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공사, 美가스 장기계약 체결 가능성…석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 관측도
▶ 중동 의존도 낮춰 에너지 안보 강화·트럼프 신정부 관계 관리 ‘일석이조’
▶ 트럼프, 무역적자 해소·석유가스 수출 확대 공약…韓 ‘역대급 대미흑자’ 관리 필요성
무역적자 해소를 통한 경제 재건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가스를 중심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미국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 트럼프 신정부의 대한국 무역 압력을 촉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대미 무역수지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 에너지 수출 확대 공언한 트럼프…'큰손' 한국 호응하나
10일(한국시간)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민간 차원에서 원유와 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릴 다양한 실행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통상 당국은 트럼프 신정부가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아 통상 압력을 가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가 효과적 대응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8대 무역 적자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9월도 399억달러로 다시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 확대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경제 공약인 '화석 경제 부활'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미국 신정부로부터 환영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에너지 강국이 돼 큰돈을 벌어들일 것"이라면서 석유를 2∼3배 수준으로 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화석 경제'를 부흥해 자국 내 에너지 가격을 확 낮춰 국민 부담을 낮추고, 에너지 수출도 늘려 미국의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다.
앞서 한국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에도 민관 차원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조치에 나서 일정한 성과를 낸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 가중, 미국산 에너지 가격 하락 전망 등 제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로 대미 관계 관리를 넘어 경제안보 강화와 경제적 실익까지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미국산 에너지가 중동산에 비해 물류 비용이 더 비싸고, 운송 기간이 길다는 단점은 있지만 단가 측면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와 미국 셰일가스가 중동산보다 싸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중동과 달리 미국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공급 역시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은 전체 원유와 가스 중 각각 13.5%, 11.6% 미국에서 들여왔다. 작년 기준 미국은 우리나라의 2위 원유 도입국이자 4위 가스 도입국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 비중은 각각 0.2%, 0.1%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2017∼2021년)를 거치며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비중이 상당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LNG 3위 수입국이다. 작년 한 해만 한국은 LNG를 360억달러어치 수입했다. 국제 가스 시장에서 한국은 호주, 카타르, 미국 등 주요 가스 수출국들에 '큰손' 고객이다.
한국의 에너지 구매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계 관리를 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해 미국의 대한국 통상 압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 가스공사, 트럼프 신정부 출점 전후 美 장기계약 '관심'
업계에서는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현재 가스 도입선을 다변화할 여지가 있어, 가스공사가 미국산 가스 구매를 확대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가스공사는 1990년대부터 이어온 카타르, 오만과 연간 총 연간 898만t 규모의 장기 계약을 올해 말로 종료한다. 내년부터 이를 대체하는 장기 계약 물량은 358만t. 기존 장기 계약 대비 연간 540만t 물량이 감소한다.
가스공사는 감소한 장기 계약분 중 연간 400여만t은 3∼15년 기간의 단기·주기 계약으로 채우는 등 도입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국제 가스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탄소중립 전환 속도 등 상황에 따라 국내 수요가 빠르게 감소할 수 있어 수요와 시황 변화에 유연한 대응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가스 도입선 선택을 위한 일정한 여지가 있는 가스공사가 2028년 이후 도입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추가 장기계약 입찰에서 미국산 가스 도입을 결정할 것인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가스공사는 이르면 내년 초 낙찰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내년 1월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전후로 미국산 가스 계약 발표가 나온다면 이는 한국의 대미 에너지 수입 확대를 공식화하는 이벤트로 여겨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가스를 공급하려는 업체가 추가 장기 계약 입찰에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한국의 선택지가 넓어져 장기 계약을 맺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스보다는 수입 확대 여력이 작은 편이지만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를 지원하는 방안도 정부의 검토 대상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중동에 치우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촉진 차원에서 중동산 도입 대비 더 들어가는 운송비, 비축 비용 등을 보전해민간 업체들의 미국산 원유 수입을 촉진·유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국이 선제적 무역 수지 관리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트럼프 신정부의 '무역전쟁 표적'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에 "미국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상대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졌는데 한국이 타깃이 될까 우려된다"며 "에너지, 농산물 등 수입선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미국 내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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