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실패 떠넘기나 지적
▶ ‘무리한 인수합병·먹튀’
▶ 2021년부터 ‘적자의 늪’
▶ 신용등급 강등 등 ‘위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경영실패를 금융기관에 떠넘기려는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비난을 받고 있다. [연합]
한국 2위의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4일 전격적으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논란이 휩싸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단기 유동성이 나빠져 오는 5월이면 납품대금을 정산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는 점을 회생절차 개시 신청 이유로 내세웠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까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 대출 규모가 줄어들면 미정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사전 예방적 조치’를 강조하며 법원을 찾았다고 이날 밝혔다.
유통업계와 자본시장에선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2015년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고가에 인수하면서 홈플러스가 경영 악화에 빠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MBK가 홈플러스 납품 대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간 2,000억원의 영업손실과 과중한 이자비용 등 재무 부담으로 홈플러스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2021년부터 본격화했다. 홈플러스는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넘지만,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홈플러스는 2021년(회계연도 기준)과 2022년, 2023년에 각각 1,335억원과 2,602억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 회계연도에 5,743억원이 발생해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2024년 1∼3분기 누적 가결산 기준으로 매출액은 5조3,000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이 1,571억원 발생해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리면서 ▲영업실적 부진 장기화 ▲과중한 재무 부담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업계 2위 홈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에 발목이 잡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차입매수(LBO)를 통해 고가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MBK는 그동안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 빚을 갚았다.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임대비용이 계속 지출된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각종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뽑아가면서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채용도 대폭 줄여 경쟁력이 약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의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보고서’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으로 해당 기간 영업이익(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
MBK는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310여개를 우선 매각하기로 하고 작년 6월부터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작년 7월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 이어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하자 충격에 빠졌다.
특히 홈플러스가 성실 정산이나 자구 노력을 먼저 하기 전에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선제로’ 회생을 신청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대주주 MBK가 2조원 규모의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을 일정 기간 동결하거나 일부를 탕감받을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먼저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MBK의 무리한 인수합병(M&A)과 경영 실패의 책임을 금융기관 등에 떠넘기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도가 나지도 않았는데, 부채를 탕감이나 조정받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부터 했다면 대주주 MBK는 경영자로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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