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 /사진=스
'영(YOUNG) 트로트'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미스트롯'·'미스터트롯' 등 트로트 오디션으로 탄생한 트로트 스타 임영웅, 송가인이 중장년층을 넘어 10대까지 트로트에 열광케 하며 트로트계의 판도를 흔들었다. 이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 문화를 정착시키며 트로트를 가요계의 중심으로 이끈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들이 탄생하기 전, 남진과 조용필, 나훈아 등 원조 '오빠 부대'가 있었다. 정식 팬클럽이 없던 시절부터 거대 팬덤이 형성되고 더 나아가 세계로 뻗어가는 트로트의 변천사에 대해 살펴봤다.
◆ '원조' 남진·조용필..'젊은 트로트' 시초 장윤정
지금처럼 조직적인 팬클럽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지만 열광적인 여성 팬들을 몰고 다녔던 '오빠부대'의 원조로는 남진과 조용필, 나훈아 등이 있다. '가왕', '영원한 오빠' 등 수식어로 탄탄한 팬덤을 거느렸다. 특히 남진은 국내 최초 첫 팬클럽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자필 팬클럽 모집 공고문부터 6개월에 500원인 가입비 등 문화유산 급 '덕질' 문화를 자랑했다.
그러나 대중음악 황금기였던 90년대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 댄스 음악과 유재하, 이문세 등이 부른 팝 발라드 음악이 가요계에 주를 이루며 트로트는 중장년층 이상이 주로 소비하는 장르로 굳어져 이른바 '성인 가요'로 국한됐다.
이러한 인식을 바꾼 사람이 장윤정이다. 20대 초반 가수가 트로트로 성공한 것은 장윤정이 최초였다. 2004년 장윤정은 '어머나'를 히트시키면서 '젊은 트로트'의 길을 열어줬다. 반복되는 가사로 중독성 있고 발랄한 매력의 이 곡은 전국을 '어머나' 열풍으로 물들였다.
라디오를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한 '어머나'는 2005년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1993년 김수희가 '애모'로 상은 받은 이후 무려 11년 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그렇게 장윤정은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짠짜라', '이따 이따요', '장윤정 트위스트' 등으로 대중성을 저격,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전국 각지를 누비며 '행사의 여왕'이라 불린 그녀는 전국 행사를 누빈 거리는 지구 5바퀴 반으로 알려졌다. 행사비 역시 중형차 한 대 값으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트로트 가수 최초로 대규모 중국 투어 콘서트를 열며 K 트로트 알리기에 앞장섰다. 중국 대련을 시작으로 북경, 청도, 상해 광주 등 5곳을 돌며 트로트의 한류를 이끌었다. 더불어 미국 뉴욕 퀸즈 칼리지 콜드센터를 시작으로 시카고 알카다 씨어터, LA 슈라인 오디토리엄 등 미국 전역을 돌며 투어를 나서기도 했다.
이제는 트로트계 여왕이라 불리며 데뷔 25년 차를 맞은 장윤정. 지난 4월 '트롯뮤직어워즈 2024'에서 생애 첫 대상을 받으며 "좋은 노래 부르면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남긴 그는 여전히 명실상부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또한 장윤정의 뒤를 이어 박현빈과 홍진영 등이 댄스와 EDM이 결합한 다양한 느낌의 음악을 선보이며 트로트에 대한 편견을 개선해 나갔다.
◆ '미스트롯' 흥행..송가인, 본격 '트로트 팬덤' 결성
장윤정, 박현빈 등 이후 트로트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2009년 '미스트롯'이었다. '미스트롯'으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은 업그레이드가 됐다.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새로운 형태의 팬덤이 형성됐고, 더 나아가 음악시장에까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스트롯'은 '전국 노래자랑', '가요무대'가 전부였던 트로트 방송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최종 우승을 차지한 송가인이라는 가수의 재발견, 대형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송가인은 7년간의 무명 시절을 거쳐 '미스트롯'을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됐다. 그의 인기는 오랜 기간 다져온 실력은 물론 무명으로 힘들었던 서사까지 더해지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판소리를 전공해 단단한 가창력을 보유한 그는 세미 트로트와 정통 트로트 오가며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소화,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송가인은 트로트 '덕질'의 시작을 이끌었다. 최초의 핑크 깃발 부대가 결성되는 등 아이돌에게만 있던 팬덤이 트로트 가수들에게도 생기면서 화제를 모았다. 중장년층이 주를 이뤄진 송가인의 팬들은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콘서트 관람하고 출연 TV 프로그램 챙겨 보는 것은 물론 '스밍'(음원 스트리밍)을 위해 교육까지 받는 등 가수를 지지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양주잔, 수저 세트, 돋보기 등 이색적인 굿즈 등장도 놀라게 했다.
송가인은 각종 예능에서도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인기를 자랑했다. 그가 방송에 떴다 하면 시청률 1위까지 견인,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수많은 팬을 거닐게 되면서 트로트 가수 최초로 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팬덤 커뮤니티와 연계한 NFT 거래 플랫폼을 활성화해 송가인과 관련된 디지털 아트부터, 디지털 굿즈와 라이브 콘서트 등을 진행하며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게다가 트로트 가수 최초로 세계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진출하기도. 송가인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가인이어라' 실황이 담긴 '송가인 더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그렇게 송가인으로 다시 부흥기를 맞은 트로트는 유재석이 부캐 '유산슬'로 활동하면서 트로트 인기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MBC 예능 '놀면 뭐 하니?' 프로젝트 일환으로 트로트 가수에 도전한 유재석은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를 히트치면서 주요 음원사이트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뽕세이션을 일으킨 유산슬은 뉴트로 트렌드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세대를 저격, 트로트에 대한 장벽을 더욱 낮춰줬다.
이에 따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 열풍에 음원사이트에서는 트로트 차트가 신설되기도 했다. 당시 지니뮤직 측은 "트로트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과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국민 MC 유재석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트로트 장르의 음원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계기로 트로트계가 조금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는 유재석의 바람이 통한 걸까. 역주행의 신화 김연자부터 주현미, 진성 등도 조명되면서 트로트 부흥기를 이끌었다.
◆ '영트롯' 아이돌급 팬덤 형성..트로트의 '영웅' 임영웅 탄생
송가인을 탄생시킨 '미스트롯' 인기에 힘입어 남자 버전인 '미스터트롯'을 선보이며 대히트를 쳤다. '미스트롯'으로 트로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면 '미스터트롯'은 인기에 기름을 퍼부은 격이다. '미스터트롯'은 최고 시청률 35.7%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썼다.
우승자 임영웅뿐만 아니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최종 TOP7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등에 함께 출연하며 뜨거운 인기를 이어갔다. 김호중을 제외한 TOP6는 1년 6개월 동안 매니지먼트 뉴에라프로젝트와 계약을 맺어 각종 활동을 함께 하며 아이돌 그룹을 연상케 했다. 아이돌의 전유물이었던 팬덤 문화를 이들이 트로트로 확산시켜 전국을 트로트로 열광하게 했다.
TOP6는 음원차트, 방송은 물론 광고, 영화계 등 분야를 불문하고 어마어마한 화제성을 몰고 다녔다. 이들이 무대에 오른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 서울 공연의 뜨거웠던 무대 실황을 담은 영화 '미스터트롯: 더 무비'는 누적 관객 수 15만 명을 기록했고, 음원차트 1, 2위는 물론 1위부터 100위까지 이들의 음원으로 줄 세워지기도 했다.
TOP6 중 선(善)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얻은 영탁은 '전복 먹으러 갈래', '폼 미쳤다', '슈퍼슈퍼' 등을 발매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작사, 작곡하며 음악적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MBC 드라마 '꼰대인턴', KBS 2TV 주말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효심이네 각자도생' 등 OST 강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美)를 차지하며 정식 데뷔한 이찬원은 가수 이성우의 '진또배기'를 맛깔나게 부르며 '찬또배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첫 싱글 '편의점'을 발매하고 음악방송 첫 1위를 기록, 미니 2집 '브라이트; 찬(bright;燦)'으로 음악방송 1위를 수상했다. 특히 KBS 2TV '뮤직뱅크'에서는 17년 만에 트로트 가수로서 1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직접 작사, 작곡한 '참 좋은 날'을 발표해 음악성까지 인정받았다. 또 그는 남다른 입담으로 현재 각종 예능프로그램 MC를 맡으며 활약 중이다.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역시 음악. 예능을 비롯해 뮤지컬, 연기 등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단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진(眞) 임영웅이다. 그는 이전과는 또 다른 트로트 시대, '영웅시대'를 형성하며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독보적이다.
임영웅은 우승자 특전곡인 '이제 나만 믿어요'를 시작으로 '히어로(HERO)', '두 오어 다이(Do or Die)'를 비롯해 최근 발매한 '온기'까지, 발매했다 하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무엇보다 트로트뿐 아니라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이를 통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팬층을 확보,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울러 트로트 가수 최초로 '멜론 뮤직 어워드' 대상 부문에서 2관왕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에서는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올해의 트로트상'을 받았고 2022년 '올해의 스테이지', 2023년 '올해의 팬덤' 등 대상을 놓치지 않는 기염을 토했다. 또 임영웅은 약 2~3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톱 아이돌만 입성할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에 이어 약 5만여명의 관객을 수용하는 상암 경기장까지 정복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증명했다.
심지어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으로 극장가까지 접수하며 누적 관객수 24만 명을 돌파, 역시 '임영웅의 적은 임영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임영웅은 스타뉴스가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사랑받은 트로트 가수(21세기 신곡 발표 기준) 1위로 선정되며 명실공히 최고 인기 가수임을 증명했다.
이처럼 트로트 스타들의 다양한 활약으로 이제는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K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박지현, 최수호, 김태연, 김다현, 오유진 등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는 영 트로트 스타의 탄생은 향후 트로트 발전에 더 큰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특히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트로트 장르에도 발을 들이며 시장 확장에 대한 기대를 모은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 TV조선이 트로트 아이돌 그룹 T5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T5는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일본인 출신 K팝 글로벌 연습생, 배우 등 재능과 끼를 갖춘 다섯 멤버로 구성돼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독립 법인 자회사 이닛(INNIT)엔터테인먼트를 통해 K팝 아이돌은 물론 트로트에 재능 있는 신인을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연 대형기획사와 트로트의 만남을 통해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대형 트로트 스타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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