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정책, 물가 상승 가능성
▶ 이민 강화, 고용 시장 불안정
▶ 감세 정책, 단기 경제 성장
▶ 주식 시장, 불안정한 고평가
멕시코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이 지난해 2월 23일 가주 자쿰바 임시 수용소에서 망명 신청을 하기 위해 국경 순찰대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부에 의해 이민 정책이 강화되면 고용 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로이터]
새해 미국 경제가 산뜻하게 출발했다.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에 근접해 가고 있고 경제 성장 전망은 매우 밝다. 고용시장도 기대 밖의 견조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기대했던 경제 안정이 이뤄졌지만 해소되지 않는 우려가 하나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골디락스’(Goldilocks)와 유사한 현 경제 상황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해답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새 경제 정책을 얼마나 빨리, 적극적으로 시행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특히 관세 및 이민 정책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경제를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폭풍이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올해 경제가 빛이 바래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올해 경제 침체를 예견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대부분 앞으로 수주간을 올해 경제 전망을 예측하는 중요한 시기로 예의주시 중이다. 올해 미국 경제 방향을 결정할 5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관세, ‘물가 상승 우려’
경제 전문가들은 차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경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꼽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 주요 무역 동반자 국에 10%~25%의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 고가 소비재로부터 식료품과 개솔린 등 일상생활 품목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 무역국 외에도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여러 차례 논의했는데, 시행될 경우 더 많은 제품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조세재단의 알렉스 듀란테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물가를 상승시키고 경제를 축소시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초당적 싱크탱크 조세정책센터에 따르면 새 관세 정책이 일반 가구에 세후 소득의 약 3%에 해당하는 연간 약 3,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세 정책이 경제 성장에 타격을 주고, 물가를 상승시키며, 일자리를 잃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는 경제학자가 많다. 조세 재단은 새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GDP가 1.7% 감소하고 약 14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 ‘고용 시장 불안 초래’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최근 이민자 급증이 경제 성장과 고용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서류 미비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고 이민 정책을 강화할 경우 고용 시장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라스 홀츠-이킨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유입된 많은 이민자가 고용 시장의 빠른 성장을 이끌어, 연준의 인플레이션 해소 노력에 도움을 줬다”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유입을 제한할 경우 고용 시장을 위축시켜 인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민자 유입 감소로 건설업, 숙박업, 농업 등 노동 집약적인 여러 분야의 인력난이 우려된다. 인력난으로 인건비가 오를 경우 주택, 서비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민협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에 따르면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이 이뤄지면 건설업계에서만 약 150만 명의 인력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 ‘단기 경제 성장·고소득자 혜택 집중’트럼프 당선인이 임기 1기 때 서명한 대대적인 감세 법안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차기 행정부가 취임하면 감세 법안 연장이 거의 확실한 가운데 추가 세금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일반적인 세금 감면 외에 팁, 초과 근무 수당, 사회 보장 혜택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추가 세금 감면이 시행되면, 가구 및 기업의 소득을 늘려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세금 감면에 따른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조세정책센터는 현행 감세 법안이 연장되면 연 소득 45만 달러 이상 고소득 가구에게 전체 혜택의 절반이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현행 감세 법안 연장이나 추가 감세 법안을 취임 초기 당장 시행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최고 투자 전략가는 “연방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 또한 차기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무리한 감세로 취임 초기 추가 부채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현행 감세 법안을 연장할 경우 연방 정부 재정 적자가 4.6조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의회 공화당원들 중에서도 감세 법안 연장을 처리하기 전 국경 강화 법안을 먼저 통과시킬 것으로 보는 의원이 많다.
■인플레이션, ‘재발생 가능성 커져’연준은 그동안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가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차기 행정부가 관세와 이민 강화 정책을 시행하면 연준의 인플레이션 해소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새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현재 2.8%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치인 2.5%와 반대로 최고 3.9%까지 치솟을 것이란 경고를 최근 내놨다.
차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시행을 앞두고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연준 관계자들에게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조사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연준은 지난달 3개월 연속 금리를 인하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는 향후 경제 방향에 달려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준 기준이 적용된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2.4%로 작년 최고치인 6월의 7.2%에 비해 크게 완화됐다. 연준이 목표치로 삼는 인플레이션은 2%로 현재 인플레이션은 아직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주식 시장, ‘고평가 상태로 급변 가능성↑’트럼프 당선인은 주식 시장 호황을 자신의 첫 번째 임기 성과로 자주 치켜세운다. 주식 시장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호황을 이어갔다. S&P500, 다우존스, 나스닥 등 3대 주가지수 모두 최근까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주식 시장 호황으로 부유층의 자산 가치가 상승했고 이들의 소비 지출 확대로 경제도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식 시장 전망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중순 연준이 금리 인하 횟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주식 시장은 하락세도 돌아섰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에 방해되는 정책이 추가되면 주식 시장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경고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시장이 고평가된 상태이며, 거품에 가까운 상태까지 우려된다”라며 “작은 변동 요인도 주식 시장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관세와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서면 소비자 지출에 타격을 주고 잘 나가는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식 시장 호황에 힘입은 고소득 소비자들이 경제를 이끌고 있다”라며 “만약 주식 시장이 하락한다면 경제의 심장에 칼을 꽂는 결과”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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