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마크롱, 美 찾아 설득… “中·유럽 상대 동시 무역전쟁 안돼”
▶ EU, 자국 산업 보호책도 병행…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도
피아를 가리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맞서 유럽이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동시에 실질적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미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은 전례가 있는 만큼 유럽은 역내 경제 이익을 보호하고,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 '무역 분쟁 피하자' 일단 트럼프 설득 시도
이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내달 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면서 모든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방침도 내놨다.
관세에 더해 무역 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특유의 조세 제도나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 세금까지 모두 조사해 미국이 손해 보고 있다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식 상호관세'다.
백악관은 미국이 손해를 보는 불공정 무역 국가로 브라질, 인도, 유럽연합(EU), 프랑스 등을 꼽았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최소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EU의 자동차 관세(10%) 미국의 2.5%보다 높다며 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해왔다.
철강이나 자동차는 유럽의 핵심 산업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EU에 따르면 유럽 철강산업은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0억 유로(약 120조원)가량을 기여하고 27개 회원국 중 22개국에 걸쳐 500여개 생산 시설이 가동 중이다.
생산량의 20%가 미국에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은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이 때문에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EU로서는 최대 280억유로(약 42조원)의 타격이 예상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동차 산업 역시 EU의 효자 종목으로, EU 전체 GDP의 7%를 차지하며 약 1천4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독일이 EU 회원국 중 대미 자동차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다급해진 EU의 무역 수장은 최근 직접 미국을 찾았다. 일단 유럽은 양측간 무역분쟁이 모두에게 손해라고 설득하자는 입장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지난 19일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지명자를 만나 유럽의 입장을 전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과 관세 문제에 합의를 원한다며 특히 자동차 부문 관세 인하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철강 부문에서는 "서로의 철강·알루미늄을 겨냥하지 말자"며 미·EU 간 협력으로 '전 세계 철강 과잉생산'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에 공동 대응하자는 뜻이다.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럽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말라고 말했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유럽을 상대로 동시에 무역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우선순위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전쟁은 유럽이 아닌 중국이 상대라는 취지다.
◇ '당하지만은 않겠다'…EU 맞대응 카드 준비
유럽은 트럼프 설득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맞대응 카드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 측의 관세 부과가 임박한 철강 산업의 보호책 마련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내달 4일 유럽 철강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철강에 대한 전략적 대화' 첫 회의를 주재한다.
역내 철강 업계, 원자재 공급업체,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경쟁력·탈탄소화 가속화, 공정한 무역관계 보장 등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목표다.
집행위는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 이행 계획을 담은 '철강·금속 액션 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다.
EU는 사전 공개한 전략대화 추진안(Concept Note)에서 미국 철강 관세 여파로 "(전 세계) 과잉 생산량이 EU로 이전될 위험도 한층 악화할 것"이라며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2026년 6월 종료될 예정으로, 이 조처를 대체할 장기적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2018년부터 철강 제품 26종에 쿼터제를 적용하고 초과 물량엔 25%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두 차례 연장했다. 세이프가드는 두 차례까지만 연장할 수 있어 다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조치가 됐든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U는 수입 농식품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고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19일 발표한 농업·농식품 정책 로드맵에서 "수입 제품에 적용되는 생산 기준의 보다 강력한 조정(alignment)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생산업자가 지켜야 하는 엄격한 생산기준 수준을 수입산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특히 농약과 동물 복지에 관한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새 관세 정책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U에서 금지한 살충제로 재배된 미국산 대두 등이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적용할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핵심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EU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에도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자 강력 반발하며 위스키·청바지·오토바이 등 6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 활로 개척에 눈 돌리는 EU
EU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EU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멕시코와 맺은 무역 협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2000년 발효된 기존 무역협정에서 제외됐던 부문의 관세 인하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 합의로 치즈·돼지고기·초콜릿·와인 등 EU 주요 수출제품에 부과되던 최고 100% 수준의 관세가 폐지된다. 유럽 자동차 업계 역시 멕시코에서 일부 관세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EU는 지난해 12월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과 25년을 끌어온 자유무역협정(FTA)에 최종 합의하기도 했다. 스위스와는 협정을 강화하고, 10년 동안 중단된 말레이시아와 무역협정 협상도 재개했다.
27∼28일엔 EU 집행위원단이 인도를 찾아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모색하고 오랜 기간 진전이 더뎠던 무역협정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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