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비오·왈츠 이어 러트닉도 ‘대중 강경파’…러트닉은 비교적 온건정책 가능성도
▶ 경제학자들, 미국 밖으로 눈돌리는 中에 주목…“무역전쟁 2라운드 없을듯”
▶‘中 투자’ 머스크·차기 재무장관 역할 주목…트럼프 예측불허성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의 관세와 무역을 총괄할 상무장관으로 '월가 억만장자'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하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관세전쟁이 벌어졌던 미중관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러트닉이 매파(강경파)로 알려진 만큼 미중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의 달라진 전략에 주목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2라운드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 '매파 내각' 러트닉·루비오·왈츠…"미중관계에 매우 위험한 요소"
21일(현지시간 기준)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러트닉은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좀비 마약'의 원료) 공급처"라며 비난하거나 "전세계 모든 나라에 관세를 부과해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돌려놔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러트닉은 트럼프 선거캠프에 정치자금을 대온 강성 지지자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대외무역 기조에서도 뜻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이인 것이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원의 케빈 첸 연구원은 "러트닉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다른 강경파들과 함께 미중관계에 매우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첸 연구원의 언급처럼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기용을 결정한 내각 인사들 면면을 보면 마치 중국 보란 듯 중국에 적대적 인물들을 주요 자리에 앉히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그의 매파적 내각 인선이 암시하는 것보다 덜 강경할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를 심도 있게 다뤘다.
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중국 주요 정책을 관장할 인물로 공산주의 정부를 비판해온 쿠바계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을 꼽았는데, 그는 14년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등에서의 인권 문제는 물론이고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등과 관련된 입법까지 추진했다.
앞서 루비오 의원은 지난 9월 '중국이 만든 세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산업 지배 전략으로 인해 미국이 직면한 위협을 분석하고, 더는 구시대적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 역시 지난해 한 행사에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냉전에 들어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 온 서구가 이끄는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발언했다.
◇ 러트닉은 시진핑 등 독재자 지지 발언도…"머스크도 중국과 상당한 이해관계"
반면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러트닉은 이들보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온건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러트닉이 월가에서 비즈니스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매정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중국 인권 문제들을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이윤만을 쫓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나머지 인사들과 오히려 충돌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러트닉이 아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여러 '독재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고 NYT는 강조했다.
러트닉이 트럼프의 정치적 심복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지명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몫했을 것이라는 점 또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브 레빈 홍콩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일론 머스크는 중국과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러트닉의 정책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가장 큰 공장이 상하이에 있기도 하고, 머스크가 중국 경기 침체기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레빈 교수는 "러트닉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중국에 대해 가장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는 인물 중 한 명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변덕'도 미중 관계 향방 결정 주요인
그러나 무엇보다도 트럼프 당선인의 독특한 캐릭터가 미중 관계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NYT가 "변덕스럽다(vacillating)"고 묘사한 그의 예측불허성 자체로 인한 불확실성이 향후 미중 양국 사이의 무역 관세, 대만 문제, 군사 태세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가 갑자기 틱톡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등 돌변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또 그의 1기 임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부'를 좋아했던 것처럼 시 주석의 트럼프 당선인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NYT는 지적했다.
러트닉 상무장관과 함께 주요 경제정책을 주무를 재무장관의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대중 무역관계에서 관건이 될 수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 시진핑 행보도 달라져…"공통점 찾자" 유화 발언
시 주석이 최근 보여준 달라진 '유화 행보'에 주목하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은 페루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파트너·친구가 돼 구동존이(求同存異)하고 서로 성취한다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점을 찾고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의미의 '구동존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발언이었지만,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됐다.
SCMP는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중국 대응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기사를 통해 중국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문제로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제학자들 의견을 소개했다.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관세가 중국 경제에 1.5%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중국은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경기부양책, 공급망 다각화, 위안화 평가절하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공격적 보복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산 항공기 등에 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지만 미국에 대한 무역 협상 여지는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국내 공급망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산 전자제품 등의 수요를 맞출 대안을 그렇게 빨리 마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힘을 싣는 중국의 대외 다변화 전략도 주목했다.
러블리 선임위원은 중국이 수조 원을 투자해 페루에서 건설한 창카이 메가포트(초대형 항만)를 예로 들며 "중국이 미국 외 대체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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