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경제를 특집으로 다룬 이코노미스트지의 표지는 ‘세계의 부러움’이라는 제목과 함께 동그랗게 말아올린 달러 지폐가 로켓처럼 허공으로 치솟는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미국 경제는 - 현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낮은 집권 3년차 지지율을 기록한 -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 문제가 문화 이슈에 자리를 내어주면서 우리 정치가 대격변의 한 가운데에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신호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대학 졸업장이 없는 남성이 다수인 근로계층에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구체적으로 설계되었고, 실제로 이들이 불공평할 정도로 많은 혜택을 누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경제적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근로계층 유권자들로부터 수 십년래 최저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20년 바이든이 이들 사이에서 기록한 지지율보다 9포인트가 낮은 수치다. 게다가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의 민주당 이탈표 역시 역대급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필자는 최근 출간한 ‘혁명의 시대: 1600년부터 현재까지의 전진과 반발’에서 세계화의 대대적 확대, 정보 혁명 등 수십년에 걸친 혁명적 변화가 우리의 정치를 물구나무 세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는 경제적 지위와 인종이라는 낡은 범주가 성별에 따른 문화적 격차와 같은 새로운 범주로 재편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정치지형 변화의 시작점에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경제에 기반해 개인의 투표 패턴을 전망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부유층과 중상층은 우파에게, 빈곤층과 근로계층은 좌파에게 표를 던졌다. 민권운동이후 인종은 또 하나의 내구력을 지닌 요소로 자리잡았다. 백인은 공화당에 표를 몰아주었고, 유색인종은 주로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오늘날 인종보다 훨씬 눈에 띄는 가름대가 존재한다: 대학 학위 소지자들은 해리스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블루칼러 근로층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새로운 지지기반이 되었다.
오늘날 미국의 대분열은 경제적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그 주요지표는 대학교육이다. 다른 개인의 투표행동을 예측하는 다른 강력한 요인으로는 성별, 지리, 종교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새로운 정당 기반은 교육받은 도시의 세속적 좌파 여성과 교육정도가 낮고 종교적인 우파 남성이다.
이러한 새로운 분리는 인종과 민족이라는 가장 깊은 간극조차 압도하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은 점차 공화당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으며 이 같은 경향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에 나온 젠포워드 서베이에 따르면 젊은 흑인 남성의 25%와 젊은 라티노 남성의 44%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할 계획이다. 이들에겐 공화당전당대회(RNC) 도중 헐크 호건이 자신의 셔츠를 찢는 행위가 남녀공용 화장실이나 성전환 치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호소력을 지닌다. 다른 한편으로 혼혈인 해리스는 늙은 백인 남성인 바이든에 비해 더 많은 백인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직 백인 여성은 사회계층과 성별이 인종에 우선하기 때문에 해리스가 그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엘리트는 이런 변화를 이해하는데 둔했다. 그들은 근로층이 우파에 속아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한다고 줄기차게 믿었다.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민주당이 관세에서 제조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경제정책을 좌파 포퓰리즘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근로계층을 다시 끌어오지 못했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근로계층에 속한 유권자들보다 민주당의 교육받은 엘리트들 사이에 버니 샌더스와 그의 경제정책이 훨씬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보여준다.
민주당 엘리트들은 경제정책에서 그들이 지나치게 우측으로 움직였다기보다 사회적·문회적 이슈에서 지나치게 좌측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경제 정책은 선택의 문제, 즉 쉽게 변경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결정이다. 사회적 이슈는 근본적 권리의 문제로 여기에 반대하는 것은 악하고 편협한 사람이다. 따라서 이민 문제에서 그랬듯 민주당은 조용히 정책을 바꿀 때조차 스스로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우파도 나름의 문제가 있다. 이들은 극단적인 입장과 수사로 많은 유권자들을 실망시키는 트럼프의 개인숭배에 사로잡혀 있다.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활기찬 지역이 좌회전하는 상황에서 해리스는 3대 1의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했던 지난 9월을 포함해 최근 몇 달간 트럼프를 크게 앞질렀다. 민주당의 문제는 지난 2020년 민주당 등록유권자의 약 65%를 차지했던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유권자들이 여전히 지지층의 다수를 이루고 있고 이들 가운데 일부가 아이비리그 진보주의에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해리스가 이기건 트럼프가 승리하건 이같은 새로운 문화 환경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미국의 정치를 규정할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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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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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대졸자들이 민주당편향이라고? 이민대졸자들 때문인 거 같다... 텍사스에 수퍼리치들이 캘리보다 2배는 많단다... 지나친 좌편향이 젊은애들에겐 유토피아처럼 보이게 하는 게 문제다...
민주당에 불리하게 된건 다 민주당 스스로 탓을 해야할듯.
헛소리. 지금 모든 언론이 거의 다 민주당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괜히 아우성. 남자가 여자로 성전환을 해서 여성으로 경기에 참여해 메달을 독식해도 찬양하니 여성과 소수자를 우대한다고 가증스레 떠드는 민주당은 제정신? 정책은 모순인데 오직 트럼프 까기만 하는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