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2기 앞두고 ‘힘겨루기’
▶ HBM 등 반도체 제재 강화에
▶ 엔비디아 조사 이어 초강수
▶ “광범위한 수출 제한의 서막”
▶ 애플 등 타깃기업 늘어날 듯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미국이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중국이 맞불을 놓으며 미중 패권 경쟁이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핵심 원료 수출을 제한하며 맞받아친 중국은 엔비디아를 반독점법으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무인항공기(드론) 핵심 부품의 서방 수출을 제한하면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모터, 배터리, 비행 컨트롤러 생산 업체 등 드론의 핵심 부품 업체들에 대해 미국과 유럽 기업에 납품 수량을 제한하거나 출하를 완전히 중단하도록 했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중국 정부가 새해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드론 부품에 대한 광범위한 수출 제한의 서막”이라며 “부품 용도에 따라 라이선스 승인을 받는 형태가 되거나 혹은 수출 전 정부에 선전 계획 사전 통보 등의 형태를 갖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날 중국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 반독점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엔비디아 조사에도 착수했다. 엔비디아는 멜라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총국이 제한적으로 조건을 부과해 승인하도록 한 조항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2.55% 떨어졌으며 시가총액도 3조 3900억 달러로 줄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만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정부는 2일 중국에 대해 고대역폭메모리(HMB)와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24곳과 장비 업체 100여 곳 등 총 140곳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중국 정부는 바로 다음날인 3일 중국산 갈륨과 게르마늄, 안티모니, 초경질 재료 등 민간·군수 이중 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통제하기로 하면서 보복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경제·무역·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했다” 비판했다.
월가에서는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엔비디아 규제가 아닌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크레인셰어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브렌든 아이른은 “중국 정책가들은 (트럼프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을 참고하며 중국 내에서 10% 이상의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인 엔비디아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AI 기술 혁명을 주도하려는 미국의 상징과 같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이번 대응이 엔비디아를 통한 미국의 AI 패권 장악에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당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추가 조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제품을 대상으로 사이버 보안 검토를 실시하면서 중국 수출을 옥죄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상대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미중 무역 갈등의 주요 영역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매출이 큰 애플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자산 압류나 거래 제한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언급했다.
미국도 추가 제재안을 꺼내들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 화웨이와 거래 실적이 있는 기업에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중 압박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국방예산승인법에는 국방부 계약 업체가 화웨이나 그 계열사에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를 비판하면서도 미국과 대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등 주요 국제 경제기구 10곳의 수장과 중국이 개최한 ‘1+10 대화’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와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타인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미국이 중국과 마주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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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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