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붕 곰팡이인 줄 알았는데 태양광 패널
▶ ‘드론’ 띄워 주택 확인하는 보험사 늘어
최근 드론 등 첨단 항공 기술을 동원해 주택 상태를 진단하는 보험 회사가 늘고 있다. 가입 및 갱신 거절에 대비해 지붕 관리 등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로이터]
수영장, 패티오 등 뒷마당 시설 관리 부실로 보험 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적지 않다. [로이터]
전국적으로 주택 보험 대란이다. 자연재해 다발 지역의 주택 소유주들은 주택 보험료 인상 통보와 함께 신규 가입 또는 갱신 거절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천문학적인 보상금 지급으로 재정난에 빠진 주택 보험 회사들이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대며 기존에 가입된 주택 보험 갱신을 거절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주택 소유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최근 가주의 한 주택 소유주가 경험한, 황당한 주택 보험 갱신 거절 사례를 소개하며 대비 요령 등을 설명했다.
◇ 태양광 패널을 곰팡이로 오해해
북가주 페어필드에 거주하는 한 부부는 얼마 전 20년 동안 변경 없이 가입을 유지해 온 주택 보험 회사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통보에 따르면 지붕 상당 부분이 곰팡이 또는 이끼로 보이는 물질로 뒤덮여 주택 보험 갱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부부는 즉시 지붕 수리업체를 고용해 지붕을 점검한 결과 지붕에는 곰팡이나 이끼는 전혀 없었고 지붕 상태도 양호하다는 점검 결과를 받았다. 나중에 보험 회사에서 드론을 사용해 촬영한 지붕 사진을 확인해 보니 보험 회사가 주장한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은 다름 아닌 태양광 패널이었다.
부부는 점검 결과와 함께 보험 회사인 리버티 뮤추얼에 항의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전반적인 지붕 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이유로 보험 갱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부는 “보험 회사가 산불 등 자연 재해 발생 위험 높은 지역에서의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기 위해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을 사용해 우리와 같은 주택 소유주들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 같다”라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부부는 하는 수 없이 다른 보험 회사를 통해 주택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료는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 드론 띄워 주택 상태 정말 진단
주택 보험 업계에 따르면 드론과 같은 항공 촬영 기술을 보험료 산정이나 신규 발급 및 갱신 절차에 사용하는 보험 회사가 늘고 있다. 보험 회사들이 주택의 현재 및 미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해 보험 인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드론을 주요 기술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 인수 결정에 필요한 지붕 수명이나 나무 쓰러짐에 의한 파손 위험, 주변 산불 발생 위험, 주택 크기 등의 정보를 측정하는데 드론만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또 드론을 이용해 뒷마당이나 수영장 관리 상태, 사고 발생 위험이 큰 시설 여부 등을 파악해 보험료 인상이나 갱신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보험 회사도 많다. 이에 대해 주택 보험 업계는 첨단 기술을 사용해 고위험 주택을 제거함으로써 기존 주택 소유주들의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갱신 거절 사례 늘어날 것
주택 보험 회사들이 첨단 기술까지 동원해 보험 갱신 거부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미국에서 발생한 심각한 폭풍으로 인해 약 592억 달러에 달하는 보험 손실이 발생했다. 또 리얼터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22조 달러 규모의 주거용 부동산이 홍수, 강풍, 산불, 폭염 등의 자연재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보험 회사의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자연재해 발생 빈도가 높은 주에서는 페어필드 부부의 사례처럼 황당한 이유로 보험 갱신이 거절되거나 보험료 인상이 실시되는 경우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가주의 경우 대형 보험 회사 스테이트 팜이 지난해 여름 신규 주택 보험 발급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일부 지역 주택 보험료를 52%까지 인상했다. 이 밖에도 주요 보험사인 파머스 인슈어런스, 올스테이트, USAA, 하트포드 등도 가주에서 주택 보험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거절 사유 요청하고 필요한 조처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주택 보험 갱신 거절 통보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해당 보험 회사에 연락해 드론 촬영 사진 등을 요청하고 갱신 거절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 다음 보험 회사가 제시한 거절 사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문의해서 필요한 조처를 해야한다.
그래도 보험 회사가 갱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관할 주정부 보험 감독국에 연락하는 방법밖에 없다. 보험 회사가 제시한 거절 사유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주 보험국을 통해 불만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보험국을 통한 불만 제기로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높은 보험료를 적용하는 다른 보험 회사를 통한 가입 등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보험 전문가들은 평소 주택 관리와 수리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 보험료를 낮추고 갱신 거절을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거래 10건 중 1건, 주택 보험 문제로 깨져
가주에서는 급등하는 주택 보험료가 주택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가 부동산 에이전트 약 9만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에이전트 중 약 13.4%가 올해 주택 보험료 문제로 주택 거래가 무산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을 한 에이전트 중 약 75%는 바이어가 보험 가입이 거절돼 거래가 취소됐고 약 18%는 보험 회사로부터 제시받은 보험료가 너무 비싸 주택 구입이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주택 보험 증서를 대출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데 보험 가입이 거절되면 대출을 받지 못해 주택 거래가 취소될 수밖에 없다.
해나 존스 리얼터닷컴 선임 애널리스트는 “가주 상당수 주택이 산불로 인한 피해 위험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로 인해 주택 보험 가입이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바이어들은 주택 구매를 망설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보험 가입이 승인되더라도 비싼 수리비와 에스크로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농촌 지역 바이어들이 적절한 주택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가주 주택 소유주는 법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모기지 대출을 보유한 소유주는 주택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만약 적정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면, 가중 정부가 운영하는 ‘페어 플랜’(FAIR PLAN)을 통해 보험을 구매할 수 있다. 가주 전체 주택 중 약 5% 미만이 페어 플랜에 가입되어 있는데, 보험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겨울철 폭설 피해나 파이프 파열 등의 피해는 보장 범위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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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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