자세히 분석해보면 투자 원칙을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꼽자면 효율적인 자산 배분이다. 자산 배분이란, 주식과 채권 그리고 금이나 부동산 같은 대체 자산에 대해 몇 퍼센트를 배정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크게 보아 그렇다는 이야기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어떤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배분 비율도 정할 필요가 있다.
자산 배분이 중요한 이유는 개별 종목 매매나 투자 타이밍 측면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신통치 않은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펀드 매니저들이 모인 미국 자본시장에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이하 ‘S&P500’)의 성과를 뛰어넘은 비율은 단 15%에 불과했다. 즉 한두 해 정도는 시장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기록할 수 있지만, 10년 20년 동안 S&P500 지수 성과를 꾸준히 넘어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펀드에 지불하는 다양한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실제 성과는 더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펀드매니저에게 지급되는 운용보수, 증권사나 은행이 가져가는 판매보수, 그리고 수탁 기관에게 지급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어떤 펀드는 연간 3% 이상의 수수료를 청구하기도 한다.
▲ 해외투자 비중 40%대로 늘린 국민연금이처럼 개별 종목 투자가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은 매년 바뀌는 주도 산업을 따라잡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2021년 BBIG, 즉 배터리와 바이오 인터넷 게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에 주도주의 성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2023년부터는 이차전지 기업의 주가가 고점 대비 70% 이상 빠지는 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 또 2010년대에는 화장품 및 바이오 기업들이 시대의 총아로 떠올랐지만, 지금껏 주가 하락으로 고통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나아가 투자의 스타일 면에서도 변화가 극심하다. 투자 스타일이란, 금리나 성장률의 변화에 연동되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주식의 집합을 뜻한다. 가치주와 성장주는 가장 대표적인 투자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가치주는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들을 뜻하며, 성장주는 미래 이익 성장성이 높은 대신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기업들의 집합이다. 지난 1990년대에는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주의 시대가 열렸지만, 2000년대에는 엑손모빌 등 거대한 자산을 보유한 가치주가 강세를 보였고, 2010년 이후에는 엔비디아나 테슬라로 대표되는 성장주의 시대가 열렸다.
주도적인 산업이나 스타일을 예측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에 받게 될 충격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일 수 있다. 국민연금 같은 거대 운용기관들은 더욱 그렇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보다 어떤 자산에 투자하느냐가 성과를 가르는 이유다.
▲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어떻게 자산 배분을 하고 있을까?아래 그림은 2024년 11월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현황을 보여주는데, 국내 주식 비중이 단 11.9%에 불과했다. 반면 해외 주식에 35.5%, 해외 채권에는 7.1%를 투자하는 등 해외 투자 비중이 생각보다 컸다. 국내 채권 비중이 29.2%에 이르지만, 필자가 10년 전 근무할 때 50%를 훌쩍 뛰어넘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국민연금의 성과 개선은 해외 투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저금리 국내 채권을 점점 줄여 나간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 전화위복이 된 ‘환 헤지 중단’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 헤지를 하지 않은 것도 최근의 성과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환 헤지란 환율 변동의 위험을 중화시키는 거래를 뜻한다. 헤지란 원래 울타리를 뜻하는데, 양을 맹수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듯 환율 변동의 위험에 대해 보호막을 형성하는 셈이다.
환 헤지는 의미 있는 투자 전략의 하나이지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는 최근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거의 2%포인트 높게 형성되다 보니 환 헤지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 헤지 거래를 하는 파트너 금융기관 입장에서 달러를 보유하는 게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미국 달러 대신 원화 자산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금리 차액을 보전해 주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의 운용 자산 규모가 1,200조 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환 헤지 거래를 누구와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한국은행이 환 헤지 거래의 파트너 역할을 했지만,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가 5,00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 거래를 계속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2016년부터 국민연금의 환 헤지가 중단되며, 예전보다 변동성은 더 커진 대신 더 높은 성과를 올릴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변동성 커졌지만 고수익 기회로
국내 주식 리밸런싱 제한은 한계
“높은 성과 위해 자율권 확대해야”
▲ 높은 수익률 유지하려면, 연금 운용 자율권 확대해야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자산 배분 못지않게 리밸런싱도 성과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리밸런싱(Re-Balancing)이란 단어 그대로, 특정 자산의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면서 목표 비중에서 이탈할 때 이를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 목표 비중이 30%인데, 40%까지 불어났다면 10%포인트 만큼 처분해서 저평가된 자산에 배정하는 식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며, 사실 국민연금도 이 부분에선 아쉬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2021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를 크게 상회하자 국민연금의 매도가 쏟아졌다. 종합주가지수 3,300선을 넘어설 정도로 강력한 상승장이 출현했으니 ‘연못의 고래’ 신세인 국민연금 입장에선 높은 수익률을 확정하며 높아진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려 시도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때문에 주가가 못 오른다”는 투자자들의 아우성이 쏟아졌고, 정부가 결국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크게 넘어서더라도 매도하지 않을 수 있게 제도를 바꿈으로써 리밸런싱이 중단되고 말았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도가 중지된 2021년 4월이 주가 고점이었다는 점이다. 3,300선을 넘나들던 종합주가지수는 2022년 말 2,100포인트까지 폭락했고 국민연금도 큰 손실을 입고 말았다. 2022년 마이너스(-) 8%라는 역대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리밸런싱 중지에 있었던 셈이다. 국민연금이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연금 운용의 자율권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국민연금의 탁월한 성과는 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개인 투자자들도 특정 종목이나 국가에 ‘올인’하는 대신, 국민연금처럼 국내외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손실 위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분산 투자가 훨씬 쉬워졌다는 부분도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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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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