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스젠더 배우 가스콘도 후보…과거 윤여정 비하 등 각종 논란
▶ 남우주연상·작품상·감독상 경쟁 치열…예측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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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 주연 배우 데미 무어 [로이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각종 매체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유력한 다관왕 후보로 꼽았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절대 강자'라 할 만한 작품이 없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 인종차별·혐오발언 이력 '파묘'된 여우주연상 후보들
다음 달 2일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개막하는 이번 시상식에서는 어느 때보다 연기상 수상자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 '위키드' 신시아 에리보, '에밀리아 페레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아노라' 미키 매디슨, '아임 스틸 히어' 페르난다 토레스가 올라 있다.
미국 연예 매체들은 무어를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치는 분위기다. 그는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주사한 뒤 젊고 아름다운 수(마거릿 퀄리)로 살게 된 한물간 배우 엘리자베스를 연기했다. '아카데미 가늠자'로 여겨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한때 청춘스타였던 그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도전한 보디 호러물(신체 변형·훼손이 나오는 영화)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쥐는 극적인 서사를 쓰게 될지 주목된다.
나머지 후보들은 연기력보다는 각종 논란으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트랜스젠더로는 사상 처음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든 가스콘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종 차별 발언 등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2021년 오스카를 두고 "아프리카와 한국의 축제"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가스콘은 결국 최근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했다. 그러나 '에밀리아 페레즈' 배급사인 넷플릭스는 그의 홍보 비용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손절' 의사를 표명했다.
토레스 역시 17년 전 행적으로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다. 당시 브라질의 한 TV 코미디극에 출연했을 때 얼굴을 검게 분장하고 등장했는데, 이를 두고 흑인을 비하하는 '블랙페이스'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토레스는 곧장 사과했지만, 할리우드가 인종차별에 민감한 만큼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매디슨은 '아노라' 촬영 당시 베드신 등 스킨십이 포함된 장면을 조율하는 전문가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쓰지 않아 반발을 샀다. 매디슨은 연기 몰입을 이유로 들었으나 배우들과 영화계 종사자들이 노력 끝에 도입한 제도를 무시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 AI로 발음 교정한 브로디, 두 번째 오스카 물 건너가나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브루탈리스트'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연기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미국인인 브로디는 이 영화에서 헝가리 출신 유대인을 소화했는데, 헝가리어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발음을 보다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일각에서는 억양이나 발음도 연기의 일부라며 AI 기술 활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에 브래디 코베 감독은 AI 기술은 배우들이 헝가리어를 쓸 때만 사용됐으며 에이드리언의 뛰어난 연기는 오직 그의 실력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브로디는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테 샬라메, '콘클라베' 레이프 파인스, '어프렌티스' 서배스천 스탠, '씽씽' 콜먼 도밍고와 트로피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AI 논란에도 브로디는 여전히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지만, 다른 후보들 역시 만만치 않아 쉽사리 수상자를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밥 딜런을 연기한 샬라메다. 그가 상을 받을 경우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된다. 현재 오스카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피아니스트'로 29세에 상을 받은 브로디라는 점도 흥미롭다.
서배스천 스탠 역시 수상 가능성이 있는 후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젊은 시절 '악마의 변호사'로 일컬어지는 로이 콘과 만나 점차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연기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대선 전 트럼프 캠프는 '어프렌티스'를 두고 "거짓으로 가득한 쓰레기"라고 맹비난을 쏟아부었다. 스탠이 남우주연상을 가져가고 수상 소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발언을 한다면 정치권으로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 아카데미는 트럼프 1기 정부 때부터 스스럼없이 그를 비판해 왔다. 지난해에는 사회자 지미 키멀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아직 감옥에 가지 않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 최다 부문 후보 '에밀리아 페레즈' vs 칸 황금종려상 '아노라'
올해 아카데미 최다 부문 후보작은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다. 수사당국을 피해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 멕시코 마약상의 이야기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조 샐다나) 등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통상 많은 후보를 낸 작품은 다관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10개 부문 후보에 들고도 빈손으로 돌아간 '플라워 킬링 문' 같은 사례도 있기 때문에 '에밀리아 페레즈'가 주요 상을 싹쓸이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가스콘의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표심'이 '에밀리아 페레즈'로 쏠릴지도 미지수다.
'에밀리아 페레즈'와 더불어 작품상·감독상의 유력 후보로는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 등이 거론된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노라'는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의 스트리퍼가 시부모로부터 동화 같은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골든글로브에서는 '패싱'을 당했지만 이후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작품상,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 미국제작자조합(PGA)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았다. PGA 작품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은 '아노라'에 청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골든글로브에서는 '브루탈리스트'가 '아노라'를 제치고 감독상을 가져간 만큼 각축이 예상된다. 헝가리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최근 아카데미가 주목하는 '디아스포라'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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