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에 미국에 이민와서 1974년에 현재 와이프를 이곳 볼티모어에서 만나 결혼을 했으니, 올해로 50년이 지났다. 주변에서는 금혼식( 황금처럼 빛나는 깊은 사랑과 결실)이라고 해서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 큰 파티를 열고하지만 우리는 부담없이 조용히 지나기로했다. 대신 기념으로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여행 스케줄 때문에 내년 5월 내 생일 부근에 가기로 했다.
이민 초창기에 만나서 갖은 고생과 파란만장한 세월에 온갖 희비애락을 즐기면서 같이 50년을 지내다보니, 우리 인생은 후회 없는 성공이라 자부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서로 성격차이와 취미가 달라서 티격태격 싸움질도 종종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함께 이해하여 가며 허용심을 넓혀가니까 평화로움이 늘어가고 서로 공동의 행복함을 찾게 되었다.
더욱이 상대가 곤란을 겪고 직장을 잃거나 앞길이 난감해질 때마다 서로돕고 같이 안타까워하며 열심히 함께 파헤쳐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나에게 이러한 도움을 주는 반려자가 오랫동안 내 옆에 있었다는 것을 하느님께 무척 감사하다고 전할 뿐이다. 내가 이기적이다 보니까 대부분 와이프가 내 요구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요새 나이가 들어 늙어가다 보니 와이프도 점점 잔소리가 조금씩 늘어가고, 옛날부터 조금씩 있었던 그녀의 취미 중 하나는 견물생심으로 쇼핑하는 것인데, 온라인에 물건을 뒤져보면서 샀다가 반납하는 경우가 무척 많아졌다.
그래도 돈이 아까워서 웬만하면 안 사고 세일 품목만 찾아보는 편이다.
그래서 내 전화기에 와이프 이름을 ‘신의 선물'이라고 적어놓았다. 마누라 자랑하면 주변에서 나보고 칠푼이라고 불러대겠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와서 보니 그 고마움이란 끝없이 많은데 그 몇 가지만 적어보고 싶다.
•내가 한국에서 못 끝내고 온 대학원 공부를 하고자 메릴랜드 대학(College Park)에 들어갔을 때는 가정이 궁핍하니까 자기도 직장에 들어가 참고 잘 견디어 주었다.
•이민 초기에 한인들의 유일한 모임 중에 하나인 조기축구를 할 때도 옆에서 아무런 불평 없이 지내면서 축구 멤버들의 가족과 파티도 종종 열었는데 지금도 그들과 친목모임을 매달 갖는다.
•내 또 다른 취미인 테니스를 매주 치러 나가서 저녁 늦게 모임을 즐기다 들어와도 별로 크게 불평을 안했다.
•처음 와이프가 직장을 찾아 들어갈 때 다행히 영어를 좀 할 줄 알고 예리한 통찰력 때문에 직장에서 우대를 받으며 오래 머물었고, 직장에서 제공해주는 401K 때문에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직장일로 한참 바쁠 때 와이프한테 온라인을 통해서 각종 돈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지금까지도 모든 돈 관리를 해결해주어서 나는 정말 편하게 살고 있다.
•다행히도 요새는 와이프도 골프를 좋아해서 내가 10년 전에 퇴직할 때부터 같이 골프장에 일주일에 3번이상 나가는데, 모든 준비물을 그녀가 하는 셈이다.
•집에 있을 때 내 또다른 취미가, 아침에는 신문들(한국일보와 Sun Paper)을 보고 저녁에는 컴퓨터에 앉아 온라인 바둑게임을 하는데도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
•와이프는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고, 집안청소하고, 빨래하며, 밖에 화단가꾸기를 하면서 취미를 느끼는지 별로 불평을 안 한다.
•내 머리 깎는 것과 염색을 와이프가 다 해줘서 나는 이발소에 가본 적이 없다.
•식당을 별로 안 가고 왠만한 음식은 집에서 만드는데 예를 들면, 배추김치, 물김치, 만두, 약밥, 케이크와 빵, 거의 모든 종류의 한식과 양식들인 모두가 내 맛에 딱 맞는다.
•친구와 친척들과 우애가 좋아서 종종 연락하고 만난다.
•애는 아들 하나이지만 훌륭히 공들여 키워서 연방정부 특허심사관으로 잘 살고 있다.
•요즘도 밤에 내가 원하면, 와이프는 별로 반기지는 않지만 나의 욕망을 채워주려고 몸을 맡긴다.
•지금은 손녀가 제 할머니만 찾고 좋아해서 매주 우리집에 갖다 맡긴다.
한가지 내가 염려되는 것은 이 글을 와이프가 읽고, 자만심이 생겨서 모든 일에 거부감을 일으킬까 봐 두렵다.
<
윤정진 메릴랜드 바둑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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