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슬 노래말 가사 내용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 오르고”는 당시의 시국과는 전혀 관계 없는 것이었다. 가수 양희은이 한때 김민기에게 이 부분을 물어봤다고 한다. 김민기의 대답은 “술이 잔뜩 취해 집 근처에서 잤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부신 햇살이 묘지위에 붉게 비쳤다. 아침 이슬 노래말 가사를 만들 때 그 당시 생각이 나서 그 부분을 삽입했다고 했다.” 그는 4.19 묘지가 있는 수유리 근처에 살고 있었다. 민주화 투쟁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당시의 시국과 맞물려 의도와 달리 그는민주화 투쟁의 아이콘으로 등장하게된다. 허나 보안 관계자는 그 부분을 달리 해석했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에서 붉게를 적화 통일로 해석했다. 이 부분이 김민기의 앞날을 힘들게 만든 계기 중 가장 큰 요소가 되었다.
아침 이슬이 한국 가요사에 남긴 큰 업적은 종전의 멜로디 진행 구조인 AABA 형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패턴인 AABC 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때 까지 해온 방식은 주 테마 멜로디인 A 로 시작하고 다시 한번 A 를 반복한 후 클라이막스인 B 로 넘어가고 그런 후 다시 한번 A 로 넘어 오는것이 관례였다. 왜 이런 패턴을 사용하는 이유는 주 테마 부분을 자주 팬들에게 각인시켜 음반 판매량을 높이려는 레코드 업계 판매 수단이기 때문이다. 허지만 아침 이슬은 전통인 이 방식을 탈피하고 가감하게 AABC를 사용하여 많은 평론가들의 의구심을 낳게했다. B소절 다음에 A소절로 다시 되돌아 오지 않고 새로운 멜로디인 C소절로 새롭게 시작했다. “왜 스스로 음반 판매 전략을 포기 했을까”. 전문가 예상대로 당시엔 초도 물량이 레코드 가게에서 낮잠(?) 을 잘 만큼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 후 당시 시대 정국에 의해 입소문을 타고 갑자기 유명세를 탔다. 이 노래를 분석해보면 A 소절인 “긴밤 지새우고… 아침 이슬처럼” .다시 A 소절인 “내 마음 서러움이… 작은 미소를 배운다” 그리고 B 소절인 “태양은 묘지 위에 불게 타오르고… 한 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 일지라” 그리고 나서 A 소절이 등장하지 않고 새로운 멜로디 C 소절이 등장한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
발표 당시 AABC 진행 패턴에 많은 음악 평론가들이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건 신의 한수로 평가를 받고있다. 한국 가요 역사상 최고 명곡 중의 하나로 꼽히는 아침 이슬은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한 상록수 처럼 언제나 우리에겐 변함없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역사에서 만약이란 무의미한 얘기이다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 무의미란 일에 한번 생각해본다. 만약에 당국이 애당초 지정했던 건전가요로 계속 유지 했다면 지금처럼 저항의 아이콘 노래로 유지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1991년 김민기는 서울 대학로에서 학전이란 소극장을 개관하여 뮤지칼이나 연극 등을 연출하면서 700여명의 예술인을 배출한 숨은 공로자다. 180석의 작은 공간이지만 배우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 이정은, 김윤석 등 쟁쟁한 인물들을 발굴하여 스타로 등용하는데 그 중심에 있었다. 그 중에서 ‘지하철 1호선’ 은 1995년 초연한 이후 2021년까지 무려 15년간 공연하여 72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왔다. 원작은 독일 폴커 루드비히의 ‘ Line 1’ 이며 연출가인 김민기는 한국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각색하여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는 뮤지컬로 만들었다.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독일, 일본, 중국, 홍콩 등의 해외로 진출하여 공연을 했고 그 결과 한국 공연의 우수성을 보여 해외 매스콤들로 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기도했다.
김민기는 아침 이슬외에도 상록수, 친구, 가을 편지, 작은 연못, 늙은 군인의 편지 등의 노래를 통하여 청춘들의 아픔을 노래로 승화시킨 위대한 시인이었다. 그의 노래는 어느 것도 적당히 넘어 갈수 없이 하나 하나 깊은 의미를 간직하고있다. 좌절감을 느낀 젊은이들의 시대 대변자 역할을 스스로 한 그는 이로 인해 본인의 삶은 피폐했지만 당시의 젊은이들에겐 어둠 속의 구원자 였다. 가장 힘든 시대에 우리에게 구원의 메세지를 주고 홀현히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 김민기 그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주옥 같은 노래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며 그 음악을 통하여 그의 따스한 숨곁을 느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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