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정대로 시추선 9일 부산 입항 후 12월 중순 탐사 시작
▶ 야당 예산 전액 삭감에 향후 정국 불투명… “외자 유치도 타격”
▶ 내년 3월 시한 체코 원전 최종 수주에도 부정 요인…협상은 진행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현 정부의 산업 분야 핵심 국정 과제인 '대왕고래' 가스전 개발 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이하 한국시간)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국내 정치 상황과 관계 없이 이번 주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의 부산 입항을 시작으로 예정대로 동해 심해 가스전 첫 탐사시추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안정을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추선이 곧 한국에 도착하는 상황에서 1차 시추는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9일 오전 한국에 들어와 보급하고 나서 이달 중순께부터 시추 해역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목표 지점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먼저 2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후 시료 분석 등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첫 탐사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첫 시추까지는 우선 석유공사가 단독 탐사를 하게 하고, 이후 동해 조광권을 유망구조의 실제 분포에 맞게 재조정한 뒤 해외 오일 메이저사의 투자를 유치해 탐사 성공률을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그간 대표적 '윤석열표 사업'으로 인식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최소 수천억원에 달할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석유공사가 우리나라의 대륙붕 일대 자원 개발을 목표로 한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작년 석유공사는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통해 '대왕고래'를 비롯한 동해 7개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돼 개발 필요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산업부를 통해 이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이례적으로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자청해 국민적 기대감을 키우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의 직속 사업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각이 커지는 가운데 야당은 대왕고래 사업이 1인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액트지오사의 자문을 핵심 추진 근거로 삼는 등 부실하고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면서 예산 편성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에서 첫 시추 사업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 예산은 첫 탐사시추 비용 중의 일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추선 임차, 시료 분석, 보급선·헬기 임차 등을 비롯한 여러 용역 계약이 체결돼 비용이 계속 발생 중인 상태로 내년 상반기까지 약 1천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절반인 약 500억원은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나머지 절반은 석유공사의 자체 재원으로 조달하게 하려던 계획이었다.
전액 예산 삭감이 확정되면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 여건이 열악한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전액 비용을 자체 부담할 수밖에 없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3일 브리핑에서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자체적으로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차 탐사시추까지는 어떻게든 석유공사의 자체 재원 부담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된 추가 탐사시추 추진의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봤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 이후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국정 과제로 여겨지는 대왕고래 가스전 개발이 동력을 이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1차 탐사시추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 외자 유치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진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가스전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전방위로 파악해보려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는 것인데 그것에는 조금 타격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1차 시추 결과가 향후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지속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1차 탐사시추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느냐에 (향후 동력이) 연계돼 있다"며 "실제 성공해 가스 생산을 하게 돼도 본격적 생산에 들어가는 시점은 2030년 이후로 성공의 혜택은 후대가 누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상계엄 후폭풍 속에서 정부 간 계약의 성격이 강한 체코 신규 원전 수출에도 일정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과거 한국은 정권을 따라 '탈원전'과 '탈원전 폐기' 거치면서 에너지 정책이 크게 변한 바 있다.
체코 전력 당국은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를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한국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일단 목표대로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계 없이 체코 발주사와 규제 기관은 대표단을 꾸려 오는 9∼13일 한국을 방문해 한수원의 품질 관리 체계를 점검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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