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투란도트’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푸치니의 몇 안되는 오페라 중의 하나로, 오리엔탈리즘과 신비주의가 비빔밥 짬뽕으로 얽혀 있는 작품이었다.
굳이 작품성을 거론하자면 작곡가가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이었는데다가 대중주의에 편승한 작품이었지만 초연 당시에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동양(중국)을 소재로 한 신비주의가 먹혔고 화려한 무대와 ‘빵’하고 터지는 오케스트라의 화려함, Nessun Dorma(네순 도르마)와 같은 드라마틱한 아리아까지 결합하여 죽은 푸치니의 유작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곡작이었자 오페라 대중화에도 크게 이바지한 작품이었다.
워낙 대중적이고 인기가 폭발적이다 보니 오페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장외공연도 허다한데 1997년 북경의 자금성에서의 장예모 감독 연출의 ‘투란도트’ 공연이 유명하고 2003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성공적인 야외공연을 치룬적 있었다.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Nessun Dorma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아무도 잠 못 이루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공주는 잠못 이루고’로 번역 되었는데 ‘아무도 잠 못 이루리’보다는’공주는 잠못 이루고’라는 의역이 더 가슴에 와 닿는 노래이기도하다.
고대 중국. 어느 시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베이징의 자금성에(명나라 아니면 청나라였겠만 전설 좋아하는 이태리 사람들이 그저 갖다 붙였다고 한다) 특이한 공주가 살고 있었는데 미모가 엄청난데다가 성격이 괴팍하여 몸을 내놓는(청혼) 댓가로 뭇 왕자들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있었다.
수수께끼 3문제를 맞추면 공주와 결혼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문제를 못 맞출 경우 목을 내 놓아야한다. 문제는 이 무시무시한 댓가에도 불구하고 왕자들의 도전이 계속 이어져 왔다는 것이었다. 달탄국의 칼리프 왕자 또한 투란도트 공주에 반한 경우로서 목숨을 담보로 공주의 사랑에 도전한다.
이 이야기는 언뜻 전설의 내용을 살짝 비틀어 로맨티즘의 승리와 정복 당할 수 밖에 없는 여자의 한계 등, 어딘가 남성중심적인 야성을 분출하고 있지만 성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용기있는 수컷만이 최고의 상대를 얻을 수 있다는 동물적인 본능을 자극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뜬금없이 맞닥치게 되는 칼리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의 조건없는 사랑이다.
절대 사랑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칼리프는 수수께기 3문제를 모두 마치고도 공주가 항복하는 기미가 없자 자신의 이름을 새벽까지 알아내면 자신을 죽여도 좋다며 공주에게 제의하게 되고 그날밤 북경이 발칵 뒤집히게 된다. 결국은 칼리프의 사랑에 항복할 수 밖에 없는, 공주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담은 아리아가 바로 ‘공주는 잠 못이루고’ 혹은 ‘아무도 잠 못 이루리’라고 번역되는 아리아이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이 아리아가 극중 칼리프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모습을 담은 것 뿐 아니라 작곡가 푸치니에 있어서도 이 오페라가 성공하느냐 실패작으로 끝나느냐의 갈림길에 선 아리아였기 때문이었다.
푸치니는 ‘투란도트’를 작곡하는데 약 2년여 시간을 투입했는데 문제는 ‘투란도트’의 작곡을 시작하면서 후두암이 발견되어 사투를 벌이지 않으면 안됐다는 점이었다. 혹자는 ‘투란도트’가 푸치니의 죽음을 재촉했다고 보는 이도 있지만 아무튼 신비주의가 넘치고 있는 이 작품에 푸치니가 매료되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던 같고 어떻게든 살아생전 완성을 보고 싶어했던 것도 사실이었던 같다.
푸치니로서는 필사적인 의욕이었는데 공주가 마음을 열게되는 마지막 관문에 불리어지는Nessun Dorma… 아마도 이 작품을 들으면서 단순히 테너 아리아의 하나로만 느끼는 사람은 너무도 기계적인(?) 사람들은 아닐지 모르겠다. (恨… 영혼이 담기지 않은 음악은 어쩌면 죽은 음악인지도 모른다.)
역대 가장 잘 부른 내순 도르마의 주인공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고음 부근에 있어서의 엄청난 성량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투란도트’의 하일라이트는 2막의 마지막… 칼리프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목숨을 내주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등장하게 되는 네순 도르마의 오케스트라 선율이다. 말인즉슨 영혼으로 부르는 노래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노래는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네순 도르마는 어쩌면 푸치니의 마지막… 푸치니의 영혼이 담긴, 푸치니가 남긴 유일한, 푸치니의 목소리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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