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을 가진 부사적 의미를 갖는 말이다. 그런데 미주알의 원래 뜻은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말은 사람 속을 처음부터 맨 끝부분까지 속속들이 훑어본다는 뜻으로 쓰인 것 같다. 반면에 고주알은 별 뜻이 없다. 미주알이란 말의 운율에 맞추기 위해서 덧붙인 말이다.
‘썰’은 말을 뜻하는 설(說)이라는 한자에서 유래된 단어로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일컫는다. 표준어도 아니고 사투리도 아니다. 일종의 신조어다.
한국에 있는 썰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아주 오래 전 전라남도에서 유행했던 썰 중에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 항구 도시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이름없는 전남의 작은 읍소재지 벌교 지방 주먹이 상경하여 천하통일을 했던 적이 있다. 미스 전남 진에는 순천 출신 미인이 많이 당선되었다. 한 때 여수항은 전국에서 일본의 밀수가 가장 성행했다. 그래서 떼돈 번 알부자가 많았다.
이에 뒤질세라 전라남도 강진은 양반 자랑, 고흥은 노래 자랑, 장흥은 글 자랑, 진도에선 글씨 자랑까지 들고 나선다. 장흥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의 생가가 있고, 지금도 문학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고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한강의 뿌리도 따지고 보면 장흥이다. 그 고장은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등 유명 작가를 배출하였고, 현역 등단 작가만 120명이 있다. 전라남도 썰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완결판은 ‘남도 가서 절대 맛 자랑 하지 말라'는 썰이다.
전라남도는 수려한 자연과 문화재,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이 많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으뜸은 단연 음식이다. 충청남도 경상남도도 있지만, 남도음식이라 하면 전라남도라고 인식되는 것을 보면 전라남도는 한마디로 맛의 고장이다. 넓고 기름진 논과 밭, 온화한 기후가 더해진 전라남도는 자연스레 농업이 발달했다. 서해와 남해에는 넓은 갯벌이 있어 해산물도 풍부하다. 다양한 식재료가 풍부하다 보니 전라남도는 옛날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해 특색있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즐비한 ‘맛의 요충지’다.
한국에만 썰이 있는 게 아니다. 미국에도 썰이 있다.
미국에서는 “보스턴에서 학력 자랑하지 말고, 워싱턴 DC에서 경력 자랑하지 말라.”는 썰이다. 하버드, MIT, 보스턴 대학, 버클리 음대 등 명문 대학들이 있는 교육의 도시 보스턴에서는 최소 석사 학위는 있어야 스몰 비즈니스도 할 수 있다는 고급스런(?) 썰도 있다.
DC에는 거물급들이 워낙 많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DC에서는 웬만한 경력으로 자기 자랑하면 코 깨진다는 우스게 썰이다. DC 다운 타운에서 점심 시간에 넥타이 매고 길을 걷는 90%가 변호사라는 썰이 있을 정도이다.
DC는 썰도 있지만, 세계 정치 일번지답게 팩트도 있다. DC와 붙어 있는 Northern Virginia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시하여 최근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한국의 여러 정치 거물급들이 와신상담 청룡의 꿈을 품고 살다 간 곳이다. 용꿈을 이루기도 하고, 개꿈으로 끝나기도 하면서….
한때 미국 한인 사회(Community)에서 유행했던 썰도 있다. “이민 올 때 공항에 마중나온 사람의 직업이 곧 내 직업이 되는 사례가 많다”는 썰이다.
한국민들이 미국땅에 와서 ‘먹고 마시고 주름잡고 휘날리며 동네방네 휩쓸고 다닌다.‘는 썰이 백미(白眉)다. 먹고: 델리, 식당/마시고: 리커스토어, 컨비니언 스토어/주름잡고: 세탁소/휘날리며: 가발가게, 미장원/휩쓸고: 청소회사.
미국 이민와서 많은 한국인이 종사하면서 아메리칸 꿈을 이루웠던 직업군을 뜻하는 썰이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그 시절이 미국 한인사회의 봄날이었고 황금기가 아니였을까? 그 시절이 그립다.
두서없이 잡다한 썰을 늘어 놓았지만, 그래도 썰 중의 썰은 단연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의 DNA를 심어 준 한강의 아버지가 글쟁이로 활동을 하고 있는 ‘장흥의 글자랑’ 을 뽑지 않을 수 없다. 한강 작가는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수여하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장흥에서 글자랑 하지 마라'는 썰이 헛소문이 아니고 팩트임을 증명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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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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