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도심동물들
▶ 공주시 폐마목장 계기 말 복지 체계 필요성
▶ 경주마 번식부터 줄이고 재활시설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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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시 폐마목장에서 구조된 포세이돈. 30세가 넘어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이진경 JK홀스트레이닝센터 대표가 이 같은 사정을 듣고 포세이돈을 입양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사람으로 치면 100세에 가까운 31세 퇴역마 '포세이돈'은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시 폐마목장에서 갈비뼈가 드러난 상태로 발견됐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평생을 승마장에서 사람을 태우는 승마용 말로 살아왔지만 그에게 주어진 길은 결국 방치 속 죽음을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당시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 단체들이 포세이돈을 포함해 승마용, 경주용으로 활약하다 폐마목장에 방치된 말 15마리를 구조했다. 하지만 이들을 입양 보내는 데까지는 쉽지 않았다. 나이가 들었고, 건강도 좋지 않은 말들을 선뜻 받아주겠다는 입양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특히 서른 살이 넘은 포세이돈에 대한 입양 문의는 0이었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이진경 JK홀스트레이닝센터 대표가 이 같은 사정을 듣고 포세이돈 입양을 결심했다. 포세이돈은 현재 센터에서 '반려마'로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폐마 목장' 사건을 계기로 말 복지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열렸다. 16개 동물권 단체로 구성된 ‘말 복지 수립 대책위원회'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말 복지의 현주소와 과제' 좌담회를 개최했다.
말산업정보포털 호스피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퇴역한 경주마는 총 1,201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524마리는 승용용, 161마리는 번식용, 22마리는 용도미정(휴양), 207마리는 ‘용도불명’을 포함한 기타 용도였다. 폐사한 말은 276마리에 달했다.
발제자로 나선 안나현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앤알(PNR) 변호사는 “용도불명으로 등록된 퇴역마들은 현재 소재지 역시 '불명'으로 돼 있다"며 “공개된 자료만 봐도 퇴역마의 높은 폐사 원인, 퇴역 이후 용도불명 말들의 처우 등 여러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주마는 그나마 경주로 뛰는 동안에는 관리가 되지만 퇴역마들, 또 경주용이 아닌 일반 말들의 정보 등록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폐마목장이나 드라마 촬영에 동원됐다 숨진 퇴역경주마 ‘마리아주'와 같은 말 학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주마의 번식부터 줄여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 변호사는 “과잉 생산은 이른바 ‘잉여' 말들에 대한 학대나 죽임으로 이어진다"며 “구체적 실태조사와 외국사례 참고를 통해 경주마가 과잉 생산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장도 “근본적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생하는 퇴역마이므로 생산 규제 또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재활센터 등 말 보호시설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폐마목장에서 구조한 15마리 가운데 1마리인 스물네 살 유니콘은 아직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니콘은 한국마사회가 2006년 독일에서 수입한 말이다.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유니콘을 마사회제주본부 제주목장으로 이전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마사회로부터 답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먼저 마을공동목장을 대상으로 2025년 퇴역 경주마 휴양목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운영지침과 운영비 확보 등 방안 마련과 각국 보호시설(생크추어리)를 참고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포세이돈을 입양한 이 대표도 “우리나라에서 서른 살 넘은 말은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며 “더 많은 말들이 갈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용도다각화 지원사업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 전 생애 이력제 및 마주 책임 강화를 위한 등록제 개선, 말 학대 감시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말 구조 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폐마목장 사건을 제보 받고 현장에서 대응해 온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당시 말 여러 마리가 굶어 죽는 등 명백한 동물학대 사건이었음에도 공주시가 동물학대를 적용하지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지자체의 초기 대응에 미흡함을 지적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지금까지 말 산업의 문제가 수차례 조명될 때마다 말 복지 수립을 요구해왔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말 등록 의무화가 조속히 도입되고, 실질적인 복지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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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충남 부여시의 한 폐목장에서 구조된 퇴역 경주마. 구조된 말 중 한 마리는 시스템에 의하면 전남 구례군에 있는 것으로 등록돼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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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에서 열린 말 복지의 현주소와 과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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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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