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엔털롭 캐년
지난 10월말 한스여행사가 개발한 5박6일 서부여행 코스인 유타주와 숨은 명소들을 찾아가는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유타주의 자이언 캐년, 모뉴먼트 벨리, 아치스 캐년, 데드 호스 포인트 주립공원과 애리조나주의 엔틸롭 캐년, 호스밴드 글랜캐년, 그리고 콜로라도 주의 콜로라도 내셔널 모뉴먼트와 레드 락 파크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 첫째 날: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서 가이드와 미팅하고 15번 도로를 따라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서부에 오면 느끼는 것은 동부는 나무들이 우거져 생동감이 있지만 멀리까지 볼 수 없는 답답함이 있는데 이곳은 사막지역이라 수목들이 없는 대신 멀리 지평선이나 산들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과 푸른 하늘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첫 번째 도착한 곳이 서부의 3대 캐년 중 하나인 유타주의 자이언 캐년(Zion National Park)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자이언 캐년의 협곡에 들어서니 붉은 사암의 봉우리들이 그 누구의 도전에도 정복당하지 않을 듯 협곡 사이에 웅장히 서 있다. 자이언 국립공원의 상징적인 나바호 사암 봉우리에 특이한 체크무늬의 패턴으로 이루어진 Checkerboard(체커 판) Mesa는 초콜릿이 줄줄이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듯, 겹겹이 겹쳐 만들어진 독특한 형상의 신비한 바위들을 보며 조물주의 위대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 둘째 날: 아침에 애리조나 주로 출발하여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Horseshoe Band에 도착하여 유구한 세월 동안 물이 흘러 말발굽 형태로 깎아내어 만들어진 깊이 1km의 협곡 속 검푸른 강을 경이로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한 시간 가량의 산책을 끝내고 앤털로프 캐년(Antelope Canyon)으로 향하였다. 죽기 전에 꼭 보아야할 ‘절경 리스트 101’ 중 하나인 이곳도 역시 나바호족 가이드와 동행해야만 볼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로워 캐년(Lower Canyon)이었는데, 평지에서 400피트 깊숙이 파여진 캐년으로 옛적부터 붉은 사암에 물이 흘러 파인 골짜기다. 지금도 비가 오면 거세게 물이 흘러가는 곳인데 얼마 전 나바호 원주민 총각이 잃어버린 양을 찾다가 발견한 골짜기라 한다.
10분가량 평지를 걸어가서 계단과 사다리를 타고 400피트를 더 내려가면 한두 명이 다닐 만한 붉은 사암의 좁은 골짜기가 나타난다. 비단결 같이 침식된 붉은 사암의 좁은 골짜기에 하늘에서 내리 비치는 햇빛이 어우러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황홀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 어느 곳을 찍어도 정말 멋지고 독특한 사진이 연출된다. 그 중에서 ‘바람의 여신 형상과 ‘아기 상어’, 햇빛이 만드는 ‘해마’의 독특한 암석 지형들을 카메라에 담아 두었다.
점심식사 후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인 모뉴먼트 벨리(Monument Valley)로 향하였다. 모뉴먼트 벨리는 서부영화에 나오던 거대한 깎아지른 돌산들인데 12가족의 나바호 인디언만 거주하는 그들의 자치 구역으로 나바호 인디언들과 함께라야 진입할 수 있다.
입구에는 흙으로 만든 원형과 사각형 집이 지어져 있었는데 남자는 사각형의 집에서, 여자들은 원형의 집에서 기거하였다고 하는데 어느 곳을 찍어도 예술성이 돋보이는 모뉴먼트 벨리를 돌아보며 그 경이로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죤 웨인이 말을 타고 나타날 것 같고 멀리 펄럭이는 사람의 옷자락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망토인 양 연상되고 내가 탄 내이티브 나바호 여인이 모는 밴은 서부의 개척시대 마차를 탄 양 덜컹거렸다. 지표에 흙이 있고 그 아래 암반이 있는 것이 상식인데 어떻게 거대한 암벽들을 흙이 떠받치고 있는지 마치 외계의 행성에 불시착한 느낌이다.
석양의 모뉴먼트 벨리를 아쉽게 뒤로 하고 나바호 원주민 지역 모뉴먼트 벨리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에 숙소를 정한 우리는 나바호 원주민이 경영하는 호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 셋째 날: 아침, 호텔 테라스에서 모뉴먼트 벨리 뒤에서 밝아오는 경이로운 일출을 감상하고 다시 유타의 상징이자 자랑인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을 향해 3시간에 걸쳐 Moab으로 이동하였다.
밋밋한 사암의 바위산을 40분가량 걸어가면 급경사와 함께 산등성이 너머 경이로운 형태의 붉은 아치들과 첨탑 모양의 붉은 바위들이 나타난다. 막연히 큰 사이즈의 바위들이 있는 곳이라 짐작했던 아치들은 놀랍게도 높이가 무려 16m나 아치들과 첨탑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떻게 그 오랜 세월을 벼랑 끝에 무너지지도 않고 서 있을 수 있는지, 오는 길엔 발란스드 락이 위태하게 아래위를 서커스 하듯 서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렇게 유구한 세월을 어떻게 수백 톤이나 되는 두 바위가 위태롭게 곡예하며 맞물려 서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이날 모압에서 1박을 했는데 성경에 나오는 지명과 같은 이름의 도시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도 궁금하다.
# 넷째 날: 아침 일찍 유타의 주립공원인 Dead Horse Point State Park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경이로운 국립공원들을 계속 봐 와서 이곳은 일반적인 주립공원이고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사가 기록된 장소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직접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그랜드 캐년이 있었다. 그래서 가이드들은 서부투어의 메인 일정인 그랜드 캐년을 가기 전에 이곳을 먼저 보여 주지 않을 만큼 닮아 있다.
구전에 의하면 말을 방목하려 왔던 카우보이들이 강물이 있고 먹을 풀이 있는 이 지역에 말을 풀어 놓고 모압 지역에서 한바탕 즐기다 한참 후에 돌아와 보니 말들이 모두 쓰러져 죽어 있었다는데 이유는 언덕 아래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있었지만,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없어 물을 먹지 못해 말들이 죽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Dead Horse Point라 한다.
유타주를 떠나 약 세 시간에 걸쳐 워싱턴으로 통하는 70번 국도를 따라 콜로라도 주로 이동하였다. 국립 랜드마크이자 유명한 록키산맥 깊숙이 콜로라도 주로 넘어오니 수목들이 큼직하고 강물이 넉넉히 흘러가고 주택들이 눈에 띄었다. 산맥 하나를 건너오는 중인데 풍광들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전혀 다른 세계로 넘어온 듯하다.
Colorado National Monument(콜로라도 내셔날 모뉴먼트)에 도착한 우리는 유타주에 비해 손색없는 또 다른 거대한 바위산들을 구경하고 온천이 있는 고풍스러운 록키산맥 속의 Glenwood Springs에 도착 여정을 풀었다. 산중에 있는 고풍스러운 Glenwood Springs는 유럽의 어느 시골 도시+ 미국의 도시, 그리고 비즈니스 타운이 믹스된 유닉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온천도시였다.
# 다섯째 날: 우리의 마지막 일정인 덴버로 가기 위해 대륙 횡단도로인 70번 도로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 길은 록키산맥을 넘는 최고로 멋진 구간으로 워싱턴DC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 인터스테이트 70번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중령일 때 개발한 동부에서 서부로 가는 고속도로로 2개의 터널을 건설하며 완성되었다는데 그 터널 하나는 잭슨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젠하워 터널이다.
록키산맥을 넘으니 어느 듯 집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덴버 가까운 곳에 콜로라도의 랜드마크이자 유명인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원형 황토 사암극장인 Red Rock Amphitheatre를 돌아 보았다. 산 중턱에 공룡의 흔적이 있는, 9,525명을 수용하는 대형 사이즈 원형 극장인데 나의 청년시절 수 년 동안 장발을 하고 다니게 했던 비틀즈의 공연 사진도 걸려 있었다.
덴버 청사를 구경한 후 한 시간가량 북상하여 미 공군사관학교를 지나 덴버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신들의 정원으로 불리는 ‘Garden of Gods’를 돌아보고 덴버 시내에서 며칠 만에 한식으로 회포를 풀고 집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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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락빌,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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