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거의 1,7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인플레이션을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인 2%대로 끌어내렸다. 생산성이 향상됐고 임금불평등은 완화됐으며 소기업 창업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하면서 임금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앞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측면에서 바이든은 실패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채 백악관을 떠난다. 게다가 그의 소속정당인 민주당은 2024년 선거에서 백악관은 물론 의회의 상·하 양원까지 통째로 공화당에 넘겨주었다.
바이든 재임기는 지난 20년간 민주당 엘리트들을 흥분시켰던 강력한 이론을 시험한 중요한 시기였다. 이들은 민주당이 과거 20년 동안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 쪽으로 이동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며 이로 인해 잃어버린 근로계층의 지지를 되찾으려면 정책 방향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이같은 새로운 개입주의 정신이 주입된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바이든의 재임기에 의회는 방대한 인프라법안과 기후 지출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들의 최대 수혜자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들이었다.
이들 두 개의 법이 제정되자 자금이 돌기 시작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관련 투자 프로그램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예로 들어보자. 비영리기구인 로디엄 그룹과 매서추세츠공과대학(MIT)의 자료를 인용해 CNN 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법안 통과 시점부터 작년 3월 사이에 발표된 3,460억 달러의 청정에너지 투자액 가운데 거의 78%가 공화당 의회 지역구로 흘러들어갔다. 인프라법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만큼 공화당 지역구로의 자금쏠림 현상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예산이 건설과 같은 전형적인 블루칼라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사용됐다. 반도체 과학법 또한 제조업분야의 투자급증 현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대학졸업장이 없는 미국인 유권자들 가운데 56%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데 비해 43%만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했다. 4년전인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의 50%로부터 지지를 받은 반면 바이든은 이들 사이에서 48%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근로계층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이 4년전에 비해 상승했다는 얘기다.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막대한 투자를 받은 지역에서조차 유권자들의 표심은 민주당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 현재 텍사스 27 의회선거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된 이래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자금을 수령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새로운 테슬라 리디움 제련소가 위치한 뉴시스 카운티에 배정됐다. 2020년 선거 당시 바이든은 단 3포인트차로 뉴시스 카운티에서 트럼프에게 패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는 같은 곳에서 트럼프에 11 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미시시피 1선거구는 공화당이 초강세를 보이는 지역으로 현재 19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공장부지가 위치한 마샬 카운티에서 트럼프는 4년전인 2020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우세를 기록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좌클릭했다. 에즈라 클라인의 지적대로 버락 오바마는 빌 클린턴의 좌측으로 경제정책의 기수를 틀었고,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의 왼편에서 캠페인을 벌였으며 바이든은 힐러리 클린턴의 좌측으로 경제정책의 중심추를 옮겨갔다. 하지만 이 기간에 근로계층의 민주당 지지세는 약해졌다.
이건 단순히 트럼프 현상 때문만이 아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MAGA 후보들이 신통한 성과를 내지 못한데 비해 민주당은 놀랄만큼 선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하원선거에서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전국의 백인 유권자를 34%나 잃어버렸다. 2018년에 비해 10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다. 바이든은 후보사퇴 이전에 자신의 친노조 기록을 떠벌렸지만 그건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2023년 기준으로 노조에 속한 민간분야 근로자의 비중은 고작 6%에 불과하다.
애틀랜틱지에 게재된 통찰력 넘치는 에세이에서 조나던 체이트는 민주당 운동가들과 지식인들이 포스트-신진보주의 정책의 실패에 따른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납득하기 힘든 정당화를 시도했다고 지적한다. 연방지출이 50년만에 최대 규모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일부는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일부는 해리스가 몇몇 주요 이슈에서 중도로의 중심이동을 꺼린 점과 바이든의 나이 및 소통기술 부재를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체이트의 말대로 “포스트-신진보주의 정치이론 자체가 잘못”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고려하지 않으려든다.
필자는 여기서 나름의 대체이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민주당이 두팔을 활짝 벌려 민권을 수용한 1960년대 이후 주로 인종, 정체성과 문화 관련 이슈에 대한 백인 근로계층의 민주당 지지표는 꾸준히 떨어져 나갔다. 지난 20년간 사회적·문화적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좌향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과거 60년 사이에 성공한 두 명의 민주당 대통령으로 꼽히는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시장친화적인 경제 정책을 추구하면서도 평균적인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당의 운동가나 엘리트에 비해 문화적으로 더욱 중도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바이든은 중도주의자로 캠페인을 벌였지만 취임후 이민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과 트렌스젠더 권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요 이슈에서 급격히 좌측으로 이동했다. 이같은 정책들로 말미암아 문화적으로 보수성이 짙은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2024 선거에서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선거에 유용한 많은 잇점을 갖고 있다. 우선 대학교육을 받은 전문가들과 여성 및 소수계로 구성된 단단한 지지기반이 있다. 과거 9차례의 대선에서 민주당이 7번이나 직접투표에서 승리하도록 도운 부동층 유권자 가운데 다수는 등록된 무소속 및 교외 거주자다. 민주당은 이미 수십년 전에 잃어버린 백인 근로계층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새로운 지지기반에 기대어 그들을 중심으로 정책 아젠다를 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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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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