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경제 젖줄이었던 자바 현주소 (상)
▶ 깊은 불경기·관세 전쟁·이민 단속까지
▶ 업체들 3중고 ‘한숨’ … 쇼룸 폐업 속출
▶ “중국산 저가 위협… 고객들 멕시코로”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의 중심인 샌피드로 스트릿 인근의 상가 건물들에 위치한 의류 도매업체 쇼룸 매장 중 상당수가 셔터가 굳게 내려진 채 문이 닫혀 있다. [박상혁 기자]
평일 오전 11시, 한때 한인 의류 도매업체들 사이에서 노른자 상권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았던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의 대표적 샤핑몰은 한가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른바 자바업계의 전성기였던 10여년 전만해도 이곳은 대형 소매업체 바이어들은 물론이고 워크인 바이어들이 줄을 서던 곳이었다.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일하는 사람도 많아 어디를 가도 북적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텅 빈 매장들 사이로 한 두 명의 행인이 지나갈 뿐 예전의 활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한때 한인경제의 젖줄이었던 LA 다운타운‘패션 디스트릭트’, 일명 자바시장이 거센 파고 속에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인 자바업계의 현주소와 전망을 2회의 시리즈를 통해 진단해본다.
계속되는 불경기 속 중국과의 관세 전쟁, 그리고 이민 단속의 여파까지 삼중고를 겪으며 업체들의 한숨은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급변한 소비 트렌드와 멕시코 시장을 잠식한 중국 자본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인 의류업계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펜타닐 문제 등을 이유로 예고했던 10% 추가 보편 관세를 4일부로 공식 발효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평균 20%의 관세율이 적용되던 중국산 수입품에는 추가 관세가 붙어 평균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모든’ 중국산 제품이 대상이 되면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인 패션업계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한인의류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자바시장에서 중국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들은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60%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대량으로 생산하는 대형 업체들의 경우 생산지를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제3국으로 많이 옮겼지만 소량으로 생산하는 업체들은 아직 중국 의존도가 높다”며 “이런 업체들은 대량 생산만 취급하는 동남아 공장의 특성과 원단 수급 문제 때문에 중국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H업체의 C대표도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C대표는 “우리 제품은 100%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대체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좋지 않다 보니 관세가 10% 올랐다고 그대로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결국 가격을 조정할지, 마진을 줄일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자바시장이 위축된 데에는 중남미 상인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드레스를 취급하는 한 업체의 A 대표는 “2010년대 중반 돈세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남미 상인들이 줄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팬데믹 이후 현금을 들고 와 물건을 사던 남미 고객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A 대표는 이어 “과거에는 콜롬비아, 칠레, 에콰도르, 과테말라 상인들이 미국에서 물건을 떼 갔지만, 이제는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며 “멕시코시티에 가보면 12층 건물에 중국 간판이 가득하다. 이는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멕시코에서 의류 도매업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바시장의 공실률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브라이언 이 회장은 “많은 업체들이 쇼룸을 없애고 공장만 운영하는 추세”라며 “키머니는 이미 사라졌고, 자바 내 건물 중 약 25%는 공실 상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어 “팬데믹 전부터 업체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고, 팬데믹 때 잠깐 장사가 잘되기도 했지만, 팬데믹 이후 2년여 동안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예전에는 일하던 곳에서 나와 개업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요즘은 새로 문을 여는 가게가 거의 없다”며 “한때 1~3층이 모두 쇼룸으로 사용되던 한 빌딩도 이제는 1층만 쇼룸으로 운영되고, 2층과 3층은 모두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 단속으로 인한 생산의 어려움도 문제다. LA 인근에서 프린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D대표는 “14명의 직원들 중 4명만 출근하고 있다”며 “주문을 받아도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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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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