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이 양당 대통령 후보의 장단점을 따져보는 동안 필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사건을 곱씹고 있었다. 필자의 머릿속에 강하고 선명하게 각인된 사건은 2021년 1월6일에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폭거다.
그러나 필자는 - 비록 끔찍하긴 했지만 - 그날의 물리적 폭력에 관해 생각하는 게 아니다. 폭도들의 행동은 정치적 지향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당시 상원 공화당 대표였던 미치 매코넬(켄터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니키 헤일리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이 이들을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필자 생각에 의사당 난입사태의 가장 소름돋는 대목은 폭력이 멈추고 질서가 회복된 후 의사당 밖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날 밤 하원은 전국의 각 주에서 보낸 선거결과 인증을 위해 회의를 재개했다. 여기서 잠시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라: 의회의 선거 결과 인증 작업은 여러 주에서 제기된 이의를 검토해 표결처리하고, 재판에 회부됐던 수 십건의 불복 소송이 모두 기각된 후에 진행됐다.
이처럼 모든 법적인 설차가 마무리되고 의사당 난입사태가 수습된 직후에도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하수인들은 원내 지지자들에게 선거결과를 부인하고 무효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여기에 기꺼이 호응한 공화당 하원의원 139명이 선거 결과 인증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공화당이 충분한 표를 갖고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트럼프가 선거인단 계수 인증을 주재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선거인단 인증은 헌법에 명시된 명목적 작업이다. 트럼프는 상원의장직을 겸한 펜스 부통령에게 이를 거부할 권한이 있는 듯 행동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응하지 않자 트럼프는 소셜미디아를 통해 여러차례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고 의사당 밖에 운집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펜스를 목매달자”는 구호를 외쳤다. 펜스가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했다면 우리는 사상초유의 헌정위기에 직면했을 것이고 2주 후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할 수 있었을지 여부도 확실치 않았을 것이다. 그 날에 대한 조지 W. 부시의 평가대로 “이같은 선거결과 불복은 바나나 공화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내린 단 하나의 선택이 종종 그 사람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이 역사는 되짚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국가의 지도자는 늘 크고 작은 시험에 직면한다. 소비에트 제국이 해체위기에 처했을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이를 저지하는데 필요한 무력 사용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고, 린든 B. 존슨은 남부의 민주당 기반이 산산조각 날 것을 알면서도 민권법안을 지지했으며, 국론분열을 염려한 알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에게 승리를 넘겨준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와 유사한 시험에서 트럼프는 낙방한 반면 상사의 그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한 펜스는 보기좋게 통과했다. 그뿐 아니다: 트럼프는 의회와 자신의 부통령에게 선거결과 번복을 요청한데 대해 단 한순간도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거나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는 권좌에 계속 머무르기 위한 방도를 줄기차게 모색했다.
선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신속히 돌아오고 그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자 의사당 폭거를 규탄했던 많은 정치인들이 가던 길을 되돌아 그의 마차에 올라탔다. 선거에 불복한 후보를 결코 지지하지 않겠다던 기업인들은 어느결엔가 그들의 다짐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양심의 문제를 거론하던 억만장자들은 잠시 침묵하다가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래의 권력에 눈도장을 찍으러 다시 마라 라고로 기어들어갔다. 일부는 아직도 폭력을 비난하고, 심지어 의사당 난입사태 당시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트럼프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폭도들이 물러간 후 일어난 그날의 가장 핵심적인 사건, 즉 권력자의 지시에 따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뒤집으려던 공화당 의원들의 불법한 시도에 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미 합중국 헌법의 아버지인 제임스 매디슨은 권력의 축적 혹은 독재자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의 체제를 갖춘 제도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이 천사라면 정부는 전혀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매디슨은 단순히 제도를 고안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는 “국민이 덕과 지혜를 지닌 지도자를 선출할만한 안목과 지식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참담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어떤 이론적인 견제나 정부 형태도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우리의 제도, 견제와 균형을 구부리려 시도할 때 과연 이들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 알 수 있는 실험이 이제 곧 시작될지 모른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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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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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또 재탕? 트럼프가 분명 평화롭게 하라고 했고 미리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연방군 1만명을 의회에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단칼에 거부한 펠로시. 왜 이 노파에겐 책임을 추궁하지 않나? 이런 84세의 정치꾼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또 당선됐으니 코미디. 게는 가재편이라 늘 외눈박이 글만
어리석은 슬픈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