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4년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글을 쓰며, 지난 1년뿐만 아니라 나의 40년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은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는 평소에 백세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가 적어도 80세까지는 활발히 활동할 수 있으니 은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고 종종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이제 몇년 후에나 겨우 70세가 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전에 은퇴를 하게 되었다.
은퇴를 발표한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도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특히 변호사라는 직업이 육체노동처럼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내려놓아야 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변호사 업무는 80세, 아니 그 이후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을 당시, 인생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당시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여 내린 결정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40년 동안의 삶을 결정짓는 길이 될 줄 알았다면, 당시 나 자신에게 고민하는 시간의 양에 대해 좀 더 관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학교를 졸업하며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라 평생을 살아갈지 모른다. 나 역시 그런 면에서 보면, 한 번 내린 결정을 흔들림 없이 지키며 40년을 나름대로 달려온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모두 언젠가는 하던 일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온다. 죽을 때까지 같은 일을 하다가 내려놓게 될 수도 있고, 나처럼 조금 일찍 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나는 올해 초에 연말전에 은퇴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며, 은퇴가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그리고 은퇴 후의 삶은 어떻게 될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은퇴한 선배들 중 여럿이 나에게 은퇴 후 무엇을 할지 뚜렷한 계획을 세워두라고 조언했다. 이는 은퇴가 곧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아직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때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무엇을 해야 적절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학교 4학년 때처럼 급하게 결정하지 않고,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완전히 일이 없는 상태는 아니다. 주위에서는 이제 교육위원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다고들 하지만, 나는 꼭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은퇴 전에도 교육위원 일로 한 주에 20-40시간 정도 사용했고, 이미 22년째, 6선 위원으로 활동해 온 만큼, 그 일에만 더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교육위원 일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한 달간의 은퇴 생활 동안 확실히 느낀 점은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책임을 짊어졌던 때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숙면을 취하지는 못하지만,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 보려 한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오래전부터 듣고 싶었던 대학 강의 하나를 수강해 보려는 계획이다. 다행히도 버지니아 주에서는 60세 이상 주민들에게 주립대학에서 학비 없이 청강을 허용하기에, 가까운 대학에 청강생 입학 서류를 제출했다. 그런데 입학 사무처에서 영어 능력을 증빙할 추가 서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나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로스쿨까지 졸업했는데 왜 이런 서류를 요구하느냐”고 문의해 놓은 상태다. 물론 졸업한 대학교에 연락해 졸업증명서를 받아 보내면 되지만, 나의 변호사 기질이 발동한 것 같다. 입학 사무처가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다.
지난 한해 동안 내 글을 읽어 준 여러 독자들과 본지에 감사드린다. 연말과 연시를 맞아 모두 건강하고 댁내 두루 평안하기를 바란다. 새해에도 독자들의 계속된 성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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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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