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도심동물들 - 대부분 사라진 한국 고유종 고리도롱뇽
올여름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2급인 고리도롱뇽은 또다시 수난을 겪어야 했다. 경남 양산 사송 공공주택지구 개발지 내 고리도롱뇽이 측구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탈출용 경사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집단 폐사(본보 10월 17일 보도)한 것이다. 시민단체는 고리도롱뇽이 한창 자라고 있는 5월, 즉석 시멘트라고 불리는 모르타르를 사용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개발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정작 하청 모니터링 수행기관으로부터 폐사 원인으로 ‘수로 공사로 인한 콘크리트 독성 유입에 따른 수질오염이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받고서도 낙동강환경유역청에는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청은 LH에 뒤늦게 과태료를 물렸지만 보고서만으로는 정확한 폐사 원인 파악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멸종위기종 고리도롱뇽… 탈출용 경사로 만들다가 떼죽음, 왜?
고리도롱뇽(Hynobius yangi)이 처음 보고되기 시작한 건 1997년이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에서 발견돼 고리도롱뇽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2003년에는 국제 학계에도 새로운 종으로 보고된 국제적 희귀종이다. 주로 영남 남동부권에 서식하는데 서식지 개발로 개체수가 크게 줄면서 2017년부터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고리도롱뇽은 매년 습지가 있는 양산시 동면 사송리 일대로 내려와 산란을 하고 9월이 되면 성체가 돼 물 밖으로 나와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고리도롱뇽이 본격 위기에 처한 건 사송리 일대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LH 등이 2017년 12월 말 대규모 아파트와 도로 건설공사에 착수하면서다. LH에 따르면 착공이 가능했던 것은 이곳에서 2019년 발견된 도롱뇽이 고리도롱뇽으로 확인된 게 공사 시작 3년 4개월 뒤인 2021년 4월이기 때문이다. 고리도롱뇽 발견으로 공사는 중단됐지만 임시 산란장(대체 서식지) 설치, 환경영향 최소화 등을 조건으로 그해 12월 재개됐다.
■시민단체, "고리도롱뇽 개체수 80% 감소"
그러나 대체 서식지는 고리도롱뇽에게 크게 도움 되지 못했다. 현재 37곳의 대체 서식지를 마련했지만 고리도롱뇽의 떼죽음은 막을 수 없었다. 서식지가 훼손되는 만큼 개체가 줄어든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공혜선 사송 도롱뇽 서식처보전 시민대책위원회 간사는 “서식지 내 오수 유입, 집수정 내 성체 고립 등 관리소홀로 인한 집단 폐사가 반복돼 왔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고리도롱뇽 개체수가 최소 80%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체 서식지를 만들었음에도 고리도롱뇽의 집단 폐사가 이어지는 데에는 이들이 1~2급수에만 서식하고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습성을 갖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경남 양산, 부산, 울산 이 일대에만 사는 종으로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다"며 “서식지를 철저하게 따지는, 변화에 민감한 종으로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 서식지가 조금만 오염돼도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고리도롱뇽을 지키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꼽았다. 실제 지난해 공공주택지구 밖 도로예정지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으로 작성된 게 드러나면서 재평가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2023년 2월 환경영향평가 업체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지만 환경부는 올해 초에야 거짓부실위원회를 열고 거짓으로 판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관계자는 “거짓으로 판명된 부분은 고리도롱뇽과 관계없는, 조사에 투입된 인원과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며 “재검토 결과 재평가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도롱뇽 지키기 위해선 서식지 개발 금지뿐
그나마 고리도롱뇽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면서 대체 서식지 마련이라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발견됐어도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종도 있다. 2021년 공사장 인근 외송천에서 발견된 양산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Sillanus)이다. 1급수 청정지역에 서식하며 개울이나 동굴의 큰 바위 아래 번식하는데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사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2022년 새로운 종으로 등록하는 데 크게 기여한 양서파충류학 전문가인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는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울산, 부산, 밀양 사이의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일대 개발로 이 종에 적합한 서식지가 매우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이 지역의 모든 개발은 이 종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멸종위기종으로 등록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신종으로 등록한 2022년이 5년마다 이뤄지는 국내 멸종위기종 등록 해와 겹치면서 심사 대상 선정 시기와 맞지 않아 결국 등록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은 법적 보호 근거가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이들의 서식지 보존을 위한 요구가 잇따르자 양산시는 지난해 현지 용역조사를 벌였고 양산꼬리치레도롱뇽 220여 마리를 확인했다. 양산시는 11일 환경부에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서를 정식 제출하기도 했다.
고리도롱뇽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호가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인간의 삶과도 직결돼 있어서다. 홍 교수는 “물과 육지, 양쪽에서 산다고 해서 양서류라고 하는데 두 서식처가 완벽하게 보전돼야 살아갈 수 있다"며 “이들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감종이자 환경 특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생태계 허리 역할을 하며 병충해 방지, 전염병 억제, 작황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대책으로 서식지 보전을 꼽았다. 볼체 교수는 “지금 남은 유일한 방법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발견되는 나머지 서식지를 개발 금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뿐"이라며 “보호구역이 반드시 넓을 필요는 없지만, 효과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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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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