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퀸스의 세차장에 들어서면 손세차와 자동세차를 선택할 수 있는데 손세차는 거의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선 반면 자동세차는 대기 줄이 있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자동세차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까다로운 뉴요커들이 손세차만을 고집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차량 실내외 손세차 가격이 25달러(약 3만6천원), 자동세차 가격이 22달러(약 3만2천원)로, 손세차와 자동세차 가격이 3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6.5달러(약 2만4천원)로 비싼 뉴욕시에서 두 서비스 사이에 이런 비슷한 가격 구조가 가능한 것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고도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교외의 단독주택들은 대개 넓은 잔디밭이 있는 정원을 두고 있다.
부유층의 저택이야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중산층 가정도 집 마당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집주인이 직접 정원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관리할 사정이 안 되거나 소득 수준에 여유가 있는 가정은 대개 사람을 불러 정원 관리를 맡긴다.
동부에서 1천㎡ 정도 크기의 정원의 잔디를 격주로 깎는데 비용이 대략 1회당 40달러대이고, 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사람을 부르면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정원관리는 십중팔구 라틴계 이민자들이 한다.
만약 정원 관리 인건비가 비싸다면 평범한 미 중산층 주택의 잔디 정원이 지금처럼 넓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그런 저임금 노동력을 '서류미비 이민자', 즉 불법체류 이민자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추정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업종별 미국 내 서류미비 이민자 고용 비중은 건설업이 13%로 가장 높았고, 농림수산업이 12%, 여가·숙박업이 7%였다.
이런 통계 수치가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서류미비 이민자 노동력의 존재는 미국 사회에서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국 사회 전반이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저임금에 너무나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보니 이들이 갑자기 사라질 경우 미국 내 많은 영역이 아예 작동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체류 이민자 추방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0일 출범한 이후 불법 이민자를 상대로 대규모 단속 작전을 벌이고 나서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단속을 우려한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일터에 나가길 주저하고, 장을 보러 가는 일도 최소화한다고 한다. 이민자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주말 예배 참석자가 줄고, 아동들은 방과 후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눈이 많은 뉴욕·뉴저지주에선 집 앞에 쌓인 눈을 의무적으로 치워야 하는데, 최근 폭설에 눈을 치워줄 인력을 구하지 못해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집주인이 직접 눈을 치우는 집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 내에서 이민자 문제는 경제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차원을 넘어 불법 이민자 유입이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인식이 커졌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큰 요인 중 하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고용시장 과열과 임금 인상이 소상공인은 물론 미국 기업들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제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반이민 정책 실행을 막으려는 목소리가 이미 나오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사회가 너무도 오랜 기간 구조적으로 서류미비 이민자의 저임금에 의존해왔고, 이민자 단속 및 추방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회 혼란과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은 팬데믹 시기 글로벌 공급망 연결 고리 중 일부에만 문제가 생겨도 그 파급효과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번지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은 차량 계약 후 인도까지 1년 이상의 대기를 기본으로 만들었고, 중고차 가격을 치솟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반이민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둔화로 귀결될 경우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가 어려운 한국 입장에서도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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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개스값 몇십전이 올라도 못살겠다 갈아치우자 민주당 하던 자가 관세정책으로 생필품 값이 치솟고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던 라티노들이 사라져 일손 구하기도 힘들어지는 판에 큰 걱정 안한다. 갑자기 아량이 커졌네?
유에스이이드함테 시키면 시간당 돈 이백불을 주어서 변호사 회계사등등. 할 사람들이 줄을 설거다...유에스 에이드한테 간 예산이면 전미쿡 불체자들이 하던 일을시간당 이백불씩 주어서 할사럼들이 줄을 설정도다...이렇게 정부예산을 도적질하고 궁민덜한테 불체자한테 의존시키게 하는 꼬라지를 만들어 놓고 이걸 마치 의무적인양 방구소리하는 꼬라지는 민조옷땅이 불체자 마구들여와 오성호텔에서 먹고 재우고 용돈주고 투표하게 해주어 더 많은 세금 도적질과 투표조작을 시켜주겠다는 역모적인 속샘이다...이딴글을 쓴넘이야말로 도적이고 역적이다..
문제가 생기면 또 고쳐질 것이니 큰 걱정은 안 한다. 트럼프가 재선할 가능성도 없고.. 정 반 합 이라고 일단은 반이민 정서를 반영해 주는 것이고, 나중에 사람들이 다른 걸 깨달으면 또 요구가 변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