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항공사 기내 판매 1위
▶ 밀폐공간·장시간 여행 영향
▶ 더 자극적이고 맛있는 느낌
▶ 미 농무부 검역 당국 규정
▶ 분말스프 쇠고기 성분 제거
기내식 컵라면 이미지. [농심 제공]
“비행기에 탑승하면 꼭 라면을 먹는다.” 배우 한소희는 지난해 패션 매거진‘W Korea’ 유튜브 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실제 한소희처럼 기내식은 라면만 먹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23년 6~8월 에어프레미아가 운항하는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장거리 노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도 컵라면(19.6%)이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기내 편의점‘에어카페’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도 라면(20.7%)이었다.
■기내 라면 항공사마다 달라
한국 국적 항공기 중장거리 노선 승객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기내 국산 라면 제공이 점차 줄어들면서 이용자의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항공사 별로 기내식 라면의 종류는 각기 다른데 특히 미주 노선엔 특별한 제품이 공급돼 이채롭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맏형 격인 제주항공은 일본, 중국의 일부 단거리 노선을 제외한 전 노선에서 컵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선택지는 다양한데 신라면, 진라면, 오징어짬뽕, 튀김우동 등 네 종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유독 괌, 사이판 등 미주 노선에서는 오징어짬뽕, 튀김우동만 판매하고 있다. 신라면, 진라면은 취급하지 않는 것.
국내 최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8월 세 시간 이상 비행하는 중장거리 노선에서 일반석에 타는 승객에게 제공하던 컵라면 제공을 중단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난기류가 자주 일어나면서 승객의 화상 사고를 방지하려는 조치다. 하지만 중장거리 노선의 일등석, 비즈니스석에서는 여전히 라면을 기내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 일등석은 신라면과 진라면을, 비즈니스석은 신라면만 제공한다. 기존에도 일반석
에 컵라면을 제공하지 않았던 국내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은 비행 시간 네 시간 이상 중장거리 노선의 비즈니스석에만 신라면 한 종을 기내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주 노선은 비건 위주
하지만 이들 항공사가 미주노선에서 판매·제공하는 라면은 대부분 다른 노선에서 제공하는 제품과 겉은 같지만 속은 아예 다른 것이다. 분말 스프에서 쇠고기 성분을 걷어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 제품이 다수다. 대한항공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는 한국에서 만든 수출용 비건 신라면·진라면만 싣는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기내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에서 출발해 미국에 도착하는 항공기에서는 일반 신라면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서 출발해 국내로 향하는 기내에는 수출돼 현지에서 팔고 있는 비건 신라면을 싣는다고 한다.
이들 항공사에 문의한 결과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미국 농무부(USDA) 동식물검역소(APHIS·Animal and Plant Health Inspection Service) 규정이 현지 체류 중인 항공기내에 자국 검역을 통과하지 않은 육류 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 미 검역 당국의 허가를 받은 육류만 기내에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야채, 과일도 마찬가지여서 국내에서 미국으로 싣고 간 기내식에 해당 재료가 남아있을 경우 도착 즉시 바깥으로 옮겨 APHIS의 승인 아래 폐기 처리한다고 한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도 미국 현지에 도착하면 남아 있는 일반 신라면을 모두 버린다. 다만 APHIS는 미국 공항에 도착해 세 시간 이내에 다시 국외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한해서는 기내에 현지 검역을 통과하지 않은 육류, 야채, 과일을 두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음식물 포장이 개봉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국제법상 국적기라도 군 항공기가 아닌 민간 항공기는 다른 나라 영토, 영공에서는 현지 법의 적용을 받는다. 때문에 미국 영공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현지 검역 관련 법령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민간 항공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1944년 채택된 시카고 협약에 의해 민항기는 타국 영공과 영토에서 그 나라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바이러스나 세균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기내에서 밖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현지 검역 법규가 있다면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등석은 봉지라면
라면을 승객에게 제공하는 비용과 방식은 항공사 별로 제 각각이다. 제주항공 기내에서 컵라면을 먹으려면 개당 5,000원을 따로 내야 한다. 가격 책정 이유를 두고 제주항공 측은 “유통 경로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판매하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은 뒤 꽉 닫을 수 있는 비닐봉지에 싸서 제공한다. 혹시라도 승객 본인이나 옆 승객에게 국물이 튀어 화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좌석이 널찍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 승객에게만 라면을 제공하는 국내 FSC는 별도 요금을 받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일등석에는 봉지 라면을 전기냄비에 끓인 뒤 사기 그릇에 담아 오이지, 양파절이, 연근 등과 함께 내놓는다. 비즈니스석에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담아 익힌 뒤 반찬과 함께 제공한다. 2019년부터 일등석을 없앤 아시아나항공은 비즈니스석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익힌 뒤 김치, 단무지와 함께 준다. 고객 취향에 따라 라면 위에 다진 파와 버섯채 등 고명을 놓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라면 종류는 승객 입맛을 따라 바뀌었다. 한 예로 아시아나항공 승객은 2008년 말까지는 신라면만 먹을 수 있다가 2008년 12월부터는 삼양라면도 즐길 수 있었다. 2012년 3월~2024년 3월엔 신라면, 꼬꼬면, 신라면 블랙, 삼양라면, 진라면 등을 시기 별로 세 가지 중 하나를 골라 먹을 수 있었다. 항공사 측은 2024년 4~9월엔 다시 두 종(신라면, 진라면)으로 줄였고 10월부터는 신라면만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시기별로 승객이 좋아하는 라면을 제공해왔다”며 “현재는 선호도가 가장 큰 라면으로 단일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내 라면 “특별한 맛”
하늘에서 먹는 라면은 더 맛있고, 특별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기내식 라면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라면과 다른 제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농심과 오뚜기 측 모두 “기내용으로 공급되는 제품과 일반 제품은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제품 자체의 맛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봉지라면이든, 컵라면이든 하늘에서 먹는 라면이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심리적 이유가 크지 않겠느냐는 게 라면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라면 냄새가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매콤하고 칼칼한 라면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무엇이든 하늘 위에서 먹는 라면이 별미로 인정되다 보니 식품 기업들도 기내식 라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1997년 업계 최초로 대한항공에 신라면을 공급한 이후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전 항공사로 판매처를 넓혔다. 2013년 5월에는 업계 최초로 신라면 컵 제품을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항공 기내식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현재 수십 여 곳의 외항사에도 기내식으로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초창기에는 신라면만 기내식으로 공급했지만 지금은 오징어짬뽕, 튀김우동, 짜장범벅 등으로 제품 종류도 다채로워졌다.
사실 농심의 경우 기내식 라면 매출은 수십 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기내식 라면 매출이 한창 성장할 때인 2019년에 20억 원 수준이었다. 2023년 농심이 신라면 단일 상품으로만 1조2,000억 원의 매출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기내식 비중은 미미한 셈이다. 그럼에도 농심 관계자는 “기내식 라면은 특히 외국인 승객에게 농심 제품을 아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또 라면이 익숙한 국내 고객에게도 기내식 라면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오뚜기도 마찬가지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 외에 다양한 제품을 기내식으로 공급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이스타항공에는 칼로리, 염분 등을 이유로 라면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저칼로리 라면인 컵누들이나 컵누룽지 등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관련 매출이 크지 않지만 기내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호감도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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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기내식으로 금지 시켜야 한다. 지난번에도 옆자리 승객이 라면 먹는데 냄새도 지독하고 후루룩 쩝쩝 먹는 소리도 듣기 싫고 우선 그 뜨거운 국물이 없질러 지는 날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