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 되면, 올해에는 누가 인류의 발전과 평화를 위하여 어떤 뛰어난‘이루어 냄’으로 이 상(賞)을 받을까, 기다려지는 상이 있다. 노벨상이다.
해마다 다섯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이루어 냄)을 낸 사람에게 주는 권위와 영예로움 가득한 상이다. 올해에는 한국의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어 한겨레가 내 일처럼 기뻐하였다. 한인으로 참으로 기쁘고 자랑스럽다.
정작 매년 노벨상 가운데 가장 관심을 갖고 기다리는 분야는 평화상이다. 딱히 평화상에 관심이 가는 까닭은 아마도 세상의 평화를 희구(希求)하는 기독교 사목자의 삶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의 발로일지 싶다.
올해의 노벨 평화상은 개인이 아닌, 일본 원폭 피해 생존자들로 이루어진 반핵(反核) 단체 ‘니혼 히단쿄’(Nihon Hidankyo)에게 주어졌다. 축하를 받아 마땅한 의로운 사람들이다.
노벨위원회는 ‘니혼 히단쿄’ 원폭(原爆) 피해자들의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목격자 증언을 통해 핵무기를 다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하였다.
이는 원폭 피해자들이 꾸준하게 핵무기에 의해 초래된 끔찍한 실상을 드러내고,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고, 핵무기로 인한 이해불가능한 고통과 괴로움을 고발하고 경종(警鍾)을 울리게 한 헌신적이고 갸륵한 활동에 대한 인정이다.
니혼 히단쿄는 “핵무기는 절대적으로 폐기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말한다. 핵무기 없는 세상, 현실적으로 볼 때 난망(難望)한 주장이다. 핵무기가 국가 안보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작금의 국제사회의 정치군사적 현실을 볼 때, 이는 이상주의자나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한 사람의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법한 주장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하여 이처럼 지레 체념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보여준 핵무기 관련 조약들이 실효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핵무기금지조약(TPNW)은 발효는 되었지만, 핵강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와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는 한국과 일본이 비준을 하지 않고 있어 조약으로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세계 3위의 핵강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 인류의 안전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였다가, 현재는 다시 나토(NATO)의 핵우산 보호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被爆國)인 일본은 매년 ‘핵무기 폐기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하면서도, 정작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은 거부하고 있어 앞뒤가 안맞는 행보를 보인다. 더구나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림으로 바다의 생물과 지구촌 인간의 안전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반핵 단체를 배출한 국가에 걸맞지 않는 모순적 행동이다. 이처럼 핵무기 없는 세상은 정말 어렵다.
그럼에도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장하는 반핵 단체에 평화상을 주었다. 핵무기 없는 세상!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요, 어쩌면 꿈에서조차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그러나 이 꿈은 어느 몽상가의 백일몽도 아니고, 대중없이 꾸게되는 개꿈도 아니다. 이 꿈은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떨어진 원폭으로 사망하거나 피폭 당한(당시 그 곳에 살던 한겨레 포함하여) 사람들의 처절하고 끔찍한 고통에서 나온 꿈이다.
올해 노벨 평화상은 피폭의 재앙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이 밤마다 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며 산 사람들에게 주어졌다.‘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상(賞)을 받은 것이다.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지라도, 꿈을 꾸라는 의미일 것이다.
꿈이다. 꿈은 밤마다 혹은 시련과 위기와 절망의 시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갈망, 비전(Vision)의 원천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이나 인류의 길을 열어 준다. 꿈은 이상이나 공상을 현실이 되게 한다. 당장 실현 가능한 꿈은 꿈이 아니다. 핵없는 세상,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지라도 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 사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체 게바라) 먼저 꿈을 꿀 일이다.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꿈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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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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