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출 2.5%~3.5% 증가 전망,‘선택적·신중한’ 소비 트렌드
▶ 월마트, 고소득 고객 증가… 크레딧 부채는 사상 최고
한 소비자가 시카고 월마트에서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고르고 있다. 올 연말 소비자 지출이 작년보다 늘겠지만, 할인 제품 구매 등 신중한 소비 트렌드가 나타날 전망이다. [로이터]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연말 쇼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매업계에 따르면 여전히 높은 물가와 치솟는 가계 부채에도 불구하고 올해 지출액이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 관리 업체 ‘컬럼비아 쓰레드니들 인베스트먼츠’(Columbia Threadneedle Investments)의 마리 쇼 시니어 연구원은 “지난 2년간 나타났듯이 올 연말에도 할인 제품 구매, 과다 지출 자제, 신중한 구매와 같은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며 “안정적이며 선택적인 지출에 나서는 소비자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 월마트, 고소득 고객 증가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이미 일부 대형 소매업체 실적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월마트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연 소득 10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 고객이 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구매 행태를 보인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어 경쟁 업체 타겟은 불필요한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소비자가 늘고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경쟁 업체로 고객이 이동하고 있어 올 연말 매출 전망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전국소매연맹’(NRF·National Retail Federation)은 올 연말 소비자 지출 규모가 작년보다 2.5%~3.5% 증가한 약 9,795억 달러~9,8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 증가 폭인 3.8%보다 낮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한 수치다. 매튜 셰이 NRF CEO는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지출 회복력을 보이며, 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연말 쇼핑 시즌이 예년과 다른 점은 대통령 선거라는 큰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불확실성이 있는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미루는 등 전과 다른 소비 패턴이 나타난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와튼 경영대학 패티 윌리엄스 교수는 “소비자들은 선거를 전후로 대형 구매를 미루고 선택적인 지출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라며 “소비자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올 연말 소매업계 매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 ‘대선’ 불확실성 사라져
반면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의 마샬 코헨 소매 부문 책임 어드바이저는 “선거 결과는 소비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기분이 좋아 소비에 나서고, 반대로 지지한 후보가 탈락하면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한 쇼핑에 나서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올해 25세인 그레이스 맥기니스는 선거 다음날인 11월 5일 선거 결과를 듣고 쇼핑을 해야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는 그녀는 바로 홈굿즈, 마샬스, 하비로비 등의 매장을 찾아 마음껏 쇼핑을 즐겼다. 침실을 꾸밀 크리스마스 장식, TV 스탠드에 올려놓을 피규어, 소파용 쿠션, 옷 몇 벌을 사는데 약 200달러를 썼다. ‘커니 소비자 연구소’(Kearney Consumer Institute)의 케이티 토마스 연구원은 “선거 직후 일부 소비자가 감정적인 소비에 나설 수 있지만 연휴 세일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은 추수감사절 주간”이라며 “블랙프라이데 세일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열풍은 시작된다”라고 설명했다.
▲ 연말 예상 지출액 평균 900달러
지난 4년간 식료품 가격이 22%나 급등하고 이자율 상승으로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 쇼핑 시즌만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다. 경제 연구 기관 무디스의 미키 차다 소매업계 분석가는 “물가가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올 연말 소비자들은 신중한 지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겟의 릭 고메즈 ‘상업부문 수석 책임자(CCO)인 릭 고메즈는 “신중한 소비 트렌드가 3분기 매출 성장 둔화 원인”이라며 “10월에 시작된 타겟 서클 주간 전부터 이미 매출이 감소했으며, 그 이후에도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눈높이를 낮춰 소비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미국 소매 업계 매출 지표로 여겨지는 월마트의 경우 전 품목에 걸쳐 고소득 고객의 소비가 늘어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트렌드에 고무된 월마트는 연말 쇼핑 시즌 기간 칠면조, 장난감, 기프트 카드 등에 대한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NRF의 셰이 대표는 “연말 쇼핑을 위해 1년 내내 저축하는 소비자도 많다”라며 “연말 특수가 항상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한다”라고 설명했다. NRF는 올해 소비자가 선물 구입에 평균 641달러, 계절 제품에 평균 261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인기를 끌 장난감으로 토니박스 오디오 플레이어, 배트맨 변형 배트모빌, 플레이도 피자 배달 스쿠터 등을 꼽았다. 또 중학생 나이대의 경우 38달러짜리 솔 데 자네이로 바디 스프레이, 80달러짜리 핑크 팜 퍼프 후디, 스킨케어 제품용 미니 냉장고 등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 크레딧 카드 부채는 사상 최고
한편 소비자들의 크레딧 카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크레딧 카드 부채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은행의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동안 크레딧 카드 잔액은 전 분기보다 약 240억 달러(8.1%) 증가한, 총 1조 1,700억 달러로 집계됐다.
크레딧 카드 부채 규모는 1조 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15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연체율은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3분기 연체율은 8.8%로 2분기의 9.1%보다 조금 낮아졌다. 주택 담보 대출,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크레딧 카드 부채를 모두 포함한 3분기 가계 부채는 1,470억 달러 증가한 17조 9,400억 달러로 불었다.
모든 소비자가 무리하게 지출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주로 예상치 못한 응급 상황, 의료비, 자동차 수리비 식료품 구입을 위한 크레딧 카드 사용이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이 여전히 많고, 수입과 지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크레딧 카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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