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위협 뒤 예측 못한 유예 ‘깜짝 발표’…불확실성 극대화
▶ 젤렌스키 백악관서 쫓겨나듯…美 군사지원 중단으로 백기투항 받아내
▶ 국제사회 상식 벗어난 폭탄 발언으로 충격…트럼프 韓언급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예측불가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라. 상대에게 공포를 주입하라."
정치·외교 분야의 협상 기술인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의 원칙이다.
자신을 미치광이인 것처럼 보이도록 해 상대방을 두려움에 빠지도록 하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것이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이 미치광이 전략과 닮아있다.
예측을 뛰어넘는 결정을 깜짝 발표하거나 예상치 못한 수준의 위협으로 상대국을 위축시키며 전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도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다고 평가됐지만, 집권 2기에서는 그 범위와 강도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멕시코·캐나다 관세 '롤러코스터'…상호관세 '시한폭탄'도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전날부터 두 나라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붙이고 있는데, 자동차에 대해선 이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겠단 것이다.
이는 해당 관세에 대한 협상은 더 이상 없다고 한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뒤집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캐나다 등이 관세 부과를 막기(forestall)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No). 지금은 없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날 '깜짝 발표'는 멕시코와 캐나다로선 나쁘지 않은 일일 수 있다.
다만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인한 긴장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나라에 대한 관세를 1달 유예한다는 결정을 갑자기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관세뿐 아니라 내달 2일 상호관세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전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시행일을 마치 '시한폭탄'으로 여기며 미국을 상대로 관세 유예나 완화 등을 위한 설득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형국인 셈이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관세와 관련해 공격적인 위협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유예 조치들을 했다며 "그로 인해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무엇을 달성하려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 국제사회 상식서 '탈선'…적성국과 밀착하고 동맹국엔 '철퇴'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그간 통용되던 상식이나 원칙을 넘어서는 메시지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그는 주권국의 영토를 외부 세력이 침해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원칙인 '영토 보전'(territorial intergrity)을 무시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파나마 운하를 환수하겠다고 주장해왔고, 캐나다를 향해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해 논란이 됐다.
그는 적성국과는 거침없이 밀착하고 동맹국에는 '철퇴'를 내리는 행보로도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일방적으로 종전 협상을 진행하며 우크라이나에는 자신의 종전 구상을 수용하라며 숨통을 죈 것이다.
특히 지난 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외교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으로 기록됐다. 당시 두 사람은 고성으로 언쟁을 벌이며 파열음을 노출했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아무런 카드가 없다"며 윽박질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치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나야 했고, 백악관 회담은 파국으로 끝났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서한을 보내며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입이 떡 벌어질 일'(jaw-dropping)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그는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해 재개발하겠다는 전후 구상을 밝혀 논란을 촉발하는 동시에 하마스를 향해선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지금 당장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당신들이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모두 당장 돌려보내라"라며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끝장날 것"이라고 하마스를 위협했다.
◇ 트럼프, 한국도 '주시'…관세·방위비·주한미군 묶어 압박 가능성
문제는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시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이 군사적인 도움을 주는 미국에 미국보다 4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무역수지와 안보 문제를 엮어서 막대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정권에 들어온 셈이다.
실제 한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이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한국과 미국은 2026년부터 5년간 적용할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미국 대선 직전이던 작년 10월 타결했지만 이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재조정 검토를 압박 카드로 내놓거나 관세 등 경제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유의 '말폭탄' 전략과 레토릭으로 한국 측 협상팀을 당혹스럽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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