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이즈음 한국 전통풍속에 익숙한 분들이 나누는 인사말투. 지난 주중(1/29)에 민족명절인 ‘설’을 지냈고, 이번 주 초(2월3일)에 세시풍속의 하나인 ‘입춘절’을 맞았다.
중국인들은 음력새해부터 ‘춘절’이라고 부르며, 보름동안 축제 분위기로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이들은 한지에 먹 글씨로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싸서 사는 집의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기도 한다. 그 뜻은 ‘봄의 시작 아주 좋고’, ‘양기 세워 기쁨 가득’이라고 생각되는데, 새봄을 기리며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이쪽 영어식으로 말해본다면, ‘해피-뉴-스프링(Happy New Spring)!’이라고 하면 어떨는지?
근래에 인간 생활에 필요로 하는 대부분 물건들이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기계화 자동화 정보화 과정에 따라 가공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람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음식물의 생산은 여전히 땅과 물 등 자연 속에서 재배 산출되며, 이른바 ‘오개닉(Organic)’, 즉 유기농작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본다. 비록 의복과 주거시설들은 화학적 합성자재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으나 음식물은 되도록 순수 천연재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아무튼, 농업은 비록 육체노동을 돕거나 대신하는 기구나 기계 등의 연장을 사용하더라도 그 작물 자체는 하늘과 땅, 비와 바람 등 자연환경의 조건과 기후의 영향 속에 재배되며 생산 수확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비닐하우스나 시설재배도 다소 없지 않고. 현대에서는 대규모 농장에서 기계들을 활용하여 상업적으로 대량생산을 하며, 큰 저장시설 운용과 장거리 유통도 시행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냉장고 등 장기보관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농작물의 정상적 생육과 소모는 자연조건에 맞추지 않으면 제 맛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른바 ‘신토불이’나 ‘제철음식’이 이야기됨은 단순한 물량이나 타산적 관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옛날이나 오늘날의 재래식 농업 종사자들은 자연의 운행 즉,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였고, 그 처한 공간과 시간의 조화 및 작업의 과정에 적절한 준비와 대응을 하는 지혜와 경험을 귀하게 여겼다. 개인과 가정뿐 아니라 마을이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도 시절에 적당한 생산 작업과 효과적인 영농방법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며 협력하는 전통이 있었다. 경험이 많은 어른들은 슬기롭게 뒷사람들을 잘 이끌고 아는 바를 가르치며 솔선수범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았고, 젊은이와 어린이들은 모르는 것을 배우고 익히는데 부지런하였다.
아울러, 한농기에는 남녀노소가 더불어 즐기고 서로 격려하며 여가문화를 공유하는 미풍양속이 유지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농작물의 소출 목적을 넘어 인간 정신문화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유익한 것으로서, 지역사회의 인간성과 환경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전승하는 방법이 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농촌이 물질적 이익공동체를 넘어서 인간적 도리와 상호 배려에 입각한 살림살이 문화공동체로서 공존공영을 이루는 인정과 자비의 터전이 되었다고 본다.
농업은 단순한 농작물 생산을 위한 육체적 노동과 그 소출에 머물지 않는다. 그 정신적 가치와 의미가 귀하고도 깊다. 시절에 맞추어 적당한 때에 시작하고 진행하며 마무리해야 한다. 작물 종류와 성품에 따라 때에 맞게 씨를 뿌리고 가꾸며 거두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 엄연한 인과응보의 자연원리는 개인이나 가정의 살림 및 사회발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의 소년기는 봄, 청년기는 여름, 장년기는 가을, 노년기는 겨울로 대비하여, 인생을 합당하게 꾸려나간다면 바람직할 줄 안다. 타고난 자질과 선호에 따라 공부하고 계획 준비하여 최선의 성취를 하면 될 것이다. 어느 부모는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말을 듣는다. 자녀들을 잘 키우고 가르쳐 훌륭한 인물로 만든 경우를 가리킨다.
우리 각자도 인생 여정에 어디쯤 와 있는지 살펴보면, 나름 각성하게 되리라. 이제 새봄을 맞으며, 희망과 기대를 품고 나름 인생 농사를 잘 지으려면 때에 맞는 성찰과 준비를 잘 하여야 하리라. 지구촌 시대상황을 간파하고 적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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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전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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