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발표된 OECD회원국의 성인의 경제-사회-정치분야에서 필요한 지적정보 처리능력 비교 제1차 조사보고서에 이어서 10년만에 발표된 2차 보고서(2024)를 최근 접하고 깜짝 놀랐다. 한국성인의 독해능력이 10년 사이에 25점 감소하였고, 수리능력도 10점이나 저하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조사에 참여한 31개국 중에서 거의 최대로 저하된 것이다.
자세히 보니, 한국만 저하된 것이 아니라, 미국, 이태리, 프랑스, 일본, 스페인, 캐나다, 영국 등 다른 OECD회원국들도 저하되었다.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감소되었다니까 다소 안심이 되지만, 어떻게 한국 성인의 지적능력이 더 많이 저하되었는지 궁금하여 찬찬히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먼저 보고서의 제목이 ‘변화해가는 세계에서 성인(16-6세)들은 성공에 필요한 지적정보 처리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따라서 성인능력 지수는 독해력, 수리력, 적정문제 해결능력으로 3분되어서 측정되었다. 이러한 능력지수의 향상은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혜택을 가져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수리능력의 표준편차가 하나 증가하거나 교육년도가 3년 증가하면, 취업 확률이 1%포인트 증가했다. 또 수리능력의 표준편차가 하나 증가하면 임금이 9% 증가했고, 교육년수의 표준편차가 하나 증가하면 임금이 16% 증가하였다. 또 성인능력 지수의 향상은 개인의 건강만족감과 생활만족감을 높일 뿐 아니라, 정치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칠 능력에 대한 확신감도 높이고, 타인에 대한 신뢰도와 자발적 사회봉사활동 참여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고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인능력 지수는, 소위 말하는 지능지수(IQ)와 달리, 측정의 지표가 절대적이지 않고, 변화되어가는 세계상황에 맞추어서 변화하는 상대적 지표라고 이해되었다. 따라서 지난 10년동안에 세계의 경제, 정치, 사회, 기술 (특히 인터넷, AI등) 상황은 급속히 변화되어가는데, 성인들의 능력이 그에 맞추어서 빨리 배양되고 성숙되지 않으면, 능력지표가 저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전체 성인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지수가 낮은 층의 성인이 더 많이 늘어나면, 국가 전체적으로 평균지수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이나 미국에서 성인들의 지적능력이 다른 선진회원국에서 보다도 더 많이 저하되었다고 조사된 것은 우리들에게 충격적이라고 하겠다. 특히 한국에서는 27-34세의 젊은 연령층에서 그 저하현상이 심하다는 것은 최근의 한국 교육훈련에 대한 질적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가별 평균 성인능력의 등급을 보면, 1위인 핀란드를 위시하여, 한국이 경쟁상대로 삼아야 할 일본은 독해력, 수리력 및 문제해결능력 모두에서 2위에 있고, 미국은 각 능력분야별로 16위, 25위, 19위에 있으며, 한국은 22위, 23위 및 24위에 있다.
성인능력의 분포도를 보면, 상위 10%의 능력지수와 하위 10%의 능력지수 간의 차이에서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 단연 1위이고, 인종적으로 동질성이 높은 한국은 일본과 같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하위 5-8위에 있다.
물론 성인들의 지적정보 처리 능력은 학교에서만 배양되는 것이 아니고, 가정이나 직장이나 사회단체 등 여러 경로를 통하여 개달된다. 따라서 연령별로 그 능력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특이하게도 미국은 연령별로 능력지수에 큰 차이가 없고, OECD 연령별 평균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은 연령별로 능력에 큰 차이가 나는 3-4개 국가 중의 하나이며, 저 연령층은 OECD 평균에 가깝지만, 장년(45-54세) 및 특히 노년층(55-64세)에서는 OECD 연령별 평균지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사회단체들이 노인들의 교육훈련기회와 시설을 많이 만들어서 운영할 필요가 절실하다.
학력별로 보면, 미국의 대학졸업 성인은 모든 능력분야에서 OECD의 대졸평균에 근접하여 상위권에 속하지만, 고졸 및 그 이하의 성인그룹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한국은 모든 능력분야에서 대졸, 고졸 및 그 이하 학력성인그룹은 OECD 학력별 평균에 근접하지 못하며, 최하위 4-6위권에 속하며, 특히 이공계(STEM) 대학졸업생의 수리능력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노령화와 소득수준 증가에 따른 3D 현상때문에 이민 온 성인이 증가하였다. 이들의 성인능력 지수가 비이민 성인에 비하여 열악할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다만 한국에서의 이민성인 (외국태생 이민부모의 자녀로서 외국에서 출생한 성인)의 능력지수가 낮은 것은 물론이고, 비이민 성인의 능력지수와의 차이도 무척 커서, 조사된 31개국 중에서 3-4위를 차지한다.
또 부모의 교육수준별로 성인의 능력지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미 사회-경제학자들에 의하여 잘 밝혀져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부모의 교육수준별로 성인의 능력지수에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OECD차이의 평균에 근접하고 있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 성인의 평균 지적정보 처리능력은 아직 OECD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성인에 대한 교육훈련의 기회 확대와 질적향상이 요구되지만, 특히 인터넷 및 AI등 디지털 지적정보처리능력의 배양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또 인구적,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성인그룹 (노년층, 저학력부모층, 이민층 등)에 대한 지적능력향상정책이 중점적으로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 10년동안에 성인들의 지적능력지수가 낮은 그룹에 속하는 성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나서 국가적으로 성인의 평균 지적능력지수가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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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우 경제학 박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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