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 우회규정 반대 입장 분명
▶ “관세가 상호주의 달성 방법”
▶ 철강·의약품 등 영향 가능성
▶ 반도체 보조금 “계약 검토 필요”
미국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우리 정부 통상 라인은 29일로 예정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를 며칠 전부터 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트닉 후보자를 지명할 때 직제상 상무부와 엄연히 다른 조직인 미 무역대표부(USTR)까지 관할하라며 무역과 관세 전반에 대한 전권을 줬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미국의 무역 정책을 총괄할 러트닉 지명자는 미국을 이용한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으며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도 장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현대차가 혜택을 봤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리스 차량 우회 조항까지 지적하고 나온 만큼 트럼프 시대를 헤쳐가야 할 우리 기업의 고차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러트닉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태미 더크워스 의원(민주·일리노이)이 ‘일본·한국 같은 동맹과 미국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합작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훌륭한 동맹은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해왔다”며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 같은 경우 그들은 우리를 그저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이) 세계를 재건하기 위해 사용한 미국의 친절함과 고마움을 (다른 나라들이)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 무례를 끝내야 한다”며 “나는 관세가 상호주의를 달성하고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우받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러트닉 지명자의 이날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우리나라 반도체·철강 등이 미국 고율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플로리다에서 개최한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연설에서 관세 부과 대상 산업으로 의약품·반도체·철강·알루미늄·구리 등을 꼽았다. 철강의 경우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는 한국산 철강재 263만 톤에 대해 25%의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이를 넘어가는 물량은 수출할 수 없는 수입쿼터제를 도입했는데 해당 제도에도 변화가 따를 수 있다.
‘선별관세’와 ‘보편관세’ 중 어떤 유형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보편관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정 품목에 한정된 관세가 아닌 모든 품목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보편관세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러트닉의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찬론과도 맥이 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가 너무 낮아 내수 시장을 외국에 내어주고 있는 반면 미국 제품은 외국의 고율 관세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관세를 올려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 협상을 통해 안보 분야 등에서도 얻어낼 것은 얻어내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이날 러트닉 지명자는 반도체법에 따라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보조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에드 마키 의원(민주·매사추세츠)이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외국 기업이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honor)하겠느냐’고 질문하자 “내가 이행을 약속하기 위해서는 계약들을 읽고 분석해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 법원이 연방정부의 보조금과 대출금 지출을 일시 중단하도록 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지만 보조금 지급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7일 플로리다주 공화당 콘퍼런스 연설에서 “반도체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주고 싶지 않다. 반도체 기업은 25, 50, 100%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줄 필요 없이 고율 관세라는 ‘채찍’으로 위협하면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므로 보조금은 없애고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외에 러트닉 지명자는 리스용 전기차 세액공제에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 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 및 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리스 차량은 이 요건에 관계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했고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리스를 확대해왔다. 정부 지출을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우회 규정부터 손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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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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