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스푸트니크의 순간(Sputnik moment)인가? 중국기업 딥시크가 공개한 AI 모델이 전 세계에 놀라움과 충격의 회오리를 불러일으켰다. AI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는 챗GPT를 비롯해 미국의 하이테크 업계가 다투어 출시한 최첨단 모델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우월한 성능을 지닌 듯 보인다. 미국은 자금조달,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원활한 접근성과 기술혁신 측면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AI분야에서 계속 선두를 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제 그같은 가정은 지나친 오만처럼 보인다.

어떤 면에서 딥시크 출현은 스푸트니크보다 훨씬 중요한 사건이다. 스푸트니크는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소련의 우주 프로그램이다. 당시 전반적인 소련 경제가 미국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보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민간기업인 딥시크는 미래의 가장 중요한 테크놀로지를 저가로 개발하는 놀라운 기술력을 과시했다. 딥시크 모델의 실제 개발경비가 얼마인지, 훈련을 위해 미국 모델을 얼마나 이용해야 했는지, 개발과정에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반도체 금지, 수출 통제 등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지난 수년간 미국 정부가 기우린 엄청난 노력을 감안하면 딥시크가 일궈낸 성과는 경이롭다. 바로 이 대목에서 두 가지 교훈과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첫 번째 교훈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개방형 인공지능 시스템(open-source AI system)이 폐쇄형 시스템(closed system)의 성능을 앞지를 것이라는 점이다. (오픈 시스템은 조립방법 지침서가 첨부된 레고 블록과 같다. 반면 폐쇄형은 완성된 레고 구조물만 제시한체 조립방법을 비밀에 부치는 방식이다.) 딥시크가 메타의 오픈-소스 라마(Llama) 모델을 훈련에 사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마 모델외에 중국의 거대 테크놀로지업체 알리바바의 오픈 소스 AI모델 제품군에 속한 Qwen도 사용했다. 딥시크는 이제까지 나온 중국의 숱한 생성형 AI 모델 가운데 최고봉으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대형 기술업체들은 앞다투어 AI 모델을 선보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오픈소스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 역시 꾸준히 개선됐다. 기술개발의 역사로 보아 오픈소스 모델의 내부를 들여다고 작동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협업이 불가능한 폐쇄형 모델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크고 빠른 기술혁신이 가능해진다.

둘째, 인텔의 최고경영자였던 팻 겔싱어의 말대로 제약은 기술개발에 유용할 수 있다. 억압적인 환경에서 예술가에게 가해진 제약이 창의력을 강요해 예술을 꽃피우게 만들었던 것처럼 엔지니어들 또한 제약 아래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곤 한다. 2등급 반도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 엔지니어들은 창조적인 해법을 만들어냈다. 이건 딥시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대형 통신업체인 화웨이는 지난 2023년 미국의 수출통제 목록에 적시된 것과 같은 종류의 7-나노미터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금지로 몇 년간 애를 먹었던 중국의 칩메이커들이 기술혁신을 통해 미국의 금수조치에 대응했다는 증거는 이외에도 수두룩하다.

딥시크의 최고경영자 량 왕펑은 지난해 가진 흥미로운 인터뷰에서 자신의 엔지니어들은 돈벌이보다 연구에서 더 큰 동기를 부여받는다며 그들의 태도를 수입 극대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과 현금흐름 창출에 몰두하는 듯한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태도와 대비시켰다. 구글의 딥마인드의 대표로 화학분야에서 AI와 관련한 과학적 개가를 올린 2024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자신의 연구팀이 기초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리콘밸리에서 멀리 떨어진 런던에 연구소를 차렸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고 털어놓았다.

딥시크가 제기한 첫 번째 질문은 과연 미국이 테크놀로지 전선에서 중국의 약진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딥시크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도 더러 나온다. 딥시크가 미국의 반도체 금수조치 발동 전에 미리 조달한 앤비디아의 칩을 사용했고, 따라서 미국의 수출통제로 중국 기업들의 고성능 반도체 접근이 어려워지면 앞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가해진 글로벌차원의 숱한 제재는 우리에게 “세계 경제는 크고 구멍투성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품목들이 보란 듯이 러시아로 흘러들어간다. 게다가 중국은 러시아와 다르다. 중국은 규모가 방대하고 러시아에 비해 기술적으로 훨씬 세련된 경제를 갖고 있다. 중국에는 수 백만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와 수 백개의 하이테크 기업이 존재한다. 수출제한을 통해 이들을 잠시 추춤거리게 만든다 해도 재능있는 중국의 방대한 기술인력은 혁신에 필요한 독자적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이러한 접근법에 얼마나 많은 경비가 들어 가느냐이다. 기술이전 금지와 수출통제를 통해 중국을 1년, 혹은 단 몇 개월간 뒤처지게 만들 수 있다 해도 그 정도의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경비를 쏟아붙는 게 과연 타당한가? 미국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첨단기술에 필요한 핵심소재 판매를 제한하는 중국의 보복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결합이 풀린 글로벌 경제가 테크롤로지 분야에 폐쇄형 생태계를 창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기술 기업들은 최고수준의 역량을 지닌 해외 동종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하게 된다. 중국의 강력한 라이벌과 경쟁하지 않는다면 테슬라가 과연 최고수준의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기술 분리(technology decoupling)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경제국이 규제와 억제를 받지 않은 채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군비경쟁에서 중심부를 위치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양대 수퍼파워는 규제받지 않는 무한대의 초지능을 향해 돌진하면서 고성능 AI를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 응용프그램에 통합시킬 것이다. 인공지능이 예상대로 혁명적인 테크놀로지라면 이 기술을 절대적인 안전장치 없이 실생활의 모든 영역에 풀어놓을 경우 스푸트닉 위성으로 인해 그 당시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스럽고 무서운 미래가 조만간 우리들의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