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조한 성장세 지속’ 평가하면서 9월 회의서 0.50%p ‘빅컷’ 단행
▶ 경기악화시 ‘실기론’ 비판 의식…11·12월 0.25%p씩 점진 인하 예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 기존보다 0.50%포인트 낮은 4.75∼5.00%로 '빅컷'에 나선 것은 미국 경제가 당장 침체 위험에 근접했다고 보이진 않지만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팬데믹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작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였고, 이달까지 이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둔화하고 유럽중앙은행(ECB), 잉글랜드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앞서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하면서 연준도 이달 금리 인하 개시를 시사해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 '잭슨홀 미팅'에서 "정책조정(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했다"고 선언하며 물가와의 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선언한 바 있다.
◇ 0.25%p냐 0.50%냐…FOMC 회의 직전까지 전문가 의견 '팽팽'
연준이 이날 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첫 금리 인하 폭이 얼마나 될지, 향후 금리 인하 속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이 같은 혼란은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가파른 연준의 금리 인하를 합리화할 만큼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지는 않다는 인식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지표의 경우 미국의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전월 대비 14만2천명 증가, 증가 폭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월가에선 이를 두고 노동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켓워치의 브렛 아렌즈 칼럼니스트는 최근 기고문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 의원들이 파월 의장에게 0.75%포인트 인하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는데 지금 경제 상황에선 금리를 0.25%포인트 넘게 인하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들의 의견은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뚜렷한 침체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연준이 빅컷에 나설 경우 오히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키워 금융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 서두를 이유 있었다…"빅컷 해야 연준 후회 덜 할 것"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서두를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고용시장이 급격히 냉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준이 실기(失期)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선 현재와 같은 고금리 수준을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7월 기고문에서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를 촉구하며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침체를 막는 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진단한 뒤 9월 빅컷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댈러스 연은 총재를 역임한 로버트 카플란 골드만삭스 부회장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연준 인사들이 후회를 덜 하게 될 실수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면 이번에 0.5%포인트 인하가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금리가 아직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에 큰 폭으로 낮춰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이번에 조금 내렸는데 고용시장이 빠르게 악화하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란 논리다.
◇ 연준 미국 경제성장세 '견조' 인정…"경제 전망 불확실" 반영
빅컷 여부를 둘러싸고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결국 FOMC 위원들은 후자 쪽 시각에 더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경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각은 이날 FOMC 성명에서도 묻어난다.
연준은 FOMC 성명에서 "최근 지표는 미국의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을 지속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고 경기를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 상황이 나쁘지 않음을 연준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연준은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FOMC는 이중의 통화정책 목표와 관련한 양쪽 모두의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강조, 고용시장의 급속한 냉각 가능성을 이번 빅컷 결정에서 주된 배경으로 고려했음을 시사했다.
◇ 연내 0.50%p 추가 인하…2차례 회의서 나눠 인하할 듯
한편 연준은 이날 빅컷에 이은 연내 추후 인하 행보는 점진적인 0.25%포인트 인하를 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은 이번 9월 회의 후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통해 2024년 말 기준금리 수준을 4.4%로 제시했다.
이는 남은 연내 두 차례 회의에서 총 0.50%포인트 인하를 실행할 예정임을 예고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11월 6∼7일 및 12월 17∼18일로 두 차례 FOMC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보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연준은 내년도 연준 금리 목표치를 3.4%로 제시했다. 이는 내년 중 총 1%p의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다수 위원은 지난 6월 공개한 점도표에서 2025년 말 금리 수준을 4.1%로 제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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