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0만~4,000만원 희망” 최다
▶ ‘연봉 눈높이’중소 수준이지만
▶ 기업 이미지 악화에 취업 꺼려
▶ “역대급 구인난·취업난 동시에
▶ 내년 기현상 극에 달할것”전망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과 주요 기업들의 중고 신입 채용 확대 흐름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취업난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역대급 구인난과 취업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기현상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원티드랩과 함께 기업 인사 담당자 202명과 취업준비생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 대다수는 내년도 채용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채용 규모를 묻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 중 41.1%는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34.2%였다. 반면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대답은 21.3%에 그쳤다.
특히 인사 담당자는 2025년 채용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경력직 선호 현상 강화(31.2%)’를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수시 채용 확대(13.1%), 중고 신입 선호 현상 강화(12.1%)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신입 채용을 대폭 줄이는 조치가 확산되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솔희 원티드랩 커리어 코치는 “채용 공고는 많아도 정작 채용 인원은 많지 않고 일정 기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중고 신입을 뽑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청년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취업난에도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한 처우 문제를 떠나 사회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취업 시 희망 연봉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9%는 ‘3,500만 원 이상~4,000만 원 이하’를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3,000만 원 이상~3,5000만 원 미만(27%), 4,000만 원 이상~4,500만 원 미만(17.8%) 순이었다. 청년들이 기대하는 현실적 희망 연봉은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 평균치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청년층이 단순히 급여나 복지가 열악해서 취업을 거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코치는 “청년들이 연봉 때문에 대기업을 선호한다기보다는 교수 등 학교 안팎에서 중소기업 취업을 만류하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을 조롱하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마치 현장을 고증한 듯한 영상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것 역시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만들어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피 현상 확산에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2.9%, 대기업 1.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력 미충원율 역시 중소기업은 13.8%, 대기업은 6.5%를 기록했다. 4년 사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인력 미충원율 격차는 5.3%에서 7.3%로 벌어졌다. 취업난과 함께 구직난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은 특히 최근 2년 동안 구인난이 눈에 띄게 심해졌다고 말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9월 발간한 ‘중소기업 청년고용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종사 비율이 높은 7개 업종 중소기업(근로자 10∼299인) 1,014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8~9월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지난 1년간 청년 직원 채용에서 겪은 어려움 정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66점으로 나타났다. 2년 전인 2021년 같은 조사에서의 3.25점과 비교해 0.41점이 올랐다. 기업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10~19인의 소규모 기업이 느낀 어려움이 3.71점으로 가장 컸다.
청년 채용이 어려웠던 이유로는 ‘구직자 부족(53.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취업을 원하는 청년 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회사의 임금·복지 수준(39.2%)’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인상을 갖춘 구직자 부족(35.2%)’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22.6%)’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김정현 진학사캐치 부문장은 “최근 취업준비생들은 상위 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면 장기간 취업 준비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과거와 같은 중소기업 인식 개선 프로그램으로는 청년들의 인식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의 중소기업 인식 개선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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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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