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인질 명단도 넘겨… “美시민·여성 등 포함”
▶ WSJ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으로 고립무원 놓이자 입장 완화”
이스라엘과 1년 넘게 전쟁을 벌여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타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 문제에서 양보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탈 조짐이 보인다.
11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군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가자지구 철수를 더는 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중재국들에 전달했다.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선인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양분하는 '넷자림 회랑'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의 경우 휴전 이후에도 현 위치에 일시 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동의할 의향을 밝혔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에 더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의 가지지구쪽 구역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하마스측 인사도 배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에도 합의했다고 WSJ은 전했다.
또, 작년 11월 나흘간의 일시휴전 이후 처음으로 억류 중인 인질들의 명단을 지난 8일 중재국들에 넘겼다고 아랍권 중재자들은 말했다.
이 명단에는 미국 국적자와 여성, 고령자, 병자들은 물론 이미 숨져 시신이 된 인질 5명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측은 이와 함께 석방되길 원하는 이스라엘 교도소의 팔레스타인인들의 명단도 제시했다고 한다.
하마스는 WSJ에 보낸 성명에서 "포로 교환 합의에는 쌍방이 있어야 한다. 적(이스라엘)은 중요한 합의에 이르기 위한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집트 등의 중재로 진행돼 온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은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거듭 타결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에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의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등 조건을 추가로 제시하고, 당시 하마스 최고지도자였던 야히야 신와르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타결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신와르는 지난 10월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벌이다 사살됐다. 이어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을 공격해 온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세에 궤멸적 피해를 입고 휴전에 동의하면서 하마스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결국 하마스는 몇 주 전부터 핵심 쟁점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이집트 정부가 제안하고 미국이 지지하는 '60일 일시휴전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휴전안에는 60일간 교전행위를 중단하고 하마스가 미국 시민을 포함, 최다 30명의 인질을 풀어주는 대신 이스라엘은 자국이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 죄수들을 풀어주고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품 반입 확대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휴전 성사를 위해 이집트는 지난달 말 이스라엘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달 들어서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측 대표단이 이집트 카이로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스라엘 측 협상단은 더 많은 인질을 석방할 것을 압박하면서도 필라델피 회랑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을 서서히 철수시킨다는데 동의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 내의 이스라엘군 병력을 재배치할 의향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의 본거지였던 가자지구 북부 등 특정 지역을 정해 접근을 금지하는 방안은 거부한다는 입장이라고 중재국 당국자들은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에는 휴전 협상에서 확실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하긴 이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11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이스라엘 방문을 시작으로 이집트와 카타르를 잇따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이날부터 요르단과 튀르키예를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 2명이 동시에 중동을 방문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외교가에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로 정치적 격변기에 들어선 시리아 문제와, 이스라엘·가자지구·레바논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아랍권 협상가들은 지금껏 여러 차례 협상 타결이 무산됐던 것처럼 하마스가 마지막 순간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WSJ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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