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우크라 배제 우려 고조… ‘종전 가이드라인’ 제시에 격분도
▶ 中위협 이유로 ‘안보 분업’ 요구…나토 안보우산 약화 불가피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는 시종 어수선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협상 개시 선언의 충격파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전 소통없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패싱' 하고 사실상의 종전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지원과 안전보장 부담까지 전가하자 유럽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지켜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뤼터 사무총장은 종전 협상이 시작된다면 서방이 단결하고 있다는 것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협상에 우크라이나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력한 협상가이면서 굉장히 예측 불허"라면서도 "평화협정을 맺으려면 결국에는 그도 협상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토 유럽 진영은 한층 더 격앙된 모습이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협상 테이블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나 영토 손실 우려를 얘기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의에 초청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들(러시아)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것이냐"라며 "이건 회유책(appeasement)이며, 한 번도 통한 적이 없다"고 격분했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주요국 장관들도 우크라이나의 뜻이 반영돼야 하며 유럽도 반드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협상 발표의 예고편이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나토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2014년 이전으로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 목표'라고 일축했다.
이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종전) 협상 타결의 현실적 결과물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가 그은 협상의 레드라인을 단 몇 마디로 지워버린 셈이다.
우크라이나 미래 안전보장은 유럽에 전가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비살상 무기 지원의 '압도적인 비중'을 유럽이 감당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어떤 형태의 안전보장이든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유럽과 비(非)유럽 국가 병력이 안전보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이 파병된다면 나토의 임무가 아니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리 설계된 미국의 잇따른 '강펀치'에 유럽이 허를 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헤그세스 장관의 '종전 구상'에 관한 발언이 끝난 지 몇 시간 만에 러시아와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갑작스레 나왔다.
유럽 동맹국들에 사전 통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적으로 '유럽의 문제'로 분리하겠다는 의도를 가장 명확히 표현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대서양 동맹 및 우크라이나 전쟁을 외교정책의 중심에 뒀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유럽이 러시아를 실존적 위협으로 여기는 터에 미국의 나토 안보우산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헤그세스 장관은 이틀간의 나토 무대 데뷔전에서 미국의 군사전략의 초점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맞춰질 것이라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은 계속 여러분(유럽)과 함께할 것이지만, 영구적인 (평화의) 보증인일 것이란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며 유럽 안보의 '일차적 책임'을 유럽이 지라고 촉구했다.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높여야 한다는 압박도 잊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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