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효율부(DOGE Service)는 연방 정부를 효율적으로 만들려는 첫 번째 시도가 아니다. 그러나 동일한 목적을 위해 구성된 여러 위원회 가운데 단 한 곳만이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빌 클린턴 재임시절 앨 고어 부통령은 ‘정부 재창조’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클린턴 대통령 임기말까지 40만 개의 연방 일자리와 수천쪽에 달하는 방대한 규정이 폐기됐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예산절감액만 무려 1,400억 달러. 클린턴의 첫 번째 연방 예산이 대략 1조4,000억 달러였뎐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인상적인 결과다.
이 과정에서 고어가 구사한 방법은 DOGE의 업무 추진 방식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가 이끈 위원회는 조용한 물밑 작업을 거쳐 연방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후 이들로 하여금 부서별 감원이나 인력 재배치 필요성 여부를 직접 살피도록 했다.
위원회는 또 체제 개혁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 의회와 긴밀히 협력했다. 정부재창조위원회 멤버였던 일레인 카말크는 정부 시스템 혁신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단 한차례도 고소나 고발을 당한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DOGE는 연방 정부에 마구잡이로 전기톱을 휘둘러 관공서를 해체하고 직원들을 해고했다. (목이 잘린 공무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핵 안보나 전염성 질환 등 민감한 업무를 담당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해고된지 며칠 만에 재고용됐다.) 또한 DOGE의 조치와 관련해 수십건의 소송이 제기됐는데 재판을 담당한 한 연방판사는 정부효율성부 존재 자체의 합헌성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정부재창조위원회와 DOGE 사이의 차이가 무엇일까? 필자는 DOGE가 연방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DOGE는 기성 체제를 허물어 버리고 제도권 엘리트들을 가능한 한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짓밟으려는 MAGA 운동의 판판타지를 실연하고 있다.
DOGE가 전개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MAGA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행위예술이다. 지난 10월, 프로퍼브리카는 중요 연방기관인 예산관리청의 수장 러셀 보트가 사적인 자리에서 “아침에 눈을 뜬 연방 공무원들이 악당 취급을 받는 것이 두려워 점차 직장 출근을 꺼리게 되길 원한다. 우리는 그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모든 것은 트럼프 골수지지층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들은 오만하고 도시적 성향의 국제주의자들로 채워진 연방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골수를 빼먹고 자신들을 갈취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미국은 지난 30년 동안 경제적 측면에서 유럽과 일본 등 부유한 경쟁국들을 압도하면서 독주했다.
마이클 베클리는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에 이렇게 밝혔다. 1995년 일본 시민은 현재의 달러화 가치를 기준으로 미국인보다 평균 50% 더 부유했다. 오늘날 미국인은 그들에 비해 140%나 더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일본을 미국의 주라고 가정할 경우 주 전체의 평균 임금이 미시시피에 뒤지는 가장 가난한 주가 된다.
프랑스, 독일과 영국의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다. 1990년에서 2019년까지 세금을 제하고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친 미국의 가구당 중간소득은 55% 증가했고 최하위 20%에 속한 가구의 중간소득은 74%가 늘어났다.
보수적인 전직 상원의원 필 그램이 꼼꼼하게 문서화했듯 중앙정부 보조금을 뜻하는 정부 이전지출과 세금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소득불평등은 확대되지 않았다.
정부기관에 대한 MAGA의 혐오감은 중국 혁명가들처럼 혼란과 파괴를 미화하는 (제임스 크랩트리가 말한) ‘테크 형제 마오주의(tech bro Maoism)’와 결합한다. 일론 머스크가 대표하는 테크 형제 마오주의는 마크 주커버그의 말을 빌리자면 “신속히 움직여 현상을 타파하자”는 태도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회사를 세우는 최상의 방법인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은 이런 식으로 세워지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운영 방식도 아니다. 거의 32년 동안 엔비디아를 이끌어온 젠슨 황은 2.7%에 불과한 회사의 감원률을 자신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점은 민간기업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이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위해 사람들이 의존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프로그램이나 제도를 구축하는데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민간 분야에서 인류역사상 가정 위대한 성공과 혁신 및 부의 창출을 주도한 사람들에 의해 이러한 허무주의적 전략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똑같은 미국, 똑같은 연방정부에서 정보혁명이 터져나왔고 세계 굴지의 테크 기업들이 자라났으며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테크 형제 마오주의자들이 만들어졌다.
바로 이 나라에서, 보다 정확히 말해 과다한 규정에 얽매인, 현실과 동떨어진 자유주의의 본산인 캘리포니아에서 땡전한푼 없는 빈털터리로 북미 대륙으로 건너온 젊은 이민자 머스크는 일련의 기업들을 성공적으로 일으켜 세우며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미군에 입대한 J.D. 밴스를 훈련시키고 주립대학에 이어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예일대 법대에 다닐 수 있도록 등록금을 제공한 장본인은 MAGA 멤버들에 의해 딥스테이트의 일부이자 사회적 각성(woke) 이념에 감염됐다고 비난을 받는 지배 엘리트들이었다.
그럼에도 머스크와 밴스는 이 나라와 연방정부 및 통치 엘리트들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이들 모두를 불태워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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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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