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설비기업 ASML의 실적 충격으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락하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15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4.80포인트(0.75%) 밀린 42,740.4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4.59포인트(0.76%) 내린 5,815.26,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87.10포인트(1.01%) 떨어진 18,315.59에 장을 마쳤다.
이날 시장을 움직인 것은 ASML의 '실적 쇼크'였다.
ASML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74억7천만유로로 전년 동기의 62억4천만유로에서 약 20%, 주당순이익은 4.01유로에서 5.28유로로 31% 증가했다.
하지만 3분기 순예약(net bookings)은 26억유로에 그쳤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6억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또한 ASML은 내년 순매출 전망치를 300억유로에서 350억유로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발표한 내년 매출 가이던스 범위의 하위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같은 소식에 ASML의 주가는 16% 급락했고 불안감은 다른 기술주로도 번져 나갔다.
엔비디아는 4.69%, TSMC는 2.64%, 브로드컴은 3.47% 떨어졌다. AMD도 5.22% 밀렸으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10.69%, Arm도 6.89%까지 낙폭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장 대비 5.28%나 급락했다. 지난 9월 3일 7.75% 폭락한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이날 ASML은 해프닝도 있었다.
당초 ASML은 1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실적 발표 설명회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계자의 실수인 듯 장 중 ASML 홈페이지에 3분기 실적이 먼저 공개됐고 이를 계기로 반도체 및 AI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US뱅크웰쓰매니지먼트의 테리 샌드벤 수석 주식 전략가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보다 더 나아지기는 어렵다"며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비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파는 시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월가의 주요 은행들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ASML이 던진 실적 충격에 빛이 바랬다.
골드만삭스는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9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으로 환산하면 8.40달러로 시장 예상치 6.89달러를 대폭 웃돌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3분기 EPS가 0.81달러로 시장 전망치 0.77달러를 상회했다. 씨티그룹도 EPS가 1.51달러로 시장 예상치 1.31달러를 상회했다.
UBS는 "위험 자산이 전반적으로 거시 경제가 뒷받침하는 환경 속에서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변동성이 다시 증가할 수 있는데 주요 변수는 중동 전쟁과 11월 대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경로 불확실성"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4% 넘게 폭락한 점도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전장 대비 4% 넘게 폭락해 배럴당 70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석유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의사를 전달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짓눌렀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커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미국 10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마이너스(-) 11.9를 나타냈다. 이는 직전월 수치였던 11.5에서 무려 23.4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 3.4보다도 현저히 낮았으며 신규 주문, 출하, 재고, 운송 부문의 하위 지표도 전월보다 모두 악화했다.
뉴욕 연은이 진행한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에서는 가계 재정 악화 흐름이 확인됐다.
뉴욕 연은이 발표한 9월 소비자기대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향후 3개월간 최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인식하는 평균 확률은 14.2%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4개월 연속 상승세이자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내 한두 번의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그는 뉴욕대에서 열린 대담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노동시장이 지속가능한 속도를 유지한다면 "올해 한 번 또는 두 번의 금리인하가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가 3.04% 급락했고 의료와 기술도 1% 넘게 밀렸다. 반면 부동산은 1% 이상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마감 무렵 5.9%로 대폭 낮아졌다. 전날 마감 무렵 수치는 16.4%였다. 대신 25bp 인하 확률은 94.1%까지 올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94포인트(4.77%) 오른 20.64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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