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지 판막질환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
▶ 승모판막 기능 못해 혈액 역류
▶ 금방 숨이 차고 심장 기능도 약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박성지 판막질환센터장이 판막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심장 판막 질환도 늘고 있어요. 조금만 움직여도, 누워 있어도 숨이 찬다면 판막에 이상이 있는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심장의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숨 쉬는 게 점점 불편해진다. 처음엔 오르막길을 오를 때 숨이 찼으나, 병이 진행되면 계단 한 개만 올라도 숨이 차게 된다. 누워서 쉬려고 하면 더욱 숨이 차 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장도 점점 커져 나중엔 심장 기능마저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숨이 차는 것을 노화에 따른 증상으로 여겨 간과하는 경우도 많다.
이달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박성지 판막질환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이렇게 말했다. “판막 질환 중 하나인 승모판막 역류증의 대표 증상이 바로 숨이 차는 겁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 진단을 늦게 받고, 수술 시기마저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판막은 심장 내 혈액이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일종의 미닫이 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심장 안에는 네 개의 판막(승모판막·대동맥판막·삼첨판막·폐동맥판막)이 있다.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을 포함해 이들은 혈액순환 과정에서 여닫힘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러다 노화로 판막이 딱딱해지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승모판막 역류증은 좌심실이 수축하면서 대동맥을 타고 온몸순환(체순환)을 시작해야 할 혈액의 일부가 역류해 좌심방으로 다시 흘러드는 증상을 말한다. 박 센터장은 “승모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탓”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역류된 혈액은 폐로 퍼져나가 폐가 붓고 물이 차는 문제가 발생해요. 그리고 좌심실을 통해서 혈액 100이 몸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중 40이 역류해 좌심방으로 다시 들어온다고 하면 우리 몸을 순환하며 산소·영양분을 전달하는 혈액은 60으로 줄게 됩니다. 기력이 없어지고 혈압도 낮아지고,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금방 차게 되는 거죠.” 좌심방으로 흘러드는 혈액이 많아지면서 심장이 2~3배 커지고, 나중엔 심장 기능마저 약화한다.
박 센터장은 이어 “나이가 들수록 판막 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고, 판막 질환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고령층이라면 늘 유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로 주로 문제가 되는 판막은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 삼천판막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대동맥판막에 석회가 쌓여 혈액이 심장에서 나가는 길이 좁아지는 것으로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이 대표 증상이다. 갑자기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다. 삼천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다리가 붓고 소화가 되지 않는다.
경증의 승모판막 역류증은 약물로 우선 치료한다. 박 센터장은 “이뇨제 성분이 담긴 약물을 통해 좌심방으로 역류되거나, 폐로 흘러드는 혈액의 양을 줄이는 게 약물 치료의 목표”라며 “약물 치료 이후에도 증상이 악화하면 수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가슴을 열어 본인의 판막을 교정하는 판막성형술, 기존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판막 치환술이 쓰인다.
다만 고령 환자의 경우 전신마취 등이 부담될 수 있기 때문에 2020년부터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EER)이 도입됐다. 그는 “제대로 닫히지 않는 승모판막의 양쪽을 V자 모양의 클립으로 붙잡아서 판막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라며 “가슴을 열지 않고 다리 정맥을 통해 클립을 전달하기 때문에 수술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이미 수술을 받은 승모판막이 다시 망가진 경우엔 경피적 승모판막 재치환술(TMVR)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금속으로 만든 인공판막은 25년, 돼지 조직으로 만든 것은 10~20년 사용을 합니다.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보통 돼지 조직으로 만든 판막으로 수술을 하는데, 평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인공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게 돼 바꿔 줘야 하는 환자가 많이 늘고 있어요. 판막 수술을 받았을 때보다 더욱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수술 부담을 줄이는 게 관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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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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