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는 벚꽃의 일본말이지만 이제는 정치 언어로 한국말로 정착되었다.
그 뜻을 명확히 알아보려고 사전을 찾아보니 반란 또는 프락치라고 되어있다. 그리면 프락치가 무엇인가 알아보니 프락치는 러시아 말로 적에 침투하여 교란 내지 반란을 유도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러시아 혁명 때에 공산당이 아마도 그러한 수법을 썼고 그래서 좌우 대립의 역사에서 프락치라는 단어가 한국에도 도입된 것 같다. 그러니 오랜 유교 전통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 온 한국 사람들에게는 사쿠라 라는 단어가 그리 좋은 뜻의 단어라고 할 수 없는 듯하다. 항상 흑백 논리로 살아온 우리 조상이니 말이다.
그런데 근래에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니 서로 마주 바라보며 달려드는 평행선상의 열차 같은 모습을 보면서 파멸이 눈에 보여 ‘참 큰일이구나’ 하다가 엉뚱한 지 모르겠으나 일본의 명치 유신시절의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1600년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소위 쇼군으로 막부 정권을 이어 온 지 거의 300년이 지난 때에 미국의 페리 제독의 소위 흑선이 나타나면서 안주하고 있었던 지방 영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막부의 미움을 사서 서남단 끝 쪽에 쫓겨나 있었던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때에 나타난 풍운의 사람이 바로 조슈 번 옆에 있던 도사 번의 하급 무사가 사카모토 료마이다.
그는 협상 또 협상, 타협 또 타협, 사쿠라 또 사쿠라 노릇을 해 가며 서로 원수 같았던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을 소위 삿초 동맹 맺는 것을 시작으로 결국 막부 정치를 폐하고 메이지 천황을 세우면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이 사카모토 료마 일대기를 주제로 한 TV 대하 드라마가 일본에서 한국의 이순신, 이성계/이방원처럼 여러 편 방영되기도 했다. 더구나 그가 사쿠라 협상의 산실 여관방에서 암살당한 것 또한 극적인 듯싶다.
사실 내가 이 글을 쓰기 전에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본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전형적인 사쿠라 누구 한 사람을 찾으려 했었지만 마땅한 인물을 못 찾았다. 나로서는 한국에도 일본의 사카모초 료마에 버금가는 7선의 의원으로 군사 정권 시절 야당 당수 유진산이 있었다고 하고 싶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그에 대한 인물평을 보면 민주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이끈 분이다. 그러면서도 권모술수에 능하며 또 합리주의자로 인정을 받고 있으나 그분의 청년 시절부터 뚜렷한 우파 과격 행동의 전력 때문에 좌파들의 공감을 받지 못할 것 같아 선뜻 그분을 꼽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사쿠라’란 정치 단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얼마 전에 백악관 앞에서 이 엄동설한에 300명이나 모여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집회를 가진 뉴스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백악관에 보낼 터이니 서명 운동에 동참하라는 글을 보고 이곳 워싱턴까지 한국 대통령 구속 사태가 뜨거운 감자가 됐구나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이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의 종말을 확실히 하기 위하여 마치 관 뚜껑에 대못을 박자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능성 없는 석방을 외치는 편도 아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서 미국뉴스를 보면 TV화면 아래 Top News의 글자가 흘러나온다. 거기에 South Korea 하고 나서 탄핵이니 대통령 구속이니 하는 내용이 뜨며 요즈음 단골이 되었다. 1.5세의 자식들도 창피하다 어쩌다 한다.
이래선 안 되겠다. 누구 ‘사쿠라’가 나서서 좌파 우파 간에 협상 또 협상, 타협 또 타협하여 정치인들이 그만들 싸우고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소위 정치판이 좀 조용해지길 바란다. 나라 살림살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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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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