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을 위한 감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화당은 빈민가정의 의료혜택과 식비 지원을 축소할 계획이다. 곰팡이 냄새를 풍기는 스크루지 정책의 전형처럼 들린다. 이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번주 공개된 공화당 예산 청사진에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있다.
공화당은 2017년의 오바마케어 폐기 시도를 비롯해 지난 수 년 동안 연방 건강보험 프로그램과 저소득층 영양지원 플랜 축소에 열을 올렸다. “트럼프 감세”를 연장하거나 확대하려는 공화당은 사회안전망을 파쇄하고 여기서 덜어낸 비용을 감세 재원의 일부로 활용할 계획이다. 어디선가 예산을 줄여야 한다면 사회안전망부터 손을 보겠다는 뜻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단행한 감세를 연장하고 새로운 세금감면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공약을 앞세워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는 올해말로 만료되는 1차 감세의 시효를 연장하고 기업세 감면, 팁과 시간외 근무수당 및 소셜시큐리티 베니핏에 부과되는 세금을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이같은 조세정책은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역진세의 셩격마저 띄우고 있다.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의 전반적인 세금 정책은 향후 10년간 총 5조 달러에서 11조 달러 사이의 재원을 필요로 한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거의 전부 내어줄 태세다. 그렇다면 감세에 따른 예산 공백을 도대체 어떻게 메우겠다는 걸까? 조작된 셈법, 구속력 없는 말뿐인 약속과 빈민층 쥐어짜기를 혼합해 제시한다는게 그들의 해법이다.
예를 들어 하원의 예산 청사진은 세수 손실을 감추기 위한 터무니없는 경제적 가정에 의존한다. 공화당 정치인들을 상대로 예산문제에 관한 조언을 해주는 맨해튼 인스티튜트의 전임 펠로우인 제시카 리들에 따르면 하원 예산 청사진 작성자들은 “생산성 성장이 마술처럼 거의 두배로 늘어난 후 영구히 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경비 절감이 가능한 듯 보이도록 만들고 싶을 때 예산안 작성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숫자를 이용한 속임수”다.
한편 하원의 예산 청사진에는 3조 달러 상당의 불특정한 “정부차원의 경비 절감” 등 모호한 긴축을 약속하는 일련의 도표가 담겨 있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푸드스탬프와 메디케이드에 초점을 맞춘 실제적이고 고통스런 예산 삭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예산문건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사항이니 약간의 해설을 덧붙여보자. 예를 들어, 하원 예산 청사진은 농업위원회에게 10년에 걸쳐 최소한 2,300억 달러에 달하는 경비 절감 항목을 찾아낼 것을 요구한다. 이 위원회가 감독하는 두 개의 기본적 프로그램은 푸드스탬프와 농가 지원이다.
공화당은 농가지원 삭감에 전혀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트럼프의 해외지원 삭감으로 농민들이 떠안게 된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농가 보조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한편 공화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푸드스탬프 프로그램 축소를 제안했다. 농업위원회가 감독하는 이 두가지 프로그램의 현재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이들 중 푸드스탬프 프로그램을 온전히 보전하려면 농가보조금의 3/4을 삭감해야 한다. 농가보조를 지지하는 공화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불문가지다.
그 다음에는 정부보험인 메디케이드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공화당은 높은 인기를 누리는 공공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뜻을 지난 수 년에 걸쳐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인 조디 애링턴 의원(공화-텍사스)이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서 우선삭감 희망대상을 명기한 목록을 배포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자체 예산 청사진에 끼워넣은 지출제한 규정도 메디케이드 삭감을 요구한다.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는 8,800억 달러의 지출절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위원회는 메디케이드 및 메디케와 관련한 여러 프로그램과 함께 5천60억 달러 상당의 다른 프로그램을 감독한다. 따라서 위원회 멤버들이 의료보험을 제외한 다른 모든 프로그램에 단 한푼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는다 해도 메디케이드와 메디메어 예산의 상당부분을 덜어내야 8,800달러의 지출을 절감하라는 지시를 이행할 수 있다. 트럼프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이 메디케어는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결국 메디케이드가 난도질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들 하원 위원회가 두 개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축소할지는 예산 청사진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공화당은 예컨대 새롭거나 보다 엄격한 “근로요건”을 가장해 프로그램을 측소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여론조사에서 종종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일시적으로 시도한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 강화안은 역효과를 불러왔다. 카프카풍의 보고 조항은 이미 취업중인 미국인들이 계속 일을 하는데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잃게 만들었다.
백악관은 헌정위기, 무역전쟁, 데이터 삭제, 법집행 숙청, 기구 폐쇄 등 음울한 뉴스를 쏟아내 오염된 정보의 홍수를 일으키려 시도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주목을 받아 마땅한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의회에서 눈을 떼어서는 안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적을 적시한 리스트를 갖고 있고 의회 또한 그들 나름의 명단을 갖고 있다. 아마도 의회가 적으로 명시한 대상 중에는 가족을 먹일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이 포함되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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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람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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