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전부터 ‘쥐락펴락’
▶ 트럼프파 탓 중동 대혼돈
▶ 파나마와 운하 신경전
▶ 덴마크와 그린란드 갈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까지 약 한 달이 남았지만, 그의 파격적인 행보에 따른 파장이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다. 22일 외신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 내두른 혀끝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미국과 긴밀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달 말 취임 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깜짝 발표한 이후 커다란 혼란에 빠져들었다. 특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 발표 뒤 급히 트럼프 당선인을 찾아갔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그에게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은 어떤가’라는 농담을 건넸다고도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뤼도 총리의 대응 방식을 두고 내각 안에서 충돌이 빚어졌고, 야당이 정부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하며 트뤼도 총리는 사퇴 위기에 내몰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조기 종전을 강조해온 그가 협상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러시아는 조금이라도 더 점령지를 확대하기 위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교전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는 지난 18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을 빨리 끝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달 초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은 “내가 빨리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면서 임기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가자지구 전쟁을 포함한 중동 정세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간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협상 와중에도 가자지구를 폭격하고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와도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시리아에서도 영향력 확대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역시 자신들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통해 영향력 선점에 나섰다. 모건 오케이거스 전 국무부 대변인은 지금은 사실상 “두 명의 (미국) 대통령과 그들의 팀이 휴전을 위해 동시에 노력하고 있는 역사상 독특한 순간”이라고 짚었다.
유럽 또한 트럼프 당선인 측이 내놓은 메시지에 연일 술렁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켄 호워리 전 스웨덴 대사를 덴마크 대사로 발탁했다고 발표하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영국과 독일의 극우 성향 정당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일각에서 ‘유럽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파나마가 미국 해군과 기업 등에 과도한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파나마운하의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파나마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권침해를 우려하며 해당 발언에 현실성이 있을지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이밖에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요구한 ‘부채한도 폐지’로 임시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면서 연방 정부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예산안은 결국 ‘부채한도 폐지’를 제외한 내용으로 연방의회에서 21일에 가결, 셧다운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세계 곳곳에 충격파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내외 정치지도자들이 차기 대통령의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 영향력 규모는 엄청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혼란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져올 것들에 대한 ‘맛보기’”라며 그는 1기 때와 같은 가드레일 없이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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