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결제 많은 수출기업은 단기적으로 유리…원자재 수입 많은 업종은 울상
▶ 국가 신뢰도 하락 우려… “시스템 정상 작동 보여줘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국내 산업계가 고환율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으로 강달러 흐름이 나타난 데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시장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일부 수출 기업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원자재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고환율에 불확실성 확대…수출 기업 장기 여파 우려
8일(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환율은 지난 일주일간 24.5원(1.8%) 뛰며 1,400원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르며 1,430원을 육박하는 등 불안정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환율 상승은 달러로 주로 결제하는 수출 기업들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하지만, 원자재 수입이 많은 기업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수출 기업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재 상승, 투자비 증가 등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어 여파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모두 환율 변동에 따라 매출과 이익에 큰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오를 경우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어 수익 구조가 좋아진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사들이는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어 불이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장비·설비 반입 때 비용이 증가하는 등 투자비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 매출은 약 4천억원가량 증가한다. 이 중 일부는 부품, 원자재 비용이나 현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상쇄된다.
국내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이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효과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원유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환차손으로 경영 실적에는 악영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철강·건설사들, 경기둔화·수요위축 속 원자잿값 상승 우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 업계는 환율 급등이 골칫거리다.
수입 비용이 증가해 원가 부담이 증가하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철강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 등 철강회사는 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달러로 유연탄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고환율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수주 단계부터 환헤지(환율변동 위험을 줄이는 조처) 상품 가입을 통해 환율 급등락에 대비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달러화로 공사비를 받아 자재 구입도 달러화로 진행하기 때문에 아직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급격한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을 높여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부담을 높이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국가 신뢰도 하락 우려…"시스템 정상 작동 보여줘야"
정부 간 외교·안보 관계 등이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산 업계도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협상의 경우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 개별 업체와 상대국 간 수출 협의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이 장기화할 경우 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로 사업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며 "현재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가 신뢰도 하락에 따른 고객 불안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또한 비상계엄 사태가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를 표했다. 해외에서 수주업체 선정 시 국가 신인도를 중요하게 본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국가신인도는 발주처에서 가장 중시하는 항목이어서 장기적으로 영향이 없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우려를 고려해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반도체 특별법 등 산업 관련 법안과 정책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외부의 불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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