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집옆에는 동네 주유소겸 메케닉샵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평범한 그런 자동차 정비소입니다. 그런데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게 딱 한가지가 있습니다. 4개의 셔터문이 있는 정비소 문 앞에 고무호스 장치 2개가 24시간 나와 있습니다. 바로 타이어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설비입니다. 주민들이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공기주입이 가능하도록 항상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공짜입니다. 이는 대수롭게 지나칠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분들이 종교가 있는 지, 신앙이 있는 지는 잘 모릅니다. 세상의 소금이요,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교회가 생기지만 공식적으로 문닫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조용히 문닫으면 될 일이기도 하지만 이를 알린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서 망설였습니다.
지난 2025.1.26일, 창립한 지 42년이 된 ‘수도장로교회’가 ‘해산 마감 예배’를 마치고 흩어지기로 하였습니다. ‘교회가 문을 닫고 흩어지는 길을 택한다 ?’ 상상하기 힘든 고통과 슬픔, 생각과 기도에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희 집은 매릴랜드에 있고, 교회는 버지니아 페어팩스에 있습니다. 제 집 주변에도 수많은 교회가 있지만 교통체증이 미국내에서 최악이라는 American Region 다리를 건너 왕복 4시간 거리지만 13년간 교적을 둔 교회였습니다. 물론 마감예배 예고는 있었지만 그날은 주변의 교회 목사님들도 오셨고, 옛 교인분들도 오셨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이런 ‘해산마감예배’는 처음이라고 하시고, 그 용기(?)에 격려와 축복을 주시니 제가 더 어리둥절합니다.
차분하고 질서있게 마감예배가 진행되었습니다. 엄숙하고 거룩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희 교회는 요즈음 회자되는 45년만의 비상계엄이라는 전두환 군부의 80.5.17계엄과 교회창립이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전두환 군부독재는 당시 한신대교수였던 고 문동환 교수를 강제해직시켜버립니다. 미국으로 망명해서 1982.5월에 설립한 교회입니다. 1990.3월에 30대의 젊은 조명철 목사님이 부임하여 35년을 이어 온 뒤에 총 42년의 교회 사역을 마치고 해산의 길을 택하였습니다. 대서양 한미노회에 성찬기(성찬음식 그릇)와 성의(가운)를 반납할 때는 마음 저변에서 뜨거움이 복받쳐 올라왔습니다.
필자는 비록 한참 나중(2012)에 참석하였지만 1982년 창립해서 지금까지 수도공동체는 ‘신앙선언’에 입각하여 조국의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와 수많은 강연회, 세미나, 정신대할머니 돕는 일, 장기수 영치금 모금및 전달, 교도소 무의탁 자녀 학비보조, 북한 수재민돕기, 사랑의 쌀 전달, 신앙강좌, 선교활동 등을 감당해 왔습니다.
수도 워싱턴 지역에 300여개의 교회가 있다고 합니다. 의로운 예수님, 인간의 자유와 평등, 정의, 평화, 소외받은 자들을 외면하지 않는 그런 교회가 하나쯤은 있어야 되겠다는 사명을 실천하고자 분투했습니다. 남아있는 자의 교회로 물량주의와 성장지상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공동체가 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주변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세상이 나아갈 가치를 제시하는 교회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문을 닫는 지금 그 책임은 온전히 남아있는 자의 몫이며 어느 누구의 탓도 없음을 잘 압니다. 그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해산하였습니다. 세상에 뿌려질 소금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찬송 434장(나의 갈길 다 가도록)을 목메어 불렀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하늘 아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전도서 3:1)는 약속과 희망의 말씀을 마감예배 말씀으로 남겼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 동안 저희 교회를 사랑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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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클락스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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