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내 요산염 결정 관절 주위 쌓여 발생
▶ 맥주 외에도 모든 술이 요산 증가시켜
▶ 퓨린 성분 높은 내장탕 등 식품 피해야
▶ 과한 운동 요산 증가 오히려 독 될 수도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까 왼쪽 엄지발가락 관절이 시큰거리고 아프더라고요. 발이 붓고 땅에 닿을 때마다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통풍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회생활 초년생인 임모(32)씨는“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잦은 회식 등으로 술을 많이 마신 게 화근이 된 것 같다”며“통풍은 평생 질환이라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고 식단도 신경 써야 한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늘어난 술자리 탓에 통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과 힘줄, 주위 조직에 쌓여 앓게 되는 병이다.
요산은 혈중에 녹아 있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다 녹지 않아 결정체로 혈중에 존재한다. 결정체는 발이나 손가락 마디, 귀 등에 쌓인다. 어떠한 계기로 이 결정이 무너지면 통풍이 발병한다. 면역세포가 무너진 결정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을 시작한다. 염증 반응이 일어나 환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강렬한 통증이 생기는 ‘통풍 발작’이 일어난다.
흔히 맥주를 많이 마시면 걸리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맥주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술은 요산을 증가시키고, 혈액 내 요산이 늘어나면 통풍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술의 종류보단 음주량이 더 중요하단 뜻이다.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 뜻에서 붙은 통풍을 앓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통풍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53만5,100명이었다.
4년 전인 2019년(46만2,279명)보다 약 16% 늘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12배 많았다. 통풍을 앓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많은 건 남성의 알코올 섭취량이 많은데다, 남성의 경우 콩팥의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된다.
통풍에 걸리면 엄지발가락이나 발등과 발목, 무릎 등에 염증이 발생, 통증이 시작된다.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통풍 결절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통풍 결절은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져 요산 결정체가 피부 밑에 덩어리로 침착돼 형성된 것을 말한다. 관절 문제 이외에 다양한 신장 질환도 유발하는데, 요산에 의해 콩팥에 돌이 생기는 콩팥돌증도 그 중 하나다.
통풍을 불러오는 요산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퓨린 성분이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원래대로라면 소변·대변을 통해 배출되지만, 과하게 만들어지거나 배출이 원활하지 않을 땐 혈액 내 요산 농도를 높이는 장본인이 된다.
그래서 통풍 환자나 비만 등 통풍을 앓게 될 확률이 높은 이들은 퓨린 함량이 높은 식품 섭취를 자제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퓨린은 소고기·돼지고기·닭 등 육류와 고등어·꽁치 같은 등푸른생선, 갑각류·어패류에도 많이 들어가 있다. 특히 간 등 내장은 퓨린 함량이 높기 때문에 내장탕 등은 자제하는 게 좋다.
통풍 증상을 악화하거나 통풍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인 알코올은 콩팥에서 요산이 배설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치맥’(치킨과 맥주)이 통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뇨제 성분(티아지드)이나 저용량의 아스피린, 결핵약도 혈중 요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통풍은 여성이 출산시 겪는 산고와 비견될 만큼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 치료를 받지만, 중요한 건 그 이후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반짝 치료’에 그칠 경우 다양한 합병증을 앓게 될 수 있어서다. 요산이 신장과 혈관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실제 통풍환자가 고혈압을 앓게 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4.2배, 심부전 2.7배, 당뇨병은 2.4배 높다. 통풍이 단순한 관절질환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여러 대사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통증 정도를 평가하는 시각통증척도(0~10 범위)는 출산의 통증 수준을 8, 통풍은 9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통풍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면 통풍 발생 빈도가 늘고, 통증 발생 후 회복까지의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통풍 결절이 발생해 관절이 손상되거나 변형될 우려도 있다.
통풍은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추는 요산저하제를 복용하는 식으로 관리를 한다. 약 먹는 것을 중단하면 요산 수치가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고혈압·당뇨병처럼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다. 과음·과식도 피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소변으로 요산을 배설하는데 도움을 줘 통풍에 효과가 있다.
운동도 통풍 관리에 좋지만,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과격한 운동이 요산 생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몸속에 젖산이 축적되면 요산 배설이 감소하면서 통풍 발작이 생길 수 있다. 통풍 발작은 급성 관절염의 일환으로, 관절이 갑작스럽게 붓고 열감과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전 교수는 “조깅과 등산, 수영 등 적당히 땀을 흘릴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통풍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통풍에 걸렸다면 꾸준한 약물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 더 무서운 ‘겨울철 통풍’
2040 세대 남성환자 급증2024년 한해도 어느덧 그 끝을 향하고 있다. 보통 연말에는 송년회 등으로 술 마실 일이 잦아지기 마련이다.
이때 과음과 과식은 누구에게나 좋지 않지만, 특히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통풍환자들인데 송년회에 빠지지 않는 기름진 음식과 과음이 통풍의 악화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 영국 헨리 8세 국왕 등이 앓아 ‘왕의 병’으로 불린다. 통치자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고기와 술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통풍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에는 젊은층도 많이 걸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통풍은 2014년 30만8,728명이었던 환자가 2023년 53만5,100명으로 73% 증가했다. 대부분 남성으로 2023년 기준 약 93%(49만6,290명)를 차지했다. 20~40대 남성 환자가 많아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0대는 167%, 30대는 109%, 40대는 83% 각각 늘었다. 2023년 전체 통풍 환자의 48%를 기록했다.
젊은층에서 통풍이 급증한 이유는 잦은 음주와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등 푸린 함량이 높은 음식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다. 통풍은 일단 발생하면 비약물 치료와 함께 이뇨제나 요산 생성 억제제를 사용해 평생에 걸쳐 치료해야 한다.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식사는 등푸른 생선이나 갑각류 등 푸린체가 많은 식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 대신 퓨린이 거의 없는 쌀·밀가루 등의 소맥류, 김·다시마 등의 해조류, 야채류 등을 먹는 게 좋다. 고단백 위주 식사를 피하고 절주 또는 금주를 한다. 의식적으로 수분을 섭취해 요산 배출을 촉진한다. 통풍은 치료를 계속해도 발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 사례가 많다. 결정이 없어지는 데 시간이 걸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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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맞는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