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커지는 K-조선
▶ 미 조선소 노후화, 숙련공 적어
▶ 기술이전 요구땐 셈법 복잡해져
▶ 보편관세 놓고 트럼프팀 갈등
▶ 철강·희토류 등에만 부과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6일 휴 휴잇 라디오와 진행한 총 26분 분량의 인터뷰 중 5분을 미 해군 재건 및 조선업 부흥 의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선업에 대한) 무관심 비판 등에 할애했다. 트럼프는 인터뷰 전반에 걸쳐 “우리는 선박이 필요하다(We need ships)”는 말을 세 차례 반복하며 조선업 재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는 “과거 미국은 하루에 한 척꼴로 배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배를 만들지 않는다”며 “반면 중국은 4일에 한 척의 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 이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중 한 일은 곳곳에 풍차를 건설해 미국의 아름다운 들판과 산을 파괴하는 것뿐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 해군정보국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선박 생산 역량은 미국의 최소 232배에 달한다. 트럼프는 “우리는 배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고 싶다”며 “아마도 동맹국을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가들에게 가서 입찰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리가 준비될 때까지 입찰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해군 선박을 330척까지 늘리기 위해 해군장관으로 지명된 존 펠런과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현안을 챙길 것인가’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며 “해군과 관련된 매우 좋은 것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취임 직후 미 조선업 재건과 관련된 일련의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이 호재를 맞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게 됐다. 2023년 전 세계에서 건조된 선박 중 중국의 비중이 51%, 한국이 26%, 일본이 14%로 한중일 3국이 91%를 차지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는 조선업 종합 경쟁력에서 88.9점으로 중국(90.6점)에 1위를 내줬지만 일본(83.1점), 유럽연합(EU, 71.4점)을 크게 앞섰다.
한국 조선업계는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협력 범위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선박 수주를 하는 수준이라면 미국으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혜를 누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를 넘어 기술 이전이나 미국 조선소 인수를 통한 현지 선박 건조 등을 요구할 경우 셈법이 복잡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규정(존스법)하는 등 미 조선업 관련 법안은 매우 폐쇄적”이라며 “법안 개정이 없다면 한국 조선 업체는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 현지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조선소는 시설이 상당히 낡은데다 숙련공 규모 역시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우리 조선 업체 측에 시설 현대화와 인력 교육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이 경우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과 현지 진출에 소요되는 비용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의 성향을 미뤄볼 때 한쪽이 수혜를 독식하는 방향으로만 일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령 ‘선박 5척 건조를 맡길 테니 2척은 미국에 와서 건조를 해달라’는 식의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팀이 보편관세 수위 조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선거 공약대로 정책을 펼 경우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측이 미국이 전 세계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거 공약에서 한 발 물러나 경제안보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상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CNN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참모들은 여전히 당선인이 제안한 보편관세 및 중국산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또는 경제적 현실에 맞게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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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윤홍우·유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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