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아치는 탄핵 소용돌이
▶ 수출둔화 속 美 관세 폭탄 예고
▶ 노·박 탄핵때보다 상황 안좋아
▶ 내년 성장률 줄줄이 하향 조정
▶ 정책 공백 속 ‘시한부 대책’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한국 경제가 예전과 같은 안정을 되찾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전략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한국 경제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데다 과거 두 차례의 전직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해도 지금의 경제 상황이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아정이 경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팀 코리아’를 꾸려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2004년 3월, 2016년 12월)의 경우 소비심리가 다소 위축됐지만 성장률이 하락하지는 않았다. 원·달러 환율도 국회 탄핵안 가결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됐을 뿐 달러화의 흐름에 영향을 더 받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당시보다 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에서 어려움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올 하반기부터 힘을 잃고 있다. 수출 증가율을 올 7월 13.5%로 고점을 찍은 후 11월(1.4%)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문제는 내년이다. 고율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전 세계 무역이 위축될 경우 한국의 수출액은 347억 달러 감소하고 연간 성장률은 1.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내수는 상황이 더 안 좋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8% 줄며 8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건설업 생산은 전달보다 4% 하락하며 6개월 연속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6월 이후 16년 4개월 만에 최장 감소 폭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11월 한은은 2.1%였던 성장률을 1.9%로 내렸고 골드만삭스(1.8%)와 씨티(1.5%) 같은 해외 투자은행(IB)은 1%대 중반대를 점치고 있다. 고용 역시 급감할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탄핵정국 장기화시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을 밑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비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쏟아질 통상 현안에 대응할 리더십이 부재한 점도 큰 변수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관세의 무기화’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을 강하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체스판에서 경제와 안보를 큰 그림에서 같이 보면서 어디서 전진하고 어디서 후퇴할지 종합적인 전략을 짜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의 경우 이미 이 같은 대응 전략을 준비해왔다. 캐나다는 올 1월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전문가와 기업 대표, 노동계, 학계 등이 참여한 ‘팀 캐나다’라는 조직을 꾸렸다. 일본 정부 역시 올 초부터 ‘팀 트럼프’를 꾸려 운영 중이다.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서는 내년 경제·산업·통상정책이 짧게는 ‘6개월 시한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 경제팀이 정책을 세우더라도 다른 나라 정부와 시장이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외국에서는 ‘한국의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보다 ‘한국의 리더십이 어디에 있느냐’를 더 걱정한다”며 “정치권은 권력투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협조적인 자세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야당도 국가 운영의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갖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관료 출신의 한 전직 경제단체장은 “탄핵 가결 후 정국의 주도권은 아무래도 야당이 쥘 수 밖에 없다”며 “야당이 수권정당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정부·여당과 함께 국정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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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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