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남부연방지검 작년 권씨 형사기소…뱅크먼-프리드는 1심서 징역 25년
▶ 美증권당국, 권씨상대 민사소송 이미 승소…권씨 6조5천억원 벌금납부 합의
31일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씨의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되면서 권씨는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사건을 담당한 같은 검찰청과 같은 법원의 관할 아래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 발행 가상화폐 테라USD(UST)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TV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테라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직접 출석해야 하는 까닭에 권씨 형사재판은 기소 이후 추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왔다.
권씨를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각종 대형 사건을 처리해온 미국 내 최고 정예 검찰 조직으로 유명하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대형 금융사들이 위치한 뉴욕 맨해튼을 관할하며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를 지휘하다 보니 '월가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가상화폐 관련 주요 범죄사건 처리를 도맡아 오기도 했다.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뱅크먼-프리드 역시 이곳에서 사건을 맡았다.
뱅크먼-프리드는 2022년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바 있다. 그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지난해 8월 보석이 취소되면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았다.
권씨 재판 역시 뱅크먼-프리드 재판을 맡은 뉴욕 남부연방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권씨가 미국에서 유죄로 인정된다면 중형과 함께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몰수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뉴욕 남부지검은 국경을 초월해 벌어진 가상화폐 관련 범죄 사건이라도 예외 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뱅크먼-프리드를 기소한 데이미언 윌리엄스 전 뉴욕 남부지검장은 지난 2022년 7월 한 가상화폐 사기 사건 관련자 기소 후 성명에서 "웹3(블록체인 기반 웹)는 무법지대가 아니다"라며 "블록체인에서 발생했든 월가에서 발생했든 사기는 사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의 징역형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이론상 징역 10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다만, 미 연방법원의 양형 지침이 유연하다 보니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금융사기 범죄의 형량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뱅크먼-프리드 역시 7개 범죄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이 나오자 최대 1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실제 선고된 형량은 징역 25년이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의 경우 지난 2022년 징역 11년 형을 받았다.
다만, 사상 최대인 640억달러(약 94조원)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 사건을 저지른 희대의 미국 금융사범 버나드 메이도프(2021년 사망)의 경우 2009년 연방 법원에서 징역 150년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권씨는 형사재판에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미 패소한 상태다.
패소 이후 권씨는 SEC와 44억7천만 달러(약 6조5천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
앞서 미 증권 당국인 SEC는 2021년 11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투자 손실을 입혔다면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권씨를 상대로 제기된 형사재판과는 별도로 제기된 민사재판으로,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현지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 포베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청은 이날 권씨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했다. 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지 1년 9개월여만이다.
권씨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 혐의로 체포되자 한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며 치열하게 신병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해 한때 주목받았던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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